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통으로 빌려요" 믿고 있었는데 '날벼락'…서울 도심 오피스, 공공기관 지방이전 타격[부동산AtoZ]
대상인력 44% 몰린 종로·중구
10년 기대했던 우량 통임차인
5년 퇴거 프리미엄 할인 불가피
로펌 많은 광화문·종로도 여파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계획이 서울 도심권 오피스 시장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기관을 임차인으로 둔 빌딩은 계약이 끝난 뒤에도 임대수익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졌다. 금융당국까지 이전하면 대관 업무 비중이 높은 로펌의 현지 사무실 수요도 늘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상업용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리틱스에 따르면 서울 소재 공공기관 125곳(작년 기준 임직원 6만9005명)이 전면 이전할 경우 서울 오피스 시장에 최대 약 31만3700평(2.54%)의 공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리얼리틱스는 1인당 실제 사용 공간(전용면적 2.5평)에 오피스 평균 전용률(55%)을 반영해 임직원 1인당 필요 연면적을 약 4.55평으로 산정했다. 대상 인력의 60%만 이전한다고 가정해도 약 18만8200평(1.53%)의 빈 사무실이 나온다.
타격은 종로·중구 등 도심권(CBD)에 집중될 전망이다. 전체 대상 인력의 44.6%인 3만744명(31곳)이 이 권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도심권 소재 기관이 100% 이전한다는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이 권역에서만 도심 오피스 총면적(264만평)의 5.3%에 달하는 14만평의 빈 사무실이 발생한다.
리얼리틱스 관계자는 "도심권의 경우 공공기관 이탈과 향후 신규 오피스 공급 물량이 맞물려 타 권역보다 공실 부담이 배가될 수 있다"며 "실제 이전 대상기관과 일정이 확정되면 기관별 사옥의 자가·임차 여부와 실제 사용면적을 반영해 개별 빌딩 단위까지 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공시된 '전체 임직원 수'가 서울 본사 오피스에 전원 상주한다는 전제 아래 산출한 최대 파급력 기준이다.
공공기관 이전은 도심 오피스 매각 과정에서도 검토 요인으로 거론된다.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가 대표적이다. 이 건물은 지난 5월 매각이 한 차례 무산된 뒤, 중대범죄수사청과 '5년 임차 후 5년 연장' 조건으로 통임차 계약을 맺고 8월 매각 작업에 다시 나섰다. 하지만 지난달 3일 정부 발표로 중수청이 세종 이전 대상에 포함되며 불확실성을 안게 됐다. 업계에서는 매도측이 7000억원을 웃도는 가격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수익률을 감안한 예상 거래가는 6700억~6800억원 선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기관 이전 발표로 10년을 기대했던 우량 통임차인이 '5년 시한부'로 퇴거할 여지가 생기며 프리미엄 할인이 불가피해졌다. 업계에서는 계약이 연장되지 않거나 임차 면적이 줄면 만기시점에 공급되는 새 오피스와 임차인 확보 경쟁을 해야 할 수 있다고 본다. 상업용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10년 장기 임차와 5년 임차는 자산 평가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며 "5년 뒤 퇴거가 확실시되는 임차인을 안고 가는 것은 새 매수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요소라 프리미엄이 디스카운트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이나 종로 일대 대형 오피스는 대관 업무가 많은 로펌과 관련 업체가 주요 임차인이다. 김앤장은 세양·적선현대·노스게이트·센터포인트·크레센도·정동빌딩 등 광화문 일대에 사무실을 두고 있고, 세종은 종로구 디타워와 그랑서울에 입주해 있다. 태평양은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광장은 중구 한진빌딩에 자리 잡고 있다. 주요 부처가 추가로 이전하면 정부기관과 가까운 도심 입지의 장점도 일부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금융당국까지 세종행에 합류하면 대형 로펌들이 규제 자문과 대관 전담 인력을 현지에 전진 배치할 유인이 커진다.
대형 로펌 변호사는 "정책을 수립하는 금융위보다 직접 규제 당국인 금융감독원이 세종으로 이전하면 금융 규제 자문, 대관 전담 인력을 중심으로 현지에 분사무소나 스마트 오피스 형태의 지사 신설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앤장이 2031년까지 전체 면적의 80%를 빌리기로 한 '센터포인트 광화문'은 지난해 10월 권역 내 최고가 수준인 4320억원에 손바뀜했다. 김앤장이 추가 10년 연장권을 쥐고 있어 안정적 임대수익이 매수 근거였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거래 당시만 해도 정부청사 이전이 말처럼 쉽겠느냐는 반응이었다"며 "2031년 이후 연장 여부가 불투명해지면 장기 임대수익 산정 자체가 달라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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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빠져나간 공공기관이 둥지를 트는 지방 오피스 시장에서는 이전 기관과 거래하는 민간 기업이 새 사무실 수요를 만들고 있다. 전북혁신도시(전주)에는 2017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이전 뒤 국내외 위탁운용사들이 잇따라 사무소를 내면서 지방 오피스 시장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위탁운용사 간 실적 차이가 크지 않아 '전주 지사 및 인력 보유' 평가 항목이 사실상 당락을 가르다 보니, 전주로 입주가 쇄도하는 것"이라며 "국민연금 적립기금이 올해 1500조원대에서 2030년 약 1900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라 운용사들의 전주행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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