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살인 이은해, 도박 적발돼 징벌방…교도소 속 '우표 경제'
교정시설 우표 도박 적발 4년간 1000여명
빨래·설거지 대가로 거래되고 현금화까지
이른바 '가평 계곡 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은해가 교정시설에서 우표를 판 돈으로 도박을 벌이다 적발돼 징벌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8일 KBS는 이은해가 지난해 '사행 행위 우표 거래'를 이유로 금치 9일의 징벌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금치는 교정시설 수용자에게 내려지는 징벌 가운데 하나로, 일정 기간 별도의 징벌 거실에 수용해 공동생활이나 활동 등을 제한하는 조치다. 이은해는 A4 용지를 잘라 만든 카드를 이용해 다른 수용자들과 우표를 이용해 도박을 벌였던 사실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정시설 내부에서 성행하는 이른바 '우표 도박'의 실태도 주목받고 있다.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우표가 사실상 현금처럼 사용되며 도박과 수용자 간 거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실태도 드러났다. 최근 4년간 전국 교정시설에서 우표를 걸고 도박하다 적발된 수용자는 1000명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용자들은 대형 봉투를 잘라 화투패를 만들거나 종이로 카드를 제작한 뒤 우표를 걸고 도박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판돈으로는 장당 3830원짜리 등기 우표 등이 사용됐다.
도박 규모도 적지 않았다. 일부 수용자는 하루에만 25만원 상당의 우표를 판돈으로 걸었으며, 도박으로 100만원어치의 우표를 잃은 사례도 확인됐다. 우표 도박은 화투와 카드 게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오목이나 바둑의 승패를 두고 우표를 걸거나 스포츠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방식으로도 이뤄졌다.
우표는 도박뿐 아니라 수용자 사이에서 사실상 화폐처럼 통용되기도 했다. 일부 수용자들은 다른 수용자에게 우표를 건네고 빨래나 설거지 등의 일을 대신하게 하는 방식으로 거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정시설 밖에서 수용자의 각종 업무를 대행하는 이른바 '수발 업체'를 통한 현금화 사례도 전해졌다.
일부 업체는 우표 액면가의 30%가량을 수수료로 공제한 뒤 나머지 금액을 현금으로 바꿔 수용자의 영치금 계좌에 입금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교정시설에 수용됐던 A씨는 KBS에 우표를 100장 넘게 보유하면 설거지나 빨래를 하지 않고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취지로 내부 실태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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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우표가 거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교정시설의 우표 구매 규모도 증가했다. 전국 교도소의 우표 구매액은 최근 4년 사이 약 5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만 150만원 이상의 우표를 구매한 수용자가 980명에 달했다. 교정시설 밖의 수발 업체를 둘러싼 불법행위 논란도 제기된 바 있다. 일부 업체가 수용자를 대신해 스포츠토토에 베팅하거나 금품을 받은 뒤 잠적한 사례 등이 보도되면서 수용자 대상 외부 대행 서비스의 관리 사각지대가 문제로 떠올랐다.
한편 이은해는 지난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공범 조현수와 함께 남편 윤 모 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은해와 조현수는 수영을 하지 못하는 윤 씨가 계곡물에 뛰어든 뒤 제대로 구조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이 윤 씨 명의로 가입된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은 같은 해 2월 복어 독이 든 음식을 먹이거나 5월 낚시터에서 물에 빠뜨리는 방식으로 윤 씨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았다. 2023년 9월 대법원은 이은해에게 무기징역, 조현수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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