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국감]궁·능 관람료 내년 1월 인상 제동…'서비스 개선'부터 한다
20년 동결 관람료 '현실화' 일정 일단 보류
안내판·쉼터·화장실·모바일 입장 등 먼저 손질
한복 무료입장 기준도 재검토…새 요금·시행 시점은 미정
지난해 관람객 1781만 역대 최다에도 입장료 수입은 감소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시행하려던 궁·능 관람료 인상 계획을 사실상 연기했다. 관람료부터 올리는 대신 안내시설과 화장실, 예매·입장 시스템 등 관람 서비스를 먼저 개선한 뒤 적정 요금체계를 다시 마련하기로 했다. 한복 착용자 무료입장 제도의 형평성과 적용 기준도 함께 손본다.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당초 올해 11월 궁·능 관람료 현실화 방안을 발표하고 2027년 1월1일부터 새 요금을 적용하려던 일정을 변경했다.
새 추진 방향은 '관람료 인상 후 서비스 개선'에서 '관람서비스 개선→합리적 요금체계 마련→시행' 순으로 바뀌었다. 구체적인 새 관람료와 발표·시행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관람료 인상 자체를 백지화한 것은 아니지만 당초 예고한 내년 1월 시행은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8월 대통령 주재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20년 넘게 동결된 궁·능 관람료 현실화를 주요 개혁과제로 제시했다. 대국민 공개토론회 등을 거쳐 11월 새 관람료 기준을 내놓고 내년부터 적용하겠다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밝혔다.
현재 성인 기준 경복궁과 창덕궁 관람료는 각각 3000원, 덕수궁·창경궁·종묘는 각각 1000원이다. 조선왕릉은 대부분 1000원 수준이다. 궁궐과 왕릉 관람료는 2005년 조정 이후 20년 넘게 사실상 동결됐다.
관람료 현실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와 의견수렴도 진행됐다. 지난달 열린 대국민 공개토론회에서는 전문가와 일반인 등 66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전문가의 90%, 일반 국민의 50%가 관람료 인상에 찬성했다.
국민이 생각하는 적정 관람료 평균은 고궁 9203원, 능원 7196원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각각 7940원과 5950원을 적정 수준으로 봤다. 연구 과정에서는 단계적인 현실화 방안의 하나로 고궁·종묘 5000원, 능원 3000원 수준도 검토됐다.
국가유산청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요금 인상에 앞서 관람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선 안내판과 쉼터를 확충하고 노후 화장실을 정비하는 한편 간편결제, 다국어 키오스크, 사전예매, 모바일 입장권을 확대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과 모바일을 활용한 해설 서비스도 개선 대상에 포함됐다.
한복 착용자 무료관람제도도 재검토한다. 현재 궁·능에서는 한복을 착용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지만 생활한복과 외국 전통복식 등을 어디까지 한복으로 볼 것인지, 착용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를 두고 현장에서 논란이 이어져 왔다. 국가유산청은 제도의 형평성과 실효성을 포함해 한복의 범위와 착용 기준을 함께 살필 방침이다.
관람객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입장료 수입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해 4대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찾은 전체 관람객은 1781만4848명으로 2024년 1578만129명보다 12.9%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426만9278명으로 전체의 약 24%를 차지했다.
4대궁과 종묘만 놓고 보면 관람객은 2024년 1312만1020명에서 지난해 1503만1603명으로 14.6%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궁능유적본부 입장료 수입은 123억7934만원에서 120억9848만원으로 2.3% 감소했다.
유료 관람객이 4.1% 줄어든 반면 무료 관람객은 25.6% 늘어난 영향이 컸다. 전체 관람객 가운데 유료 관람객 비중도 37.2%에서 31.1%로 떨어졌다. 관람객 세 명 가운데 두 명가량이 무료 관람객인 셈이다.
현행 무료관람 대상은 연령과 국가유공자 여부 등에 따라 폭넓게 설정돼 있으며 한복 착용자도 포함된다. 관람료 현실화 논의에서 단순히 가격만 올리는 것보다 무료관람 제도의 범위와 형평성을 함께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최 의원은 "궁·능 관람료 현실화는 단순한 요금 인상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문화향유권과 궁·능의 보존·관리, 서비스 개선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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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은 서비스 개선을 우선 추진한 뒤 국민 부담과 공공성, 무료관람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새로운 요금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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