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인수 활용 블라인드 펀드 정관에
투자대상기업 운영 적극 관여 의무 있어
MBK "통상적인 신의성실 의무, 운영 의무 아냐"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 홈플러스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던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홈플러스 인수에 활용된 일부 블라인드 펀드 정관상 투자대상기업 운영에 적극 관여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른 성과보수도 유지해야 하는 의무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의무가 홈플러스에 대한 일상적인 경영을 요구한 것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중대한 결정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대해 MBK파트너스는 통상적인 블라인드 펀드의 신의성실 의무이며 개별 기업의 일상적인 운영에 관여하라는 의무가 아니라고 밝혔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엠비케이파트너스 삼(3)호의 이(2) 정관'에 따르면 김 회장은 '주요인력'으로 분류된다. 주요인력은 업무집행사원(GP) 내 핵심 운용 인력이다. 정관상 주요인력은 총 6명으로, 김 회장을 포함해 윤종하·부재훈·김광일 부회장 등 4명과 콩텍치엔·쿵궈찬 당시 파트너 등 해외 인력 2명이다.

주요인력은 해당 정관에서 업무시간 및 주의 할애 의무가 주어진다. 특히 투자대상기업 운영에 관여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정관에는 '최소 5인 이상의 주요인력은 출자약정기간 전후를 불문하고 회사 및 투자 대상기업의 운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고 적혀있다. 최소 5인 이상 조건이 있는 만큼 김 회장이 해당 의무에서 빠질 가능성이 있다. 김 회장을 제외하더라도 5인 조건이 갖춰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콩텍치엔·쿵궈찬 등 외국인 파트너 2명은 당시 중화권 투자 총괄로 해외사업 담당이었으며 해외에 상주했을 가능성이 크다. 해외 담당인 만큼 펀드를 통해 인수한 국내 내수용 기업 운영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김 회장과 외국인 파트너 2명이 모두 빠진다면 정관에 위배가 된다. 이에 외국인 파트너를 모두 빼기 어려운 만큼 김 회장을 5인에 넣고 외국인 파트너 1명을 넣는 게 더 합리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10.14 김현민 기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10.14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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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성과보수를 수령할 권리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관에는 '주요 인력은 성과보수의 50%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수령할 권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 성과보수는 약정한 기준수익률을 초과 달성했을 때 초과 수익에 대해 지급받는 보수다. 말하자면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면 받을 수 있는 수익인 셈이다. 또 주요 인력은 투자 대상기업 운영 관여 의무와 성과보수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출자약정 기간이 정지되거나 투자되지 않은 미소진 약정액에 대해 받는 관리보수도 삭감되는 제재도 있다.


3호의 2 펀드는 3호와 함께 MBK가 홈플러스 등을 인수하는 데 활용한 블라인드 펀드다.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 대상을 사전에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모집하고 이후 투자하는 펀드다. 운영 관여 의무와 성과보수 조항의 경우 3호에는 없지만 3호의 2에는 명시돼있다.

MBK파트너스는 이에 대해 통상적인 블라인드 펀드에서 개별 기업을 경영하는 의무가 아닌 신의성실로 전념하라는 표준적 문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MBK는 "업무시간 및 주의 할애 의무는 블라인드 펀드에 들어가는 통상적인 전념 의무"라며 "다른 일을 하지 말고 GP가 신의성실 의무를 갖고 전념하라는 뜻이며 블라인드 펀드나 그 투자 대상 회사 이외의 일에 시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제한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10여개의 기업에 투자하는 블라인드 펀드 특성에 따라 해당 펀드 자금이 전체 홈플러스 인수에 많이 활용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에 투입된 3호 블라인드 펀드의 순수 지분은 5000억원에 불과하다며 "2조원이 넘는 메인 자금은 공동투자나 국민연금이 투자한 상환우선주(RCPS) 등 별개의 프로젝트 펀드들을 통해 조달했다"고 말했다.


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블라인드 펀드인 만큼 해외 파트너도 주요 인력에 포함됐으며 주요 인력 사이에서 펀드 및 투자 대상 관련 업무를 어떻게 배분하는지는 GP 내부의 문제라고 답했다. 또 작년 국감에서 김 회장의 답변에 대해서는 홈플러스 등 개별기업의 일상적인 운영에 김 회장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MBK는 3호 정관에도 해당 의무가 있다는 입장이다. 3호와 3호의 2는 국내 투자용으로 만들어진 국내 등록 기관전용 사모펀드(PEF)이지만 사실상 같은 펀드이기 때문에 해외 LP(출자자) 등과 작성한 전체 펀드 정관에는 의무 조항이 있으나 국내 등록 과정에서 차이가 생긴 것뿐이라고 말했다.

[단독]김병주 MBK 회장, 홈플러스 운영 관여했나…펀드 정관에 '의무' 명시 원본보기 아이콘

하지만 국내 사모펀드 등록 과정에서 같은 목적의 펀드 정관을 금융감독원에 다르게 제출한 것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자본시장법 249조의 10에 따라 기관전용 사모펀드를 만들 때는 설립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시행령에서는 설립보고서에 첨부해야 할 서류로 정관을 명시했다. 또 자본시장법 446조 43호에 따르면 위 조항을 위반해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보고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김 회장이 홈플러스에 대한 일상 경영은 하지 않았어도 투자대상기업의 중대한 결정에는 관여를 해야 했다는 의무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회장은 지난해 10월14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홈플러스 의사결정에 참여했냐는 질문에 "저희는 대기업이 아니고 총수가 아니며 PEF 운용사"라며 "13명 파트너들이 각각 자기 분야를 담당해서 관여하고, 제 담당 파트는 자금을 일으키는 펀드레이징과 자금을 받은 투자처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납품대금 보증·전단채 변제·회생 절차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 권한이 없고, 관여하지 않는 파트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도 블라인드 펀드에 기재되는 해당 의무를 적극적으로 기업의 일상 경영에 관여하라는 뜻이 아닌 '업무에 충실하라'는 선언적 취지이며 일반적으로 기재되는 조항 중 하나로 본다. 하지만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역할을 고려할 때 주요 인력이 포트폴리오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는 의견이다. 또 같은 펀드이지만 정관 내용이 다른 것에 대해 기존 선행 펀드에서 사용하던 정관 문구를 그대로 기재하던 업계 초창기 관행과 함께 LP(출자자)가 특정 의무를 정관에 넣도록 강제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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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의원은 "김병주 회장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홈플러스 관련 의사결정은 자신의 권한이 아니라는 취지로 답변했지만, 홈플러스 인수 관련 펀드 정관은 김 회장을 주요인력으로 명시하고 투자대상기업 운영에 적극 관여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며 "국회 답변과 정관이 상충하는 만큼, 김병주 회장의 홈플러스 경영 관여 여부에 대해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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