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책]가장 먼저 투자하는 사람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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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투자하는 사람들

상장 종목을 고르는 일에 익숙한 개인투자자에게 비상장 시장은 대개 안개 속이다. 장동진·한정수·김대환은 그 안개를 '대박 스타트업 찾기'보다 구조를 이해하는 일부터 걷어낸다. GP와 LP는 어떻게 연결되고, 딜은 어디서 들어오며, 시드에서 시리즈 A를 거쳐 엑시트하기까지 지분은 어떻게 변하는가. 재무제표로 확인할 수 있는 것과 창업자·팀을 직접 보며 판단해야 할 것을 나누고, J커브·FOMO·계약 구조·후속 투자·이사회·매수청구권까지 투자 전후의 과정을 차례로 밟는다. 특히 각 장 끝에 한 투자자의 시드 투자부터 두 차례 엑시트까지를 소설처럼 이어 붙인 구성은 딱딱한 제도를 실제 돈이 움직이는 장면으로 바꿔놓는다.


제목은 '가장 먼저'에 방점을 찍지만, 읽고 나면 오히려 먼저 들어가는 것보다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가가 더 중요해진다. 책 속 문장처럼 "회사가 잘되는 것"과 "내가 수익을 실현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한두 건의 홈런보다 세금·유동성·손실 가능성을 넣어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는 후반부의 조언도 초기투자를 모험담에서 자산관리의 영역으로 끌어내린다. 세 저자가 스타트업 빌드업, 개인투자, VC와 IPO·M&A 실무를 각각 거쳤다는 점도 설명의 결을 살린다. 비상장 투자의 높은 실패율과 정보 비대칭을 없애주는 책은 아니지만, 적어도 '유니콘을 먼저 알아보는 안목' 같은 낭만을 계약서와 회수 전략의 언어로 식혀준다. (장동진·한정수·김대환 지음ㅣ성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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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자유를 사라

댄 록이 말하는 돈의 단위는 원이나 달러보다 '싫다고 말할 수 있는가'에 가깝다. 그가 붙인 이름이 F.U. Money다.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과 사람, 부당한 상황을 향해 욕 한마디 남기고 걸어나올 수 있을 만큼의 자본. 그래서 이 책은 라테값을 줄이고 복리를 기다리라는 전통적인 재테크 조언을 거의 적대시한다. 슈퍼마켓 아르바이트생에서 온라인 사업가가 된 자신의 이력을 앞세워 '티끌 모아 태산', 완벽한 계획, 열심히 오래 일하면 된다는 믿음을 차례로 깨고, 고소득 기술→확장 가능한 사업→고수익 투자라는 '부의 삼각형'을 제시한다. 하이티켓 클로징, 온라인 사업, 잡무 아웃소싱, 일일 소득 목표처럼 상당히 구체적인 실행법도 붙는다.


말투는 성공학 책 가운데서도 유난히 공격적이다. 독자의 핑계를 깨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가난과 경제적 불안의 구조적 원인까지 개인의 실행력 부족으로 돌릴 위험도 크다. 월 1만 달러의 고소득 기술과 연 10% 이상 수익을 하나의 실행 공식처럼 제시하는 대목도 목표와 현실을 구분해 읽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그 과장을 걷어내고 나면 한 가지 생각은 남는다. 돈을 사치의 수단이 아니라 '거절권을 확보하는 자본'으로 정의하는 시선이다. 절약을 미덕으로 만드는 대신 자신의 시간 가격을 높이고, 돈 때문에 견뎌야 하는 일을 줄이라는 주장만큼은 제목과 정확히 맞물린다. 거친 책이고, 그대로 믿기보다 골라 읽어야 하지만, 돈과 자유의 관계를 꽤 노골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한다. (댄 록 지음ㅣ박영준 옮김ㅣ서삼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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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웨어

돈에는 각자의 '기본 설정값'이 있다는 것이 김규랑의 출발점이다. "돈은 힘들게 벌어야 한다", "큰돈을 가지면 위험하다", "나는 이 정도가 적당하다." 이런 문장들은 재무제표에는 찍히지 않지만, 연봉 협상에서 움츠러들고 투자 기회를 미루거나 돈이 생기자마자 써버리는 선택에는 은근히 개입한다. 20대에 억대 연봉을 기록하고 투자회사를 세워 약 7년간 수천 명의 고객을 만났다는 저자는 투자법보다 사람들이 돈 앞에서 보이는 망설임과 회피를 관찰해왔다. 그래서 208쪽의 책은 '얼마를 벌 것인가'에서 시작하지 않고, '얼마까지 받아도 된다고 스스로 허락하는가'를 묻는다.

1부의 '돈을 허락할 준비'와 '있음과 없음', 2부의 '흔들리지 않는 사람에게 돈이 머문다'를 지나 마지막에는 '돈이 인생을 방해하지 않는 경지'로 간다. 재테크서라기보다 돈을 매개로 쓴 자기인식 책에 가깝다. "돈은 자신을 환영하는 곳으로 흐른다" 같은 문장은 자칫 부의 격차마저 마음가짐으로 설명하는 자기계발식 낙관으로 기울 수 있다. 하지만 손실 공포와 죄책감, 돈을 받을 때의 불편함처럼 숫자 바깥의 감정을 들여다보자는 제안에는 쓸모가 있다. 에필로그의 '나돈나, 나를 닮은 돈, 돈에 담긴 나'라는 말처럼 결국 돈을 보면 한 사람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드러난다. 좋은 투자처보다 자기 선택의 반복을 먼저 보라는, 작지만 꽤 까다로운 주문이다. (김규랑 지음ㅣ씽크스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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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치밀한 미국

미국의 이상한 점은 이상한 채로 오래 버틴다는 데 있다. 팁을 손님이 사실상 임금의 일부처럼 떠안고, 마트에서는 계란을 열두 개씩 팔며, TV에서 암 치료제와 우울증 약 광고가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온다. 김상조는 이런 장면을 '미국인은 원래 그래'라는 성격론으로 넘기지 않고, 왜 그 행동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제도와 시장의 조건을 추적한다. 10년간 미국에서 생활하고 현지 대학에서 미국학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팁 화면과 픽업트럭에서 출발한 질문은 CROWN법과 흑인 머리카락, 유대인의 크리스마스 중식당, 코리아타운, 한국전쟁기의 미군 인종 통합으로 번져간다. 사소한 생활 습관이 어느 순간 노동·인종·이민의 역사와 맞닿는 구성이 이 책의 재미다.


후반부의 '땅' 이야기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공간적으로 설계돼 있는지도 보여준다. 『굿 윌 헌팅』의 윌이 보스턴 빈민가를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에서 도심 흑인 거주지와 '백인의 교외', 러스트벨트의 정치적 분노, 나치 독일의 로켓 기술이 흘러든 헌츠빌, 원주민 카지노와 워싱턴 D.C.의 대표권 문제까지 이어진다. 저자는 "선택은 개인이 하지만 선택지를 만드는 것은 제도와 시장"이라고 말하는데, 30개의 질문을 관통하는 문장도 결국 여기에 가깝다. 다만 모든 일상을 구조로 설명하다 보면 우연과 개인차가 조금 평평해지는 순간은 있다. 그럼에도 계산서 한 장, 이름 하나, 주소 한 줄에서 거대한 미국을 읽어내는 방식은 꽤 영리하다. 여행 전에 읽으면 풍경의 이유가 보이고, 미국 뉴스를 보며 읽으면 사건 뒤에 오래 남아 있던 설계도가 보인다. (김상조 지음ㅣ파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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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식량을 설계하라

식량 위기는 먼 나라의 굶주림보다 먼저 장바구니 가격으로 도착한다. 국제 곡물 시장 분석가 김민수는 그 익숙한 한 끼를 문명의 인프라로 다시 본다. 시작은 의외로 영화다. '소일렌트 그린'의 식량 부족, '설국열차'의 생존 경쟁, '매드맥스'의 자원 독점, '마션'의 우주 감자까지 여섯 편의 SF를 현실의 기후위기와 겹쳐 놓는다. 이후 시선은 신석기 농경과 윤작, 농기계, 비료와 녹색혁명, 유전자변형 작물로 내려오고, 다시 곡물 파동과 곡물 메이저, 수출 제한과 식량안보의 문제로 올라간다. 한국사료협회에서 국제 곡물 구매와 시장조사를 담당하고 곡물 선물시장을 분석해온 저자의 이력 덕분에, '먹거리의 미래'라는 거대한 주제가 실제 가격과 공급망의 감각을 잃지 않는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드론과 자율주행 농기계, 수직농장과 스마트팜, 식물성·곤충 단백질, 배양 식품과 정밀발효, 세포농업, 3D·4D 식품 프린팅은 미래 식탁의 견본시장처럼 펼쳐진다. 기술 하나가 구원자가 될 것처럼 몰아가지 않고 '생산량 확대'만으로는 기후·에너지·전쟁·무역이 얽힌 복합위기를 풀 수 없다는 점을 계속 환기하는 태도가 좋다. 다만 범위가 넓은 만큼 각각의 기술이 가진 비용과 권력 문제까지 깊게 파고들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이 책의 질문은 선명하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생산하고 누가 그 시스템을 통제할 것인가. 매일 차려지는 밥상이 사실은 농업·외교·안보·기술이 맞물린 거대한 시스템의 마지막 장면이라는 사실을 꽤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김민수 지음ㅣ미다스북스(리틀미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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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은 내가 만든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1879년 어느 날, 프랑스 시골 우체부 페르디낭 슈발은 배달길에서 기묘한 돌 하나에 걸려 넘어졌다. 마흔셋의 그는 그 돌을 집어 들었고, 이후 하루 30킬로미터가량 우편을 배달한 뒤 다시 돌을 주우러 다녔다. 밤에는 등잔불 아래에서 그것을 쌓았다. 스승도 설계도도 의뢰인도 없었다. 33년 뒤 그의 채마밭에는 길이 26미터, 높이 12미터의 '이상 궁전'이 서 있었다. 힌두 사원과 스위스 산장, 중세 성, 코끼리와 뱀과 펠리컨이 한 몸에 뒤엉킨 건축물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고 했고, 프랑스 역사 기념물 위원회는 훗날 이 건축을 '정신 병리학'의 영역으로까지 몰아붙였다. 그런데 앙드레 말로는 전문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문화재 지정을 밀어붙였고, 피카소와 막스 에른스트, 니키 드 생팔은 이곳을 찾아왔다.


닐스 타베르니에는 이 이야기를 괴짜 천재의 성공 신화로 정리하지 않는다. 2018년 슈발의 삶을 영화 『디 아이디얼 팰리스』로 만들었던 그는 영화 준비 과정에서 찾은 미공개 문서와 슈발의 개인 노트를 바탕으로, 노동과 상실이 한 건축물 안에 어떻게 퇴적됐는지를 432쪽에 복원한다. 궁전을 짓기 시작한 해 태어난 딸 알리스는 열다섯을 넘기지 못했고, 아들과 아내도 차례로 먼저 떠났다. 궁전에 가족을 묻을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슈발은 일흔여덟에 다시 손수레를 끌고 공동묘지로 가 8년 동안 자신의 무덤을 지었다. "자연은 조각을 하고 싶어 한다"는 그의 문장은 그래서 낭만적인 예술가 선언보다 집요한 노동자의 자기명령처럼 읽힌다. 예술이란 누가 자격을 부여해야 예술이 되는가. 제목 속 '바보들'은 슈발을 비웃던 사람들이지만, 책을 덮고 나면 그 말은 제도와 비평, 그리고 쉽게 이해되는 것만 예술로 받아들이는 우리에게까지 돌아온다. (닐스 타베르니에 지음ㅣ이세욱 옮김ㅣ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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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자기 뼈의 운명을 알겠는가

1650년대 중반 잉글랜드 노퍽의 들판에서 사오십 개의 유골 항아리가 발견된다. 의사이자 박물학자였던 토머스 브라운은 그 항아리를 들여다보다가 고고학을 넘어 죽음과 시간의 문제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묻을 것인가, 태울 것인가'에서 시작해 뼈와 재, 빗과 핀 같은 유물들을 살피고, 마지막 '삶은 순수한 불꽃'에 이르면 질문은 어느 시대 누구의 유골인가가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망각을 견디는가로 바뀐다. 1658년 나온 『Hydriotaphia, Urne-Buriall』의 국내 첫 완역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글과 장강명의 추천사가 함께 실렸다. 보르헤스가 브라운을 '또 다른 자아'처럼 여겼고 제발트가 '토성의 고리' 첫머리에서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는 계보도 이 낯선 고전의 위치를 짐작하게 한다.


브라운의 문장은 유골 앞에서도 건조한 학술어가 되지 않는다. 의사의 관찰, 신앙인의 사색, 시인의 과장이 한 문장 안에서 서로 밀고 당기며 죽음을 기이할 만큼 화려하게 만든다. 인간은 결국 한 줌의 재가 되지만, 장례와 기록과 기억을 통해 계속 자신을 영원 쪽으로 기울인다. 그 몸짓이 헛되다는 사실과, 그래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존엄을 동시에 바라보는 시선이 이 책을 17세기의 골동품에서 끌어낸다. 죽음을 위로하지도 공포로 부풀리지도 않고, 사라질 운명을 끝까지 아름답게 응시한다. (토머스 브라운 지음ㅣ공진호 옮김ㅣ아티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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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현대를 사지 못해서

윤보인의 인물들은 집값 때문에 절망하면서도 부동산 시장 바깥으로 나갈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파산 뒤 경매 수업을 듣는 사람, 역삼동 월세에 살면서 여러 채를 갭투자한 사람, 횡령과 도박으로 복역하고 나오자마자 한남3구역을 기웃거리는 사람, 금리 상승으로 빌라 분양이 막혀도 다시 판을 뒤집으려는 사람까지 열 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것은 피해자라기보다 어떻게든 '플레이어'가 되려는 이들이다. 표제작의 화자는 끝내 사지 못한 압구정 현대를 지나며 전 여자친구의 아들에게 돈과 자본주의의 논리를 가르치고, '부동산은 끝났다는 그 말-동부이촌동'의 화자에게 경매는 거의 삶을 붙드는 희망이 된다. '한남 3구역'의 출소자, '만춘'의 58세 역술인까지 욕망의 얼굴은 달라도 결론은 비슷하다. 망해도 다시 계산기를 두드린다.


한국문학의 부동산 서사가 오랫동안 철거민, 세입자, 밀려난 사람의 자리에서 쓰였다면 윤보인은 시선을 시장 안쪽으로 돌린다. 그래서 이 소설집에는 선량한 피해자와 탐욕스러운 투기꾼이라는 편한 구도가 없다. 롤스로이스를 보는 눈빛, 패찰 뒤 바에 들르는 습관, 화장실에서 새 경매 물건을 확인하는 손가락처럼 욕망이 번쩍이는 순간을 붙잡고, 돈에 미친 사람을 비난하기보다 왜 다시 그 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21세기의 꺼삐딴 리가 되는 거야"라는 대사는 우스우면서도 정확하다. 서울에서 집을 갖는 일이 주거를 넘어 패배하지 않았다는 증명서가 된 시대, 욕망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생존의 문법이 되어버렸다. (윤보인 지음ㅣ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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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날

조지 손더스의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감옥에 갇힌 뒤에도 자신이 갇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표제작 「해방의 날」의 제러미는 기억을 삭제당한 채 벽에 고정되어 부유한 가족을 위해 이야기를 공연하면서도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 '구울'의 브라이언은 바깥을 본 사람이 없는 지하 테마파크에서 언젠가 올 '관람객'을 위해 악귀를 연기하고, 질문하는 자는 공동체의 이름으로 처벌받는다. '엘리엇 스펜서'의 화자는 기억과 언어를 잃은 채 하루 몇 단어씩 다시 배우며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 시위에 동원된다. 아홉 편의 소설이 그리는 것은 서로 다른 디스토피아처럼 보이지만, 그 밑에는 권력이 어떻게 사람의 언어와 기억, 자발성까지 점유하는가라는 같은 질문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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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더스가 무서운 것은 독재를 거대한 악으로만 그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랑의 편지'에서는 202X년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편지를 쓰며,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순간조차 당시에는 역사책처럼 명료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제도는 어느 날 폭발하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편의를 좇고 침묵하고 자기 역할에 충실하는 동안 조금씩 기울어진다. 그런데 손더스는 그 음울함을 끝까지 냉소로 밀지 않는다. 「구울」의 문장처럼 '낡은 세계를 무너뜨리는 데' 말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나의 집」에서는 무너지는 것들 사이에서도 두려움을 견디는 인간의 마음을 남겨둔다. 비틀린 웃음 뒤에 윤리적 긴장이 오래 남는, 우화이면서 지금의 정치소설인 단편집이다. (조지 손더스 지음ㅣ정영목 옮김ㅣ문학동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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