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에도 임상 성과엔 시장 냉담
망막질환 첫 상용화 기대…FDA 허가 심사중
뇌질환은 신약 표적 발굴에 활용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이 광유전학 발전에 기여한 연구자들에게 돌아가면서 관련 기술을 활용한 바이오산업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아직 광유전학 자체를 활용한 치료제가 상용화된 사례는 없어 기술의 산업적 가능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광유전학은 빛으로 특정 신경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기술로, 지난 20여년간 신경과학 연구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 신약개발에서 질환을 일으키는 뇌 회로를 찾고 약물 표적을 고르는 데 활용되고 있다.

광유전학 노벨상에 바이오업계 주목…첫 치료제 망막질환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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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인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2018년 공동창업한 맵라이트 역시 광유전학으로 동물 실험에서 증상과 연결된 뇌 회로를 찾고 공간전사체 기술로 그 회로 안의 약물 표적을 찾아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맵라이트는 지난해 10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며 2억9630만달러(약 3981억원)를 조달했다.


하지만 올해 발표된 임상 결과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치료제 후보물질은 지난 6월 임상 2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조현병·알츠하이머 정신병 치료제 후보물질은 7월 조현병 임상 2상에서 하루 2회 투여군만 1차 평가지표를 달성했고, 상업성이 더 큰 하루 1회 투여군은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맵라이트의 주가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 당일인 5일(현지시간)에도 전 거래일보다 5.55% 내린 9.28달러(약 1만2470원)에 마감했다. 공모가의 절반 수준이고 52주 최저가와도 차이가 크지 않다. 노벨상 수상이라는 호재에도 시장은 광유전학 플랫폼보다 후보물질의 임상 성과를 더 중요하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광유전학 치료제의 상용화가 가장 가까운 분야는 망막질환이다. 빛을 감지하는 단백질 유전자를 망막세포에 넣은 뒤 시력을 잃은 환자의 눈이 다시 빛에 반응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미국 바이오기업 나노스코프 테라퓨틱스의 광유전학 유전자치료제 '모젠리'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을 접수했다. 내년 상반기 허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젠리는 임상 2b·3상에서 투여 52주 뒤 환자의 40%가 의학적으로 유의미하게 시력이 개선됐다.


광유전학이 망막질환에서 먼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는 망막이 빛을 직접 받아들이는 신경조직이기 때문이다. 뇌는 빛을 전달하기 위해 두개골을 통과해 광섬유 등을 삽입해야 하지만, 눈은 주사 한 번으로 유전자를 넣고 원하는 세포에 정확히 빛을 줄 수 있다. 원인 유전자와 관계없이 남아 있는 망막세포를 활용해 특정 변이에만 쓰는 기존 유전자치료제의 한계도 보완할 수 있다. 김기현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단백질이 발현되는 양상을 겉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어 치료제 검증 과정이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광유전학이 신약개발 과정에서 활용되는 사례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준기 울산의대 융합의학과 교수는 "뇌질환은 여러 뇌 영역이 얽혀 있어 회로를 직접 찾아 치료하기 어려운데, 다양한 질환에서 새로운 치료 표적을 찾는 신약개발 도구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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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자들이 광유전학 분야에서 새로운 성과를 낼지도 주목된다. 다이서로스 교수는 지난해 3월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선정한 '아산의학상' 기초의학부문을 수상했다. 이에 앞서 국내 연구자 20여명에게 광유전학 기술을 직접 전수하고 연구용 유전자 클론을 국내 80여개 연구기관에 무료로 배포하는 등 한국 연구계와도 인연을 이어왔다. 다이서로스 교수는 아산의학상 운영위원인 서판길 전 한국뇌연구원장 추천으로 이번 노벨상 후보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학계가 노벨상 수상 이전부터 광유전학의 가치를 알아보고 교류해온 셈이다.


박정연 기자 j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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