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의학적으로 전례 없는 회복"
테네시주 올해 사형 집행 중단

미국에서 사형 집행용 약물을 두 차례 투여받고도 살아남은 여성 사형수가 집행 약 일주일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전례를 찾기 힘든 사형 집행 실패를 계기로 미국에서 독극물 주사에 사용되는 약물의 효능과 조달 과정, 사형수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둘러싼 논란도 다시 확산하고 있다.


7일 연합뉴스는 AP통신 등 외신을 인용해 지난달 30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교도소에서 독극물 주사 방식으로 사형 집행을 받은 크리스타 파이크(50)가 이날 의식을 회복해 말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고 보도했다.

독극물 사형 집행에도 생존한 美사형수 크리스타 파이크. 로이터연합뉴스

독극물 사형 집행에도 생존한 美사형수 크리스타 파이크.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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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크의 변호인단은 성명을 통해 그가 현재 의식을 되찾고 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중환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양팔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라고 전했다. 변호인단은 파이크가 이 같은 부상에도 수갑과 족쇄가 채워진 채 병원 침대에 묶여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파이크의 회복에 대해 "의학적으로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예후는 여전히 불확실하고 최소한 긴 회복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테네시주 교정 당국은 파이크가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사실 외에 구체적인 건강 상태 등에 대해서는 추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형 약물 두 차례 투여했지만 사망하지 않아

앞서 파이크는 지난달 30일 사형 집행 과정에서 진정·마취제로 사용되는 펜토바르비탈을 투여받았다. 그러나 첫 번째 투약 이후에도 숨지 않았고, 당국이 두 번째 약물을 투여했음에도 호흡이 계속되자 결국 사형 집행을 중단했다. 파이크는 이후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한동안 의식을 잃은 채 치료를 받아왔다.

파이크는 18세였던 1995년 당시 남자친구 등과 함께 19세 여성 콜린 슬레머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약 30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해왔다. 이번 사건은 통상적인 사형 집행 실패와도 차이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미국에서도 정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거나 장비에 문제가 생겨 독극물 주사 집행이 중단되는 사례가 있었지만, 파이크의 경우 실제 사형 집행용 약물이 두 차례 투여된 뒤에도 생존했기 때문이다. 사건 이후 빌 리 테네시 주지사는 사형 집행 과정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제삼자 조사를 지시했다. 올해 추가로 예정돼 있던 사형 집행도 중단하기로 했다. 사형 집행을 총괄해온 프랭크 스트라다 테네시주 교정국장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제약사들 사형용 약물 공급 중단…불투명해진 조달망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 독극물 주사에 사용되는 약물의 조달 방식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주요 제약사들은 자사 의약품이 사형 집행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급 제한 조처를 해왔다. 제약사의 정상적인 유통망을 통해 사형용 약물을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일부 주 정부는 조제약국이나 추적이 어려운 공급망을 통해 사형 집행용 약물을 확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 독극물 주사에 사용되는 약물의 조달 방식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주요 제약사들은 자사 의약품이 사형 집행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급 제한 조처를 해왔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 독극물 주사에 사용되는 약물의 조달 방식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주요 제약사들은 자사 의약품이 사형 집행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급 제한 조처를 해왔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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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파이크에게 투여된 펜토바르비탈 자체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펜토바르비탈은 중추신경계를 억제하는 바르비투르산계 약물이다. 미국에서는 여러 주가 단일 약물 독극물 주사 방식에 사용하고 있으며 연방정부 역시 사형 집행용 약물로 채택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9년 연방 사형 집행을 재개하면서 펜토바르비탈 단일 약물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연방 사형 집행을 유예한 데 이어 2025년 1월 펜토바르비탈을 이용한 기존 연방 사형 집행 절차를 폐지했다. 당시 법무부 검토에서는 이 약물이 사형수에게 불필요한 고통과 괴로움을 일으킬 가능성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 4월 기존 결정을 뒤집고 펜토바르비탈을 사용하는 사형 집행 절차를 다시 채택했다.


특히 펜토바르비탈 사용 이후 폐에 액체가 차는 폐부종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와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 경우 사형수가 질식하거나 물에 빠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반면 약물이 빠르게 의식을 잃게 하기 때문에 실제 사형수가 이 같은 고통을 어느 정도 인식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테네시주 사형수들도 현행 독극물 주사 방식이 극심한 고통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독극물 주사 흔들리자 총살·질소가스까지

독극물 주사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면서 미국 일부 주에서는 다른 사형 방식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 아이다호·미시시피·오클라호마·사우스캐롤라이나·유타 등은 일정한 조건에서 총살형을 허용하고 있으며, 앨라배마를 비롯한 일부 주는 질소가스를 이용한 사형 방식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지난 4월 연방 사형 집행 방식을 정비하면서 펜토바르비탈 독극물 주사뿐 아니라 총살형 등 다른 집행 방식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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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극물 주사는 전기의자나 교수형보다 빠르고 고통이 적은 사형 방식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도입됐다. 이후 가장 일반적인 사형 방식으로 자리 잡았지만, 약물 확보 문제와 잇단 집행 실패, 사형수가 느끼는 고통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돼왔다. 특히 이번 파이크 사건은 단순히 정맥 확보에 실패한 사례가 아니라 실제 사형용 약물을 반복 투여하고도 사형수가 생존했다는 점에서 미국 사형제도의 신뢰성과 집행 방식에 대한 논쟁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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