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거 아니었나? 확진자 무서울 정도로 급증"…결국 '재난 비상사태' 선포한 美
美 홍역 확진자 3900명 육박
뉴욕주 올해만 108건…비상사태 선포
백신 불신·접종률 하락에 재유행
한때 사실상 사라진 감염병으로 여겨졌던 홍역이 미국에서 다시 확산하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들어 미국 전역에서 확인된 홍역 환자는 3800명을 넘어섰고, 뉴욕주는 주 전역에 재난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높은 예방 접종률을 바탕으로 2000년 홍역 퇴치를 선언했던 미국이 팬데믹 이후 백신 불신과 접종률 하락의 여파로 다시 대규모 유행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주, 주 전역 비상사태…의료 대응 대폭 확대
6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홍역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주 전역에 재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25년 미국에서 홍역 확산이 본격화한 이후 주정부 차원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컬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으로 누구도 중병에 걸리거나 사망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긴급 조치는 뉴욕 시민을 보호하는 동시에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지역사회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주의 비상사태는 다음 달 4일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행정명령에 따라 홍역 검사와 예방접종에 참여할 수 있는 의료 인력의 범위도 넓어진다. 등록간호사(RN)는 홍역이 의심되는 환자에 대한 검사를 지시할 수 있게 됐으며 약사와 구급대원, 조산사 등도 백신 접종에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약사가 홍역·볼거리·풍진(MMR)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대상은 2세 이상 아동으로 확대됐다.
모든 MMR 백신 접종 기록은 접종 후 72시간 이내 뉴욕주 또는 뉴욕시 예방접종 등록 시스템에 의무적으로 입력해야 한다. 감염 확산을 차단하는 동시에 접종 현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접종률 낮은 농촌 중심 확산…뉴욕 108명
뉴욕주에서는 지난 3일 기준 올해 누적 108명의 홍역 확진자가 보고됐다. 이 가운데 뉴욕시에서 발생한 환자는 7명이며 대부분의 확진 사례가 7월 중순 이후 집중됐다.
특히 지난 7월15일 이후에만 18개 카운티에서 92명의 환자가 추가로 확인됐다. 이들 지역은 대체로 예방 접종률이 낮은 농촌 지역으로 낮은 면역 수준이 집단적인 감염 확산의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지역의 접종률은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홍역 발병률이 높은 뉴욕주 일부 카운티에서는 2세까지 1차 백신을 맞은 아동의 비율이 80%에 미치지 못했다. 인구밀도가 낮은 예이츠 카운티의 경우 접종률이 약 53%에 그쳤으며, 올해 홍역 확진 사례도 3건 발생했다.
뉴욕주의 확진자 수 자체는 펜실베이니아보다 크게 적지만 주 당국이 비상사태까지 선포한 배경에는 주 경계를 맞댄 지역에서 빠르게 번지는 홍역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펜실베이니아 1004명…'백신 불신' 기독교 공동체서 집단감염
뉴욕주와 맞닿은 펜실베이니아주의 상황은 한층 심각하다. 펜실베이니아주 보건당국은 지난 5일 올해 홍역 누적 확진자가 1004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한 개 주에서 발생한 홍역 유행으로는 30여 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최근 일주일 동안에만 106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피해가 가장 큰 곳은 랭커스터 카운티로, 현재까지 39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지역에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기독교 공동체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보건당국에 따르면 전체 확진자의 99% 이상이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연령별로는 어린이보다 성인 환자가 많은 것이 특징으로 나타났으며 25~49세 환자가 가장 많았다. 18세 미만은 전체 환자의 32%를 차지했다. 피해 규모도 이미 상당하다. 현재까지 198명이 입원했고, 홍역으로 인한 사망자는 5명에 이른다.
홍역은 공기를 통해 전파될 수 있고 전염력이 매우 강한 호흡기 감염병이다. 잠복기는 7~21일로 평균 10~12일 정도이며, 발열과 발진을 비롯해 기침·콧물·결막염 등이 주요 증상으로 꼽힌다. 면역력이 없는 사람이 환자와 접촉할 경우 감염될 가능성이 90%를 웃돈다.
올해만 3887명…'퇴치국' 지위도 흔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1일까지 올해 미국 전역에서 확인된 홍역 확진자는 3887명이다. 약 3900명에 달하는 규모로, 지난해 한 해 동안 발생한 2289명을 이미 크게 넘어섰다. 1991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의 유행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접종률이 낮아진 것이 최근 홍역 재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거론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MMR 백신을 한꺼번에 접종하기보다 개별적으로 접종하도록 권고한 것이 백신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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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높은 예방 접종률을 바탕으로 2000년 홍역 퇴치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후 예방 접종률이 하락하면서 감염병이 다시 확산하는 상황에 놓였다. 국제 보건 당국은 다음 달 긴급회의를 소집하여 미국과 멕시코가 공식적인 '홍역 퇴치국' 지위를 유지할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재평가하고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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