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국감]유네스코에 '2012년 철거' 약속했는데…한예종 의릉 별관 14년째 제자리
조선왕릉 등재 당시 정부가 철거·복원 확약
5차례 이전 용역에도 부지 못 정해…6월 말 로드맵 확정도 불발
유네스코 "이전 계획 무기한 연기" 지적…12월1일 보존상태보고서 제출
국가유산청·문체부 27일 재협의 예정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의릉 안에 자리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별관이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철거 시한을 14년 넘기고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후보지를 찾기 위한 용역을 다섯 차례 진행했지만 부지를 확정하지 못했고, 올해 6월 말까지 마련하기로 한 이전 로드맵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캠퍼스 전경. 한예종 석관동 별관은 조선왕릉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당시 정부가 2012년까지 철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전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가유산청 국정감사에서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09년 조선왕릉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의릉 내 한예종 시설을 2012년까지 철거하겠다고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에 확약했다.
당시 ICOMOS는 조선왕릉 등재 심사를 진행하면서 의릉 내 한예종 시설의 이전·철거 시기를 명확히 제시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는 2009년 2월 공식 답변을 통해 해당 시설을 철거하고 능제를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고, 철거 시한을 2012년으로 제시했다.
실제 2009년 조선왕릉 등재 당시 자료에도 의릉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시설을 2012년 철거한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그러나 약속한 시점에서 14년, 세계유산 등재로부터는 17년이 지난 현재까지 별관 이전·철거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전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예종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이전 후보지와 방식 등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다섯 차례 진행했다. 석관동 인근과 창동 차량기지 이전 부지, 과천 등을 검토했지만 실제 부지 선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2019년 이후에는 6년간 추가 후보지 연구용역도 진행되지 않았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7월 보고서에서 한예종 이전 논의가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2009년 정부의 확약 대상인 별관 지역과 본관 지역은 이전·철거의 법적·정책적 성격에 차이가 있는 만큼 이전 범위와 단계를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예종 전체 캠퍼스의 일괄 철거 문제와 의릉 내 별관 철거 약속을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유네스코도 문제를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 세계유산센터와 ICOMOS,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가 지난해 3월 실시한 조선왕릉 공동 모니터링 결과에는 의릉 내 한예종이 여전히 운영되고 있으며 이전 추진의 어려움으로 이전 계획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태라는 지적이 담겼다.
보고서는 한예종과 같은 시설이 세계유산 보존 목적과 장기적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며 단기적인 해결책과 함께 장기 이전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앞서 세계유산위원회도 2024년 의릉 주변 건축물 철거 진행 상황을 공식적으로 점검했다.
정부도 올해 다시 일정을 잡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6월12일 문체부·한예종·국가유산청 관계자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6월30일까지 이전 부지와 예산 등을 포함한 로드맵과 의릉 유산영향평가(HIA) 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가유산청이 7월과 9월 두 차례 문체부에 이전 추진 현황을 요청했음에도 8일 현재 회신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은 "6월 말까지 이전 로드맵을 확정하겠다던 약속도 100일 넘게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도 촉박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조선왕릉의 보존 상태와 권고사항 이행 현황을 담은 보고서를 오는 12월1일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한예종 이전·철거와 관련한 현실적이고 이행 가능한 일정과 계획을 이 보고서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날 국감에서 이전 로드맵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 문체부와 오는 27일 다시 만나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계획 확정과 번역, 외교부 경유 등 유네스코 제출 절차까지 고려하면 시간이 많지 않다"며 "문체부의 회신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국가유산청이 자체적으로 이전계획을 마련한 뒤 관계부처에 협조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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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석관동 별관 이전 문제는 단순한 학교 이전을 넘어 세계유산 등재 당시 국제사회에 한 약속의 이행 문제와 맞물려 있다. 17년간 후보지와 이전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반복되는 동안, 정부가 스스로 제시했던 2012년 철거 시한은 14년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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