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30년 멈춘 '7광구'…韓日, 공급망 위기에 다시 대화 물꼬 트나
중동 의존 韓·日, 공급망 불안에 자원안보 이해 맞물려
협정 종료 가능 시점 임박…한·중·일 해양경계 셈법 복잡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30년 넘게 사실상 중단된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구역(JDZ·7광구)을 두고 일본과 다시 대화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유·액화천연가스(LNG) 공급망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한일 양국이 필요로 하는 자원안보 차원에서 공동개발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다. 2028년 협정 종료 가능 시점을 앞두고 답보 상태였던 7광구 논의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지 주목된다.
김 장관은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과 관련해 "양국이 필요로 하는 자원안보 차원에서 대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협정은 1974년 체결돼 1978년 발효됐다. 제주도 남쪽과 일본 규슈 서쪽 사이 해역을 공동개발구역으로 설정하고 양국이 석유와 천연가스를 함께 탐사·개발하는 내용이다. 협정 발효 이후 공동 탐사와 시추가 이뤄졌지만 상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1990년대 이후 개발은 사실상 멈춰섰다. 협정은 2028년 종료된다.
중동發 공급망 위기…'경제성'에 묻힌 7광구 다시 수면 위로
7광구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것은 에너지 안보다. 중동 정세 불안과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해외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 모두 안정적인 원유·가스 공급망 확보가 다시 과제로 떠올랐다.
그동안 7광구 공동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이었다. 일본은 탐사 결과 등을 토대로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추가 개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안이 반복되면서 자원의 가치를 단순한 개발 비용과 예상 수익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비상시 활용할 수 있는 자체 자원을 확보하고 중동에 편중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전략적 가치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시간이 갈수록 협상 여건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한일이 공동개발협정을 체결할 당시 한국은 대륙붕이 한반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자연연장론'을 토대로 해당 해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국제 해양법에서는 양국 해안선에서 같은 거리에 경계를 긋는 중간선 원칙이 중요하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현행 협정이 종료되고 한일이 해양경계를 새로 획정할 경우 JDZ 상당 부분이 일본 측 관할 수역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는 양국이 자원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수익을 나누도록 돼 있지만 협정이라는 안전판이 사라지면 한국이 기존과 같은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박창건 국민대 교수와 변우희 연구원은 2024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학술지 '국가안보와 전략'에 발표한 논문에서 일본이 2028년 이후 JDZ의 해저자원 개발과 대륙붕 경계 획정을 염두에 두고 자국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지연전략'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5년 6월부터 협정 종료 통고가 가능해지는 만큼 기다릴수록 향후 JDZ 배분 협상에서 일본의 협상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공동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크지 않았던 배경이다.
2028년 분기점…日 움직일 유인 만들 수 있나
다만 협정 종료가 일본에 반드시 유리한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현재 한일 간 공동개발구역으로 묶여 있는 해역을 둘러싸고 중국도 대륙붕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어서다. 한일 공동개발이라는 틀이 사라질 경우 7광구 문제가 한일 양국을 넘어 한·중·일 3국의 해양 관할권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변수는 일본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중국은 이미 동중국해에서 독자적인 자원개발을 진행하면서 일본과 갈등을 빚어왔다. 한일 공동개발의 틀이 사라진 뒤 중국까지 본격적으로 관할권을 주장할 경우 일본 역시 새로운 협상을 벌여야 한다. 한국과의 공동개발 체제를 유지하거나 재설계하는 것이 일본에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최근 한일 간 에너지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반대로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계기다. 양국은 중동발 공급망 불안에 대응해 원유와 LNG 수급, 비축 관련 정보 공유 등 에너지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관건은 이런 이해관계의 변화가 실제 공동개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한일은 2024년 39년 만에 공동위원회를 열면서 협정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공동 물리탐사나 시추 재개 등 구체적인 개발 단계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단독]"빚 많이 낼수록 더 힘들 줄 알았더니"…5억...
정부로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협정이 사라진 뒤 새롭게 해양경계를 획정하는 것보다 자원안보 차원에서 공동개발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일본에도 이익이라는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김 장관이 '양국이 필요로 하는 자원안보'를 언급한 것도 이런 협상의 새로운 접점을 찾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