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한 번에 여러 기업 피해
고객 접점 공격부터 클라우드 마비까지
사이버보험, '동시다발 손실' 경계

사이버 공격이 고도화되고 피해가 여러 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험사가 손실 규모와 보장 범위를 판단하기도 까다로워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인공지능(AI) 관련 사이버 위험을 보험 보장 대상으로 명확히 하는 사례가 등장한 가운데 클라우드와 같은 공통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 다수 기업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이버보험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언더라이팅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손실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새로운 위험을 평가하고 인수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활용 공격 확산…사이버보험, 해킹 피해 어디까지 보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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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전문보험사 CFC는 금융기관 대상 보험상품에 AI가 관련된 사이버 위험을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문구를 추가했다. 해당 사이버위험의 보장 여부를 약관에 표시해 보험 적용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랜섬웨어, 금융사기, 업무 중단 등 기존 사이버 위험에 대한 보장도 제공한다.

이와 함께 CFC는 AI 관련 보장이 적용될 수 있는 가상 사례로 금융회사의 AI 고객상담 시스템이 공격을 받아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상황을 제시했다. 공격자가 AI 시스템을 조작해 민감한 고객 정보를 제3자에게 노출시키는 경우에 보장 대상 사이버 사고에 해당하면 대응을 위한 전문 지원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사이버 위험은 개별 기업의 피해를 넘어 여러 곳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다수 기업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클라우드나 데이터센터가 공격받으면 다른 기업의 업무 중단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글로벌 재물보험사 FM과 이코노미스트 엔터프라이즈가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21개국의 데이터센터 관련 산업 고위 경영진 1800명 가운데 88%는 사이버 공격이 디지털 인프라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답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같은 인프라를 이용하는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개별 기업의 보안 수준만 살펴봐서는 하나의 사고가 여러 기업으로 번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손실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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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이버보험 시장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기업 사이버보험 계약 건수는 7683건으로 전년 5406건보다 42% 증가했다. 원수보험료도 2021년 478억원에서 지난해 801억원으로 68% 늘었다. 다만 AI를 활용한 새로운 공격이나 대규모 인프라 장애처럼 사고 경험과 통계가 충분하지 않은 위험은 보험료와 보장 한도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 위험 평가 및 인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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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이 해킹을 당하면 당장 시스템을 복구하고 업무를 정상화하는 게 급한데 정작 보험으로 어떤 비용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지 명확히 알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사고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클라우드 같은 공통 인프라가 마비되면 여러 기업의 보험금 청구가 한꺼번에 몰릴 수 있어 이 같은 대형 위험에 대해서는 보장 범위와 면책 기준을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 후 피해가 확대되기 전에 사이버보험에서 초기 조사, 복구, 법률 대응 등을 지원하는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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