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은 열심히 노력하는 수준 높은 우리나라의 안무가와 무용수들을 '빅네임'으로 끌어올려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진엽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은 7일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공연연습장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국립현대무용단의 운영 방향을 밝혔다. 차 예술감독은 지난 5월19일 3년 임기의 제6대 국립현대무용단 단장 겸 예술감독에 임명됐다.
2024년 서울시발레단 창단과 지난해 GS아트센터 개관 등을 계기로 해외 유명 안무가들의 작품을 국내에서 접할 기회가 부쩍 늘었다. 올해의 들어서만 알렉산더 에크만, 요한 잉거, 웨인 맥그리거 등 해외 유명 안무가들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됐고 지난 4월에는 '현대 발레의 혁명가'로 불리는 프랑스 출신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1927~2007)가 창단한 베자르 발레 로잔이 내한해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과 함께 베자르의 대표작 '볼레로'를 공연하기도 했다. 해외 유명 작품 공연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국립현대무용단의 관객 확보에 대한 고민이 늘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차 예술감독은 해외 유명 안무가들과의 협업을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국가를 대표하는 현대무용단으로서 국내 창작자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차 예술감독은 "우리나라에는 실력 있고 능력 있는 창작자들이 정말 많다"며 "이들을 잘 발굴하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 성장시키고, 그 작품을 세계 무대에 선보이는 것이 국립현대무용단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명 해외 안무가의 작품을 앞세워 관객을 끌어들이는 방식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차 예술감독은 "이미 대중에게 잘 알려진 안무가를 데려오면 처음에는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며 "물론 관객 수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국립현대무용단은 수익 사업을 하는 단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무용을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국내 안무가와 무용수들에게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차 예술감독은 "현대무용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질문과 의미를 국민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무용 현장, 예술 현장의 예술가들과 더 많은 접점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차 예술감독은 해외 유명 안무가들이 잇달아 국내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 굉장히 박탈감이 들기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차 예술감독은 이날 국립현대무용단의 새로운 미션으로 '몸으로 시대를 묻고, 춤으로 사람과 세계를 움직인다'를 제시했다. 비전으로는 '함께 가꾸는 창작 공동체'를 내세웠다. 국가를 대표하는 현대무용 창작기관으로서 작품의 예술적 깊이를 더하고, 창작자들이 함께 탐구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관객이 몸과 춤을 경험할 기회를 넓혀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예술적 방향으로 '바딩(BODYING)'을 제시했다. 차 예술감독은 바디에 ing를 붙인 바딩에 대해 "단순히 몸을 고정된 몸, 완성된 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계속 형성되고 변화하는 몸을 바라보는 예술적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차 예술감독은 국립현대무용단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용단체로서 어떻게 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지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부단히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립기관이라는 제약과 한계 때문에 마음껏 펼쳐 보이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며 "우리나라 현대무용의 역사를 탄탄히 다지는 동시에 국립 무용단체로서의 자산을 꾸준히 축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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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예술감독은 자신의 예술적 방향을 담은 안무작들을 올해 말부터 잇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11월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 홀에서 취약하고 유한한 몸을 가진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 '비잉 비잉 빙(BEING BEING 氷)'을 공연할 예정이다. 내년 4월에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몸·균·살' 시리즈의 첫 작품 '아직 마르지 않았다'를 무대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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