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13%인데 연체액은 22%
대출 적고 저신용·저매출·1인 사업자일수록 연체율 뛰어
내수 부진에 고금리 장기화…취약 자영업자 부실 우려 커져

은행에서 빌린 돈이 적은 개인사업자일수록 대출 연체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잔액이 1억원 미만인 개인사업자의 연체율은 5억원 이상 차주의 두 배를 웃돌았다. 반도체 등 일부 수출 업종의 호조에도 내수 회복이 더딘 가운데 고금리까지 장기화하면서 영세·취약 자영업자의 상환 여력이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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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지난 6월 말 기준 1억원 미만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1.15%로 집계됐다. 전체 연체율 0.69%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대출 규모가 커질수록 연체율은 낮아졌다. 대출잔액이 1억~3억원인 차주의 연체율은 0.81%, 3억~5억원은 0.71%, 5억원 이상은 0.54%였다. 1억원 미만 대출 차주의 연체율이 5억원 이상 차주의 두 배를 넘어선 셈이다.


1억원 미만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61조1918억원으로 전체 잔액(460조8947억원)의 13.3%를 차지했다. 반면 이들 차주의 연체잔액은 7049억원으로 전체 연체잔액(3조1622억원)의 22.3%에 달했다.

대출잔액만으로 사업 규모나 차주의 취약성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신용도와 매출, 종업원 유무 등 다른 지표에서도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아지는 흐름이 확인됐다.


특히 저신용 자영업자의 연체율 상승세가 가팔랐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도 9등급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4.56%에서 올해 8월 말 23.58%로 5배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7등급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1.68%에서 6.58%로 4배 가까이 상승했다.


매출 규모별로 봐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말 연매출 3000만원 미만 개인사업자의 연체율은 2.03%로 매출 구간 중 가장 높았다. 1년 새 0.74%포인트나 뛴 수준이다. 반면 연매출 10억원 이상은 0.28%로 가장 낮았다. 직원 없이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의 연체율도 1.0%로 직원을 둔 사업자(0.32%)의 3배를 웃돌았다. 전년 대비 상승폭도 각각 0.3%포인트, 0.09%포인트로 차이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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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대출자뿐 아니라 저신용·저매출·1인 사업자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에서 높은 연체율이 공통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수출과 내수 경기의 온도 차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부진의 충격이 영세 자영업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대출의 경우 1억원 이하는 신용보증재단 보증서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자만 내던 기간이 끝나고 원금 분할 상환에 들어가면 장사가 어려운 차주는 매달 원리금을 감당하기 힘들어져 연체를 하는 상황이 빚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부 대출이다 보니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보증기관의 대위변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상환을 사실상 포기하는 차주들도 일부 있다"고 덧붙였다.


내수 의존도가 높은 업종의 연체율도 오름세다.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IBK기업은행에서도 자영업자가 주로 종사하는 업종의 연체율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숙박·음식업 대출 연체율은 2022년 말 0.53%에서 지난해 말 1.4%까지 뛰었다. 올해 6월 말 1.24%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2022년 말의 두 배를 상회한다. 도·소매업은 상승세가 더 가파르다. 연체율은 2022년 말 0.36%에서 지난해 말 1.02%, 올해 6월 말 1.11%로 꾸준히 높아졌다. 3년6개월 만에 세 배를 넘어선 수준이다.


문제는 자영업자의 경영 여건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금리 부담마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전 세계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5.3%에 육박하고 있다.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시장금리 상승이 국내 대출금리에 반영되면 매출 부진과 원가 부담을 버텨온 영세·취약 자영업자에게 이자 부담까지 더해져 한계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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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1인 사업자의 연체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사업 여건이 악화돼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내수 침체가 길어지고 금리까지 더 높아지면 부실이 더 넓게 확산돼 금융 건전성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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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대출 규모가 작을수록 연체율이 높다는 것은 내수 부진의 충격이 영세 자영업자에게 더 크게 미치고 있다는 신호"라며 "단순히 대출 총액만 볼 것이 아니라 소액 대출자와 영세 개인사업자의 부실 위험을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한계에 내몰린 자영업자에게 대출을 더 얹어주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며 "금융당국은 연체 발생 이전 단계부터 채무조정과 재기 지원이 작동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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