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도입 3년 간 1건 적용

상속세를 그림으로 낼 수 있을까. 2023년부터 문화유산이나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대신 내는 '문화유산·미술품 물납제'가 도입되면서 우리나라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여태 이 제도를 활용해 상속세를 물납한 사람은 단 한명 뿐이다.


상속세 대신 물납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나 미술품은 회화·판화·조각·공예·서예 등 장르 구분이 없다. 절차는 상속인이 세무서에 신청하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작품의 가치 등을 심의한 뒤 세무서가 국고 손실 가능성 등을 따져서 최종 허가하게 된다.

첫 사례이자 2026년 10월까지 유일한 사례는 2024년 10월 나왔다. 상속인이 물납 신청을 한 작품 10점 가운데 이만익의 '일출도', 전광영의 '집합', 중국 작가 쩡판즈의 '초상' 2점 등 4점이 받아들여졌다. 모두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이다. 감정평가액은 25억9500만 원으로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미술품 상속 물납제 적용 사례가 드문 이유는 신청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거액의 상속 재산을 받은 사람이 물납제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물납 신청한 미술품이 상속 재산이어야 한다. 상속받은 미술품이 아니라 상속인이 평소 보유하고 있는 미술품을 금전 대신 낼 수 없다는 말이다.

또한 물납제 신청을 하려면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 규모가 2000만 원을 넘어야 하고, 이 돈이 상속받은 금융재산의 가액보다 많아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예금·주식 등 상속받은 금융재산의 가액이 납부할 상속세보다 많다면 미술품을 함께 상속받았더라도 물납을 신청할 수 없는 셈이다.


이런 조건들을 모두 통과하더라도 해당 미술작품의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가치 등에 대한 심의라는 산을 다시 넘어야 한다.


당초 물납제를 도입한 취지는 납세의 편의뿐 아니라 주요 문화자산의 해외 유출을 막고, 국가가 작품을 확보해 전시 등을 통해 국민이 그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김현진(사법연수원 37기) 인하대 로스쿨 교수는 2026년 9월 9일 한국상속신탁학회 세미나에서 문화유산의 해외 유출 방지와 국공립 미술관 소장품 확충 등을 물납제의 순기능으로 꼽기도 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피카소 유족이 고인의 작품을 상속세 대신 프랑스에 냈고, 피카소 유족이 프랑스에 내놓은 작품들은 파리에 있는 피카소 미술관의 주요 컬렉션이 됐다.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도 작고한 유명 예술가 유족이 물납한 미술품으로 컬렉션을 확충했다.


김상훈(33기) 법무법인 트러스트 대표변호사는 "미술품 상속세 물납제가 지나치게 엄격한 요건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미술품을 상속받은 경우로 대상을 한정할 필요가 없고, 금융재산이 부족한 경우에만 물납을 허용하는 요건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D

조한주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