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린성, 지난해 공식문서에 '발해국 성터·무덤군 등재 추진' 명시
올 1월 135만위안 전략용역 발주…중국문화유산연구원이 수행
아직 유네스코 잠정목록엔 미등재…국감서 "절차 시작 뒤 대응하면 늦어"
허민 국가유산청장 "구체적 계획 수립해 보고"
중국이 발해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전략 수립에 본격 착수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부의 선제 대응 필요성이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아직 중국의 유네스코 잠정목록에 발해유산이 오른 단계는 아니지만,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이미 등재 추진을 공식화하고 전략계획 용역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국의 발해유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 이른바 동북공정 문제에 대한 대응을 묻는 질의에 "정말 잘해야 할 것 같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잘 짜서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국감에서 확인된 중국 측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구체화했다.
중국 지린성은 지난해 7월 발표한 '문화산업 고품질 발전 추진에 관한 실시의견'에서 고구려 문화유산 보호 강화와 함께 '발해국 성터와 무덤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연변조선족자치주 문화방송TV관광국은 지난해 말 '발해유적 세계문화유산 등재 전략계획 수립 프로젝트'를 발주했다. 두 차례 유찰을 거쳐 올해 1월 중국문화유산연구원이 135만2500위안에 사업을 맡았다. 용역 기간은 계약 체결일부터 1년이다.
중국 지방정부가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유산 범위와 가치, 추진전략 등을 구체화하는 사전 작업에 들어간 셈이다. 올해 7월에는 지린성 문물고고연구소가 하이란강 유역 발해유적에 대한 체계적인 고고조사 용역도 별도로 발주했다.
2026년 10월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등록된 중국의 잠정목록은 60건으로, 이 가운데 발해 관련 유산은 포함돼 있지 않다.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려면 일반적으로 먼저 해당 유산을 자국의 잠정목록에 올린 뒤 등재신청서 작성과 자문기구 심사, 현지실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현재 중국의 움직임은 잠정목록 등재에 앞서 신청 논리와 대상 유산을 정비하는 준비 단계로 볼 수 있다.
국감에서는 바로 이 단계부터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중국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미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 수립에 들어갔다"며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잠정목록 등재 등 공식 절차가 시작된 이후에야 대응하겠다는 입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재정 문체위원장도 2004년 중국의 고구려 유적 세계유산 등재 사례를 언급하며 "등재 관련 문구와 역사 해석이 정리된 뒤에는 이를 수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의 신청 절차가 시작되기 전부터 발해의 역사적 성격과 유산의 가치를 설명할 학술 논리와 국제 네트워크를 축적해야 한다는 취지다.
발해의 수도였던 중국 헤이룽장성 닝안의 상경용천부(上京龍泉府) 유적에 설치된 '발해상경궁성복원조감도' 안내판. 중국 지린성 등이 발해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전략 수립에 나서면서, 발해의 역사적 성격과 유산 가치를 둘러싼 선제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실제 중국과 한국의 발해사 서술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중국 지린성 지방지 자료는 발해를 말갈족을 주체로 중국 동북지역에 세워진 '지방 민족정권'으로 규정하고, 당 왕조에 귀속된 지방정권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올해 3월 공개된 지린성 공식 자료 역시 발해를 "중국 동북지역에 세워진 지방 민족정권"으로 설명했다.
반면 한국 학계와 국사편찬위원회 자료는 대조영이 고구려 유민을 중심으로 발해를 세웠고, 지배층과 문화에서 고구려 계승성이 뚜렷했다고 본다. 온돌과 무덤 양식, 도시·건축·미술 등에서도 고구려 문화의 계승 요소를 중요한 특징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중국이 향후 세계유산 등재신청서에서 발해유적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어떤 역사적 서술과 연결하느냐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고구려 세계유산 등재도 유사한 문제를 남겼다. 중국은 2004년 랴오닝·지린성의 '고구려 왕성·왕릉 및 귀족묘'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했고, 북한도 같은 해 평양과 주변 지역의 '고구려 고분군'을 별도 등재했다.
현재 유네스코는 고구려를 중국 동북부와 한반도 북부에 걸쳐 존재했던 왕국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 국가의 독점적 역사로 규정하지는 않지만, 등재신청 과정에서 축적된 연구와 설명 체계가 국제사회의 역사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발해 사례에 대한 사전 대응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가유산청의 대응 역량 부족 문제도 지적됐다. 허 청장은 "동북공정 등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면서도 "국가유산청 안에 세계유산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 최근 만들어졌지만 국외 업무를 수행할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국가유산청이 외교부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뿐 아니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등 국제 전문가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해 발해의 역사적 배경과 유산 가치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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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청장은 이에 대해 국제 전문가들과 개인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새롭게 다시 깨어나야 할 것 같다. 구체적인 계획을 잘 마련해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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