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원 '인터넷 종합쇼핑몰업' 개념 첫 판시…쿠쿠매트, 쿠쿠전자 상대 승소
특허심판원 결정 법원서 뒤집혀
사업자 규모 아닌 취급 상품이 판단 기준
소규모 사업자가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상품들을 판매·중개할 경우에도 '인터넷 종합쇼핑몰업'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상표법령상 '인터넷 종합쇼핑몰업'의 개념에 관해 구체적으로 판시한 첫 판결로, 거대 자본이나 대규모 플랫폼을 갖추지 못한 소규모 사업자도 종합쇼핑몰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제5부(재판장 김재령)는 '쿠쿠매트' 상표권자인 쿠쿠매트 대표 구모씨와 김모씨가 쿠쿠전자의 계열사인 쿠쿠홈시스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의 상표등록 취소 심결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달 15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먼저 재판부는 "'인터넷 종합쇼핑몰'의 본질은 인터넷의 가상 영업장에서 '다양한 상품들을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들을 편리하게 비교·선택·구매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함에 있다"며 "따라서 '인터넷 종합쇼핑몰'이 반드시 쇼핑몰에 다수의 판매자들이 입점하는 것으로 한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리고 재판부는 "원고 구씨는 '쿠쿠매트'라는 표장 아래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판매해 왔고, 네이버 스마트스코어, 공식 쇼핑몰, 블로그, 유튜브 채널 상단 등의 광고에 상표를 표시해 사용해 왔다"며 "이 사건 등록상표는 상표권의 공유자 중 1인인 원고 구씨에 의해 이 사건 심판청구일 전 3년 이내에 국내에서 정당하게 사용됐으므로 상표법상 등록취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특허심판원이 이 사건에 관해 한 심결을 취소한다"고 결론 내렸다.
지정상품을 '인터넷 종합쇼핑몰업'으로 지정하고 '쿠쿠매트' 상표를 등록한 구씨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자체 공식 쇼핑몰에서 각종 매트와 기스 제거제, 소변기 탈취제, 오프너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했다.
그런데 2024년 2월 쿠쿠밥솥으로 유명한 쿠쿠전자의 계열사인 쿠쿠홈시스는 구씨와 상표권 공유자인 김씨를 상대로 "쿠쿠매트의 상표등록을 취소해달라"며 특허심판원에 상표등록 취소 심판을 청구했다. 두 사람이 등록한 상표를 지정상품인 '인터넷 종합쇼핑몰업'에 3년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올해 1월 특허심판원은 쿠쿠홈시스의 청구를 받아들여 구씨 등의 '쿠쿠매트' 상표 등록을 취소하라고 심결했다.
특허심판원은 '종합쇼핑몰'을 백화점처럼 서로 독립적으로 경영되는 여러 소매점포가 모여있는 상업 중심 건물로 해석했다. '인터넷 종합쇼핑몰업'은 인터넷·온라인을 통한 가상의 종합쇼핑몰을 운영하는 업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기준에 따를 때 구씨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라는 하나의 온라인 매장을 통해 매트, 청소용품, 생활용품 등을 판매한 것은 인터넷 종합쇼핑몰업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구씨와 김씨는 이 같은 심결에 불복, 특허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번 사건에서 쿠쿠매트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YK의 김동진 변호사는 재판에서 산업혁명기에 등장한 자동차를 기존의 마차와 같은 기준으로 바라봤던 역사적 사례를 비유로 들었다. 마차와 자동차는 모두 바퀴로 사람을 실어 나르지만, 동력과 운송방식이 전혀 다르듯이 온라인의 새로운 영업 형태를 공간과 입점 구조를 전제로 한 오프라인 백화점·대형마트의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펼쳤다.
세계 최대 상거래 기업인 아마존 역시 처음에는 작은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해 취급 상품을 확대하면서 세계적인 종합쇼핑몰로 성장했다는 사실도 부각했다. 27년간 판사로 재직한 뒤 올해 YK에 합류한 김 변호사는 법관 시절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거치며 상표 등 지식재산권을 오래 연구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YK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인터넷 종합쇼핑몰업'에 대해 반드시 '다수의 판매자들이 한 공간에 모여 다양한 상품을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쿠쿠홈시스 측 주장을 배척했다.
대신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니스(NICE) 국제 상품분류 등을 근거로 '인터넷 종합쇼핑몰업'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상품들을 직접 판매하거나 제3자를 통해 판매·중개하는 종합쇼핑몰을 운영하는 업'이라고 정의했다.
종합쇼핑몰의 '종합'이라는 개념의 본질은 '다수의 판매자'가 아니라 '다양한 상품들의 판매'에 있으며, 사업자의 규모가 아니라 취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내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온라인 공간에서 여러 종류의 상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영업을 계속해 왔다면, 사업 규모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인터넷 종합쇼핑몰업'에서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다.
김동진 변호사는 "온라인 시장에서는 작은 사업자도 자신의 상품을 중심으로 다른 사업자의 여러 상품을 함께 판매하면서 사업 영역을 넓혀갈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은 사업자의 크기나 외형보다 실제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영업 방식을 봐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단독]다이소에 '3000원 화장품' 사러 왔다가…옆...
이어 "오늘의 작은 온라인 사업자가 내일의 대형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이 자신의 브랜드를 키워가는 소규모 사업자와 창업자들에게 하나의 희망적인 선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