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루이, 3년간 8건·415억달러 수출
CSPC·한소·신다도 잇단 대형 계약
후속 신약 쏟아내며 기술수출 선순환

편집자주중국의 산업굴기가 그 영역을 빠르게 넓혀가는 가운데 바이오 분야에서의 위압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들과의 신약 후보물질 기술거래와 관련해선 전례가 없거나 매우 파격적인 성과를 최근 몇 년 간 끊임없이 창출하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경쟁국들을 너끈하게 추월하는 양상이다. 중국의 이 같은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글로벌 산업계에서 쌓아올린 신뢰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때 중국을 리드하던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①中신약 통째로 쓸어담는 빅파마

②한번 팔기도 어려운데 中은 팔고 또 판다

③84억달러에 팔린 中신약, 3년 뒤 성적표는

④韓, 후기개발 체력전 버틸 수 있나


중국 헝루이제약은 지난 9월 임상 1상 진입을 앞둔 비만·당뇨 신약 초기 후보물질 HRS-1596의 중화권 외 권리를 노보노디스크에 넘겼다. 계약 규모는 최대 26억달러(약 3조7000억원)다. 계약 규모 못지 않게 눈길을 끄는 대목은 헝루이제약의 대형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거래의 빈도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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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이후 헝루이제약이 글로벌 빅파마와 맺은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 규모 라이선스 아웃 계약은 HRS-1596에 대한 노보노디스크와의 계약을 포함해 무려 8건이다. 잠재 총계약액은 415억달러에 이른다. 이 같은 실적은 19일 아시아경제가 관련 공시 및 발표자료 등을 바탕으로 지난 3년 간 글로벌 빅파마에 대한 중국 바이오기업들의 10억달러 이상 규모 기술수출 사례 104건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집계됐다.


헝루이제약의 활약은 중국의 바이오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헝루이제약만이 유독 빛나는 것도 아니다. 같은 기간 CSPC는 총 320억달러 상당 7건의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이끌어냈고 한소제약은 6건(114억달러), 신다바이오는 5건(329억달러)의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맺었다.

[C쇼크, 벼랑 끝 K산업|바이오]②"한국은 한 건도 어려운데"…너도나도 중국 기술 사 간다, 415억달러 계약 비결 원본보기 아이콘

이들 네 개 기업의 실적을 합치면 총 26건으로, 중국 바이오 업계 전체의 25% 수준이다. 잠재 계약액 기준으로는 약 41%에 달한다. 유망 신약 하나에 거의 모든 자원을 집중 투입한 다음 그 기술을 수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후보물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이를 잇따라 라이선스 아웃으로 연결시키는 선순환에 힘입어 업계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짧게는 수 년, 길게는 십 수 년을 기다려 어엿한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한 건만 체결해도 주목 받는 우리 업계의 현실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집계 내역을 보면, 국내에서 같은 기간과 거래액 규모를 기준으로 하나의 기업이 3건 이상의 거래를 맺은 사례는 전무하다. 전통제약사와 바이오 기술기업을 합쳐 모두 3곳이 2건의 계약을 체결한 사례는 있는데, 사실상 플랫폼 기술을 이전한 경우여서 전혀 다른 파이프라인 여러 개를 수출한 사례와는 비교하기가 어렵다는 평가다.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이처럼 약진하는 배경에는 압도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정보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가 선정한 중국 바이오의약품 혁신 100대 기업 가운데 상위 20개 혁신기업의 2024년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 중앙값은 22%에 이른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 중앙값은 12%에 머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배경에 힘입어 중국 바이오 업계 전체의 파이프라인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중국에서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은 3381개, 진행 중인 임상시험은 2580건에 달하는 것으로 클래리베이트는 집계했다. 후보물질을 임상 단계로 끌어올리는 속도도 빨라졌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중국에서 초기 신약 발굴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진입까지 걸리는 기간이 다른 나라에 견줘 50~70% 짧은 것으로 분석했다.


후기 임상의 환자 모집 속도는 미국과 유럽의 2~5배 수준으로 평가된다. 대규모 환자군과 임상기관,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생태계가 동시에 확대되며 한 회사가 여러 후보물질을 병렬로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높은 R&D 비중과 속도전이 가능한 매커니즘은 라이선스 아웃 계약의 형태와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헝루이제약이 지난해 GSK와 맺은 계약에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후보 HRS-9821 외에 최대 11개 추가 프로그램이 포함됐다. 헝루이제약이 후보를 발굴해 초기 임상까지 진행하면 GSK가 후속 개발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앞서 지난 5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와 체결한 계약에는 기존 후보와 앞으로 공동 발굴할 신약을 합쳐 13개 프로그램이 들어갔다. 글로벌 빅파마 입장에서는 개별 후보물질을 하나씩 확보하는 걸 뛰어넘어 앞으로 나올 후보물질까지 먼저 손에 넣을 수 있는 셈이다.


개발 분야도 항체약물접합체(ADC)에서 이중·다중항체와 소분자, 리보핵산(RNA), 비만·대사질환 등으로 넓어졌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글로벌 항체·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의 30% 이상을 중국 기업이 개발하고 있다. 중국 임상 파이프라인의 절반 가까이는 아직 세계적으로 임상 3상이나 시판 제품이 없는 새로운 작용기전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후보물질의 숫자가 늘어난 데 그치지 않고 타깃과 모달리티가 다양해지면서 한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져도 다른 후보를 내놓을 여지가 커졌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는 특허 만료로 영향을 받는 글로벌 바이오·제약업계 매출이 2030년까지 2300억달러(약 307조7400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매번 새로운 바이오기업을 찾아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실사하기보다 한 번 거래한 회사에서 여러 초기 후보물질을 확보한 뒤 임상 결과에 따라 개발 우선순위를 결정할 유인이 커진다는 의미인데, 이런 환경에서 중국 바이오기업들에 대한 주목도가 점점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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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기술수출 한 건은 좋은 후보물질 하나로도 가능하지만 반복적인 거래는 회사의 R&D 생산성이 저변에서 받쳐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면서 "특정 후보물질을 라이선스 아웃한 뒤에도 R&D가 끊기지 않고 두 번째, 세 번째 기술자산 축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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