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직전부터 올초까지 4년간 가격정보 교환
미국-이란 전쟁 직후엔 '가격 담합' 혐의도
부과기준율 최대 적용시 과징금 4.6조

국내 정유사 '빅4'인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가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로 유가가 급등락하는 상황을 이용해 가격 정보를 교환하고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심판대에 올랐다.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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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사무처는 두 회사의 휘발유·경유·등유 가격 담합 사건과 관련해 심사관이 조사한 위법 사실과 시정조치, 과징금 부과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피심인들에게 송부했다고 7일 밝혔다. 피심인들은 심사보고서를 받은 날로부터 8주 이내에 서면 의견을 제출하고 증거자료를 열람·복사하는 등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공정위는 이 절차가 끝나는 대로 전원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수위를 확정할 방침이다.


심사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지난 2022년 2월부터 미국·이란 전쟁 직후인 2026년 3월까지 약 4년 동안 휘발유와 경유, 등유의 입금가, 확정가, 판매정책 등 핵심 가격 정보를 지속해서 교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인 올해 3월 초에는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정유사가 주유소와 도매업체에 공급하는 판매가격인 입금가를 구체적으로 특정해 두 차례 합의하는 등 노골적인 가격 담합을 감행했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 행위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이 일평균 약 300억원, 총 44조1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정유사와 주유소 간 거래는 제품을 공급할 때 잠정 가격인 입금가를 적용한 뒤 익월 초 최종 가격인 확정가를 정해 정산하는 '사후정산제도'로 운영된다. 두 회사는 이 과정에서 가격 정보를 주고받으며 시장의 경쟁을 왜곡했다. 오행록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국제유가가 급변하는 전쟁 상황이 가격 정보를 교환하게 된 주요 계기로 작용했다고 본다"며 "주유소 공급 가격이 변동됨에 따라 소비자 가격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적발은 수십 년간 4개 사 과점체제로 유지되어 온 국내 정유 시장의 폐쇄적 구조와 맞닿아 있다. 2025년 기준 국내 경질유 시장은 SK에너지가 28.1%, HD현대오일뱅크가 21.0%, GS칼텍스가 23.3%, 에쓰오일이 25.5%로 4개 정유사가 전체 시장의 약 98%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 현장 조사 결과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위법 증거는 확인되지 않아 처분 대상에서 제외되었으나, 담합에 가담한 다른 두 회사의 점유율 합계만으로도 50%에 육박해 시장 경쟁 질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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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심사관은 양사의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1호의 가격담합 및 제9호의 정보교환 담합에 해당하는 중대한 위반행위라고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부과 의견을 냈다. 관련 법령에 따른 부당 공동행위 과징금 부과 기준율(3%~10.5%)을 고려할 때 관련 매출액 44조1000억원을 기준으로 한 과징금 최대 부과 가능 금액은 4조6300억원에 달한다. 오 국장은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가 아닌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한 이유는 가격담합보다는 정보교환이 주를 이루는 사건임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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