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막으면 뭐하나" 외곽 집값은 4억 '껑충' 20억 찍었다…"규제의 함정에 빠져"[서울전역 토허제 1년]
갭투자 차단 효과 불구 외곽 집값 급등 역효과
"무차별 지정은 문제"…"일부 해제" 주장도
전방위적인 토허구역 지정이 이뤄진지 1년. 하지만 전문가들은 토허제의 정책 효과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를 차단했음에도 주택 거래량에 변화가 거의 없는 것은 물론 가격은 여전히 우상향 중이기 때문이다. 연말 종료 시한을 앞둔 정부는 시장상황을 살펴 연장 혹은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갭투자가 차단됐지만 외곽지역 집값이 급등하면서 역효과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노원구 일대 전경.
노원·강서·성북·구로 거래허가 비중 30% 넘어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25개 자치구 전체가 토허구역으로 묶인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8월까지 서울 지역 주택 토지거래허가 건수는 총 5만5990건이다. 이중 거래허가가 가장 많은 곳은 노원구로, 서울 전체의 12.4%인 6941건이었다. 이어 ▲강서구 3921건 ▲성북구 3506건 ▲송파구 3479건 ▲구로구 3327건 등의 순이었다. 송파구를 제외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4개구 거래허가 비중은 31.6%에 달했다.
반면 서울 전체 아파트 가구 수의 21.5%를 차지하는 강남3구의 허가량은 7337건으로 전체 5만5990건의 13%에 그쳤다. 강남구의 경우 4월 445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5월 315건, 6월 177건, 7월 131건으로 줄어든 데 이어 8월에는 93건으로 쪼그라들었다. 서초구 역시 비슷한 추세를 보이며 8월 허가량이 77건에 머물렀다.
갭투자 차단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전체 매매 거래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강남권 거래가 위축됐지만 외곽지역 거래가 증가하면서 이를 상쇄한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 분석 결과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7만896건이었다. 이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간 거래량은 6만7942건이었다. 갭투자 차단에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2% 줄어드는데 그쳤다.
갭투자 차단했지만 외곽 집값 4억 뛰기도…임대차도 불안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통계시스템 분석 결과 거주 목적 외 주택 취득 금지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현재진행형이다.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한 곳 역시 거래가 집중된 외곽 지역이다. 동북권이 이 기간 92.73에서 103.25로 11.34%, 서남권은 91.11에서 102.44로 12.43% 뛰었다. 서북권 역시 11.34%의 상승률을 보였다. 강남3구로 구성된 동남권은 같은 기간 93.01에서 100.96으로 8.54% 상승했다.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 84㎡ E타입(전용면적 기준)의 지난해 10월 실거래가는 16억3000만원(23층)이었지만 가장 최근 실거래가는 올해 7월 20억원(15층)까지 찍었다.
지은지 20년이 훌쩍 넘은 외곽 노후단지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0월 토허구역 지정 직전 8억3000만~8억7000만원이었던 구로구 개봉동 현대아파트 84㎡ A타입 실거래가는 지난달 11억9500만원(19층)을 기록했다.
"무차별 지정은 과도…정밀한 효과 분석 필요"
10·15대책을 통해 이뤄진 토허구역 지정 효과는 일단 오는 12월 31일로 만료된다. 이후 정부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지정 기간을 연장하거나 해제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거나 거래량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한다는 등의 해제 요건이 있지만 현재로선 단기간내 가격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학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토지거래허가제의 무차별 지정으로 '규제의 함정'에 빠졌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정책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지만 이를 쉽게 철회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풍선효과로 인해 토허구역 대상을 늘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지자체인 서울시는 지난해 2월 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대 91개 단지 4만3772가구를 토허구역에서 해제했지만, 강남권을 중심으로 거래가 급증하고 집값이 뛰자 결국 한달여 만에 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토허구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에 따르면 당시 토허구역 해제 직후 35일 만에 거래는 3배 급증하고 거래대금은 7조8000억원에 육박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규제가 장기간 지속되다 보니 전·월세 물건이 줄어드는 예상치 못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토허구역을 해제해야 시장에 전·월세 물건이 물리겠지만 갭투자 때문에 쉽게 풀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들여다보며 지정 연장이나 대상 지역 확대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현재 상황으로는 토허제에 대한 수요가 어느 정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홍 장관은 다만 토허구역 확대 지정 여부에 대해 "주택가격 상승, 청약경쟁률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홍 장관은 지방자치단체가 구역을 대규모로 해제할 경우 국토부와 사전 협의하고 시장 영향을 분석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필요할 경우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단계적 해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전·월세 불안 등 시장 불안 해소를 위해 일시에는 다 못 풀어도 주요 지역을 제외하곤 먼저 풀어야 한다"며 "강남권을 제외한 서울 외곽이나 경기권이 우선 해제 필요 지역들"이라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토허구역 지정이라는 정책 수단은 제한적으로 정밀하게 쓰여야 하는데 애초에 너무 광범위하게 지정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다만 현 상황에서 기존 토허구역의 일부 해제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시장은 이를 통해 정부의 정책 의지를 보는 것 같다"며 "자칫 기존 토허구역을 해제할 경우 시장에 '갭투기를 허용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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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해 2월 서울 강남권 일부 지역을 토허구역에서 해제했을 당시 경험했듯 해제 여부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변 교수는 그러나 "이번에는 구역이 너무 광범위하게 지정된 측면이 있다"면서 "기간 만료를 앞두고 허가 구역 범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는 충분한 효과 분석을 통해 재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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