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협회·보건의료노조, 국회 정책토론회
"신고해도 바뀌지 않을 것" 84%
인력부족·부실교육 등 구조적 문제도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10명 중 4명이 최근 1년간 인권침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를 입은 간호사 4명 중 3명 이상은 신고나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는데, 신고해도 조직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가장 큰 이유였다.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료기관 내 간호사 인권침해 예방과 대응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료기관 내 간호사 인권침해 예방과 대응체계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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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호협회 간호노동개혁위원회는 6일 열린 '의료기관 내 간호사 인권침해 예방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2026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 근로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2105명이 참여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41.0%는 최근 1년간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유형별로는 폭언이 88.9%로 가장 많았고, 직장 내 괴롭힘 67.1%, 성적 폭력 17.7%, 신체적 폭력 17.0% 등의 순이었다.


더욱이 인권침해 경험자의 76.4%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응하지 않은 이유로는 '신고해도 변화가 없을 것 같아서'가 83.8%로 가장 많았고, '승진이나 조직생활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응답이 36.7%, '가해자의 보복이 두렵다'는 응답은 27.5%였다.

실제 신고나 대응에 나선 경우에도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대응 이후 '기관의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68.1%에 달했다. '가해자와 분리됐다'는 12.7%, '공식적인 조치가 이뤄졌다'는 7.4%였으며, '문제가 해결되거나 상황이 개선됐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했다.


간호협회는 이에 대해 "의료기관 내 인권침해가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니라 인력 부족과 과중한 업무, 부실한 교육, 위계적인 조직문화, 미흡한 피해자 보호체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응답자의 80.7%는 인권보호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간호사 인력 증원'을 꼽았다. 이어 법적 보호 강화 47.6%, 조직문화 개선 및 태움 근절 41.9%, 폭력 예방대책 강화 39.2%, 기관의 보호체계 강화 31.4% 순이었다.


신규간호사 교육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신규 간호사의 58.7%는 부서 배치 전 교육을 일주일 미만으로 받았다. 교육전담 간호사 배치 역시 의료기관 유형별로 차이가 컸고, 일반병동에서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는 상급종합병원과 중소병원 사이에 최대 3~4배 차이가 났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권침해를 줄이려면 간호사 개인에게 조직문화 적응과 인내를 요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근무환경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과 제도는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지만 많은 간호사들은 여전히 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과 제도가 병원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신고 이후 불이익이나 2차 피해를 우려해 침묵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개인의 적응이나 인내의 문제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학병원 응급실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간호사는 "간호사들끼리의 싸움으로만 보지 말고 간호사를 그런 자리로 몰아넣는 구조를 봐달라"며 "충분한 교육시간이 보장되지 않으면 신규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도 질책과 괴롭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선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량, 감정노동, 폭언·폭행이 맞물리면서 간호사의 소진과 이직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적정 인력 확보와 환자 대 간호사 비율의 법제화, 휴게시간을 보장할 대체인력 확보, 교육전담간호사 확충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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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10명 중 4명 "인권침해 겪었다"…76%는 신고·대응 포기 원본보기 아이콘

조하진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간호사 인권침해를 개인 간 갈등이나 특정 직종 내부의 문제로만 봐서는 근본적인 개선이 어렵다"며 "적정한 근무 여건과 충분한 교육, 상호 존중하는 조직문화, 상담·신고·피해자 보호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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