조희연 '동지를 적으로 바꾸는 정치' 칼럼 인용해 작심 비판
'순수한 급진성' 넘어 인사·국가정책 관여 시도 겨냥
검찰개혁 갈등 속 '사심' 경고 수위 높여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여권 내부의 강경 개혁론을 겨냥해 "능력도 안 되면서 큰자리 요구하고 인사나 국가정책까지 자기 뜻대로 하려다가 잘 안 되니 대의명분 삼아 급진개혁 내세우며 내부 공격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개혁의 속도나 방향을 둘러싼 견해차를 넘어 인사와 국정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한 인사들이 개혁을 명분으로 내부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다. 최근 검찰개혁과 고위직 인선을 둘러싸고 범여권 일각과 충돌해온 이 대통령이 갈등의 이면에 사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인식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전날 기고한 '적을 향한 증오가 동지를 향할 때'라는 제목의 칼럼 일부를 공유하며 "순수한 급진성도 문제이겠지만"이라고 운을 뗀 뒤 이같이 밝혔다.
조 전 교육감은 칼럼에서 민주화운동과 진보 진영 내부의 갈등을 역사적으로 되짚으며, 개혁의 순수성이 절대적 신념으로 굳어지는 순간 동지를 적으로 돌리는 역설이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개혁을 위한 내부 비판이 어느 순간 내부의 동지를 공격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현상을 경계한 것이다.
특히 조 전 교육감은 희생적 투쟁에 나섰던 이들이 권력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가 개입하고, 개혁의 대의가 자기 정치의 수단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 대통령은 이 가운데 개혁의 순수성과 권력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대목을 인용했다. 다만 조 전 교육감이 개혁을 둘러싼 신념의 절대화와 진영 내부의 적대적 태도에 주목했다면, 이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정치적 욕망과 인사·정책에 대한 영향력 행사 시도를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서 주목할 부분은 '큰자리 요구'와 '인사나 국가정책까지 자기 뜻대로'라는 표현이다. 단순히 개혁 노선이 다른 인사들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직과 권한을 요구한 뒤 뜻대로 되지 않자 개혁의 대의를 앞세워 내부를 공격한다는 인식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개혁의 정당성과 이를 주장하는 인사의 정치적 동기를 구분하겠다는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이번 발언은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을 둘러싼 범여권 내부의 갈등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했고, 이튿날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의 과거 이력과 개혁 적합성을 문제 삼으며 반발해왔다.
이에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근거 없는 선동을 일삼는 이들을 '무책임한 극단주의자(무극파)'로 지칭하며 경고했다. 개혁 성과를 독차지하려는 이기심이 과격한 주장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취지였다.
5일에는 비판의 초점을 인사와 수사·기소 업무로 좁혔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은 국민을 위해 하는 것이지 특정 개인들의 정치적 유산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검찰개혁을 빙자해 사심으로 인사와 구체적 수사·공소 업무까지 좌지우지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언은 앞선 메시지가 개혁의 성과를 사유화하거나 인사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적 경고였다면, 이번에는 고위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따른 불만이 내부 공격으로 이어진다는 구체적인 동기까지 거론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은 '큰자리'를 요구했다는 인사가 누구인지, 어떤 인사나 정책에 관여하려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발언을 특정 정치인이나 단체에 대한 직접적인 지목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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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메시지는 여권 내부의 개혁 노선 갈등을 넘어 권한과 책임, 인사권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대통령은 개혁의 명분이 인사권이나 국정 운영에 대한 사적 영향력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강경파 측에선 개혁의 실효성과 인사 적합성을 둘러싼 비판까지 사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될 여지가 여전히 잔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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