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섭외할 필요도 없네"…1500원짜리 얼굴로 SNS 진출한 25세 여성의 정체[AI 콘텐츠 명암]①
편집자주 카메라 앞에 선 사람 없이도 인공지능 배우가 탄생하고, 실존하지 않는 인플루언서가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주목받는다.
AI가 콘텐츠 제작 문턱을 낮추면서 소규모 제작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었다.
힉스필드에 사진과 영상을 올릴 때 '콘텐츠 제작에 사용되는 사진과 영상은 본인 소유이고, 화면 속 얼굴에 대한 허가가 필요하다'는 팝업이 떴다.
달라지는 콘텐츠 시장
모델·촬영장 없이 릴스 완성
제작은 쉬워졌지만…신뢰·창작자 보상은 과제
"슬래커코어 느낌의 코디를 즐겨 입는 20대 한국인 여성 인플루언서를 만들고 싶어. 사람의 얼굴, 전신 구상을 하나의 시트로 그려줘."
3분, 기자가 긴 흑갈색 머리에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을 한 25세 한국인 여성 인플루언서 '하시엔다'를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이다. 챗GPT 워크에서 AI 인플루언서의 외모와 옷차림을 설명하는 프롬프트를 작성했다. 편안한 옷을 무심하게 걸친 '슬래커코어' 스타일을 주문하자 얼굴과 전신 이미지가 나왔다.
이후 AI 콘텐츠 제작 플랫폼 힉스필드를 플러그인으로 연결해 AI 인플루언서 기능 초안을 첨부했다. 긴 팔다리와 큰 키, 개성을 살리기 위해 양쪽 눈동자 색이 다른 '오드아이'를 특징으로 선택했다. 모델 같은 큰 키에 회색·갈색 눈동자를 가진 캐릭터가 만드는 데에는 1.125토큰, 1500원밖에 들지 않았다.
만들어진 캐릭터와 함께 참고 영상을 첨부하고 '을지로 빈티지한 거리에서 포즈를 취하는 영상을 만들어줘'라고 입력하자 1080p 해상도의 릴스가 나왔다. 모델을 섭외하거나 촬영 장소를 찾을 필요는 없었다. 영상 한 편을 생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 사용한 토큰은 88개로, 9500원이 들었다. 릴스 2개와 프로필 사진을 올린 하시엔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드는 데까지 총 1시간 남짓 걸렸다. 해당 계정은 생성 하루 만에 조회 수 5000회를 돌파했다.
하지만 제작 절차가 간단하듯, 콘텐츠의 저작권과 AI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도 간단했다. 대부분은 이용자의 선언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었다. 힉스필드에 사진과 영상을 올릴 때 '콘텐츠 제작에 사용되는 사진과 영상은 본인 소유이고, 화면 속 얼굴에 대한 허가가 필요하다'는 팝업이 떴다. 해당 조항을 확인하면 될 뿐 원본의 소유권이나 사진 속 인물의 사용 동의를 입증하는 절차는 별도로 없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AI 크리에이터 여부나 AI 생성물 표시도 이용자가 직접 설정하는 절차였다.
콘텐츠 업계, AI로 제작·유통·소비 환경 변화
얼굴 없는 AI 인플루언서가 등장하면서 SNS 세상도 달라지고 있다. 미국 디지털 마케팅 업체 퍼스트페이지세이지가 지난 8월 공개한 '2026 AI 콘텐츠 제작 보고서'에 따르면 게시글·캡션에 AI 생성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분류된 비율은 최근 5년간 빠르게 높아졌다. 링크트인은 7%에서 54%, 엑스(X·옛 트위터)는 5%에서 41%, 페이스북은 6%에서 38%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인스타그램은 4%에서 29%, 틱톡은 2%에서 23%로 AI 게시물 점유율이 높아졌다.
AI 콘텐츠 제작을 장려하는 수익화 체계도 촘촘해지고 있어 AI 인플루언서의 수는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미국 숏폼 콘텐츠 플랫폼 런치포인트에서는 각 AI 제작 플랫폼과 연계해 AI 영상을 SNS에 게시하면 조회 수에 따라 보상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콘텐츠 조회 수 1000뷰당 1달러(약 1300원), 한 편당 최대 2000달러(약 267만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해외 AI 인플루언서 진 필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프랑스 패션 위크 현장, 옥상, 거리 등에서 춤추는 짧은 영상으로 인지도를 얻고 있다.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4만명을 돌파했고, 캐릭터와 연결된 밈 코인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AI로 인해 콘텐츠 업계는 제작부터 유통, 소비 환경 전반에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획과 편집을 맡는 사람은 필요하지만, 별도의 촬영 장비나 출연진 없이도 여러 장소와 상황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개인이나 소규모 사업자도 적은 비용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인물의 옷차림과 배경을 바꿔 후속 영상을 제작하는 등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제작 문턱이 낮아진 만큼 이로 인한 문제도 적지 않다. 조회 수에 따라 금전적 보상이 이뤄지는 플랫폼 특성상 AI로 양산하는 저품질 콘텐츠 'AI 슬롭'이 대표적이다. 실제 인물의 얼굴과 목소리를 무단으로 합성하는 딥페이크 악용 위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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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AI교육협회 회장인 문형남 숙명여대 융합국제학부 교수는 "앞으로 콘텐츠 제작은 사람이 기획과 창의적 판단을 담당하고 AI가 제작과 편집을 지원하는 협업 방식으로 바뀌며 생산성과 글로벌 확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AI 콘텐츠의 신뢰성과 창작자 보상을 동시에 높이는 산업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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