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 9년째 남녀 교차 수상…역대 여성 수상자는 18명
래드브록스 찬쉐·카슨 공동선두…가르사·킨케이드·라이트도 주목
국내 독자는 애트우드 선택…하루키·머네인·핀천도 여전히 후보군

2026년 노벨문학상 주인공이 8일 오후 8시(한국시간) 공개된다. 발표가 임박하면서 중국의 찬쉐와 캐나다의 앤 카슨이 해외 베팅시장의 선두로 떠올랐고, 크리스티나 리베라 가르사와 저메이카 킨케이드 등 비유럽권 여성 작가들에게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와 호주의 제럴드 머네인, 미국의 토머스 핀천 등 오랜 '단골 후보'들도 여전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노벨상 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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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후보 명단과 심사 과정은 50년간 봉인된다. 발표 직전까지 확실한 후보를 알 수 없는 구조가 해마다 각국 문학계와 출판계, 베팅시장의 예측 경쟁을 낳는다. 1901년부터 지난해까지 노벨문학상은 118차례, 122명에게 돌아갔다. 이 가운데 여성 수상자는 18명이다.


올해 '여성 작가설'이 유독 힘을 받는 데는 최근 수상 결과도 한몫한다. 2017년 가즈오 이시구로 이후 올가 토카르추크(2018), 페터 한트케(2019), 루이즈 글뤼크(2020), 압둘라자크 구르나(2021), 아니 에르노(2022), 욘 포세(2023), 한강(2024),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2025)까지 결과적으로 남녀 작가가 9년 연속 한 해씩 번갈아 수상했다. 지난해 남성 작가인 크러스너호르커이가 상을 받으면서 올해 예상 명단에서 여성 작가들의 이름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현재 가장 앞선 두 이름도 여성이다. 영국 가디언이 7일 래드브록스 배당을 집계한 결과 중국 소설가 찬쉐와 캐나다 시인 앤 카슨이 나란히 10대1로 공동 선두에 섰다. 하루키가 14대1, 머네인과 핀천 등이 16대1로 뒤를 이었다. 마거릿 애트우드와 리베라 가르사, 킨케이드 등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베팅업체별 수치는 조금씩 달라 나이서오즈 집계에서는 찬쉐가 가장 낮은 배당을 유지하고 있다.

오늘 노벨문학상 발표…찬쉐·앤 카슨 선두, '여성 작가'에 쏠린 시선 원본보기 아이콘

본명 덩샤오화인 찬쉐는 중국 현대문학에서 가장 독특한 실험을 이어온 작가 중 한 명이다. 현실과 꿈, 욕망과 공포가 별다른 경계 없이 뒤엉키는 소설로 '중국의 카프카'라는 별칭을 얻었다. '신세기 사랑 이야기'는 2019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롱리스트에, 소설집 '나는 빈민가에 산다'는 2021년 같은 상 롱리스트에 올랐다. 몇 년째 베팅시장 최상위권을 오르내렸지만 아직 스톡홀름의 호명을 받지는 못했다.

캐나다 작가 앤 카슨. cortesa Fundacin Princesa de Asturias

캐나다 작가 앤 카슨. cortesa Fundacin Princesa de Asturi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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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슨은 찬쉐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장르의 경계를 허문다. 고전학자인 그는 고대 그리스 신화와 철학을 현대의 사랑과 욕망에 겹쳐놓고 시와 소설, 에세이, 번역의 문법을 자유롭게 섞는다. 대표작 '빨강의 자서전'은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한 괴물 게리온을 현대의 청년으로 되살린 운문소설이다. 스웨덴 현지에서도 고전문화와 대중문화, 이론과 문학사를 자유롭게 가로지르는 그의 작업이 올해 유력 후보군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막판에는 멕시코 작가 리베라 가르사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일부 실시간 예측시장에서는 8일 리베라 가르사의 수상 가능성이 크게 뛰는 흐름도 나타났다. 그는 1990년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된 여동생의 삶을 추적한 '릴리아나의 무적의 여름'으로 2024년 퓰리처상 회고록·자서전 부문을 받았다. 회고록과 탐사, 시적 전기를 결합해 여성살해와 젠더폭력을 파고든 작품이다.

멕시코 작가 크리스티나 리베라 가르사. 예스24

멕시코 작가 크리스티나 리베라 가르사.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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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현지에서 최근 부쩍 자주 보이는 이름은 킨케이드다. 카리브해 앤티가 출신인 그는 식민주의의 유산과 가족, 모녀 관계, 정체성을 날카롭게 파헤쳐왔다. 지난달 말 스웨덴 최대 문학 행사인 예테보리도서전에서 공로상인 '인어상'을 받았고, 스웨덴 국영라디오의 대표 문학 프로그램도 9월 한 달 동안 '애니 존'과 '루시'를 읽는 북클럽을 진행했다. 스웨덴 언론의 노벨상 전망에서도 킨케이드의 이름은 반복해서 등장한다.


후보군을 더 넓히면 '비유럽 여성'이라는 흐름은 더욱 뚜렷해진다. 스웨덴 언론에서는 아르헨티나의 사만타 슈웨블린과 마리아나 엔리케스, 호주 원주민 작가 알렉시스 라이트 등도 눈여겨볼 이름으로 거론된다. 특히 라이트는 원주민 공동체와 광산개발, 기후와 땅의 문제를 독창적인 집단서사로 펼쳐온 작가다. 유럽 중심의 오래된 후보군과는 다른 문학적 지형이 예측 명단 바깥에서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연합뉴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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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남성 작가들이 밀려난 것은 아니다. 하루키는 올해도 래드브록스 14대1로 최상위권에 있고, 머네인과 핀천도 뒤를 잇는다. 살만 루슈디와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 세사르 아이라, 아미타브 고시 등도 여러 해외 전망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하루키는 이제 노벨문학상 발표일마다 이름이 불리는 대표적인 '만년 후보'가 됐다.


국내 독자의 예상은 해외 배당판과 조금 다르다. 알라딘이 8일까지 진행 중인 독자 투표에서는 애트우드가 39.76%로 압도적 1위다. 하루키가 19.07%, 찬쉐 8.80%, 카슨 4.61%로 뒤를 잇는다. 황석영은 3.71%로 5위, 루슈디와 킨케이드도 각각 3% 안팎의 표를 얻고 있다. 예스24가 앞서 집계한 투표에서도 애트우드가 22%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예측이 그대로 적중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베팅시장에서 상위권에 있었지만, 2024년 한강의 이름은 발표 직전 주요 배당판 최상단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반대로 욘 포세나 아니 에르노처럼 오랫동안 예상 명단을 맴돌다 결국 수상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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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역시 찬쉐와 카슨이 선두를 지킬지, 가르사나 킨케이드 같은 이름이 치고 나올지, 혹은 예상표 밖에서 전혀 다른 작가가 등장할지는 오후 8시 스톡홀름의 문이 열려야 알 수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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