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소나루 돌풍에 브라질 증시 '사상 최고'
재정긴축·감세 기대에 금융시장 환호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우파 성향의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자유당(PL) 후보가 예상을 뒤집고 선두에 오르자 브라질 금융시장이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친시장 정책과 재정건전성 회복에 대한 기대가 확산하면서 브라질 대표 증시는 하루 만에 7.7% 급등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고, 헤알화와 브라질 관련 미국 상장주도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브라질 이파네마 해변. 트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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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뒤집은 '우파 돌풍'… 고물가·민생고에 '정권 심판론'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4일 치러진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보우소나루 후보는 47.0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45.16%에 그친 현직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을 약 2%포인트 차이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당초 룰라 대통령의 소폭 우세를 점쳤던 주요 여론조사 기관들의 예측을 완전히 뒤엎은 이변이다.

룰라 대통령이 예상외로 고전한 배경에는 누적된 경제 실정과 치안 불안에 대한 유권자들의 강한 불만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023년 룰라 3기 정부 출범 이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줄곧 중앙은행 목표치(3%)를 상회하는 5% 안팎을 기록했고, 총 공공부채 역시 국내총생산(GDP)의 81.9%까지 급증했다. 높은 생활비와 가계부채 부담에 시달린 도시 중산층과 남동부·중부 지역 표심이 정권 심판론으로 기울며 보우소나루 후보에게 집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우소나루 대선 돌풍'에 증시 폭등… 사상 최고치 경신

금융시장은 선거 결과에 즉각 반응했다. 5일 브라질 상파울루 증시의 벤치마크인 보베스파(Ibovespa)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7% 급등한 20만6911.89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3월 이후 약 6년 7개월 만의 최대 일간 상승 폭이다.

룰라(왼쪽)와 보우소나루. 로이터연합뉴스

룰라(왼쪽)와 보우소나루.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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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과 채권시장도 강하게 요동쳤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달러 대비 4~5%가량 뛰며 달러당 5헤알 아래로 떨어졌고, 브라질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0bp 하락했다. 스왑금리도 100bp 넘게 급락하면서 재정 리스크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크게 완화됐다.


해외에 상장된 브라질 관련 자산도 일제히 올랐다. 뉴욕증시의 브라질 대표 ETF인 '아이셰어즈 MSCI 브라질(EWZ)'은 하루 만에 12.57% 폭등했다. 현지 증권사 XP는 33% 올랐고, 핀테크 기업 스톤코와 파그뱅크는 각각 20% 이상, 누홀딩스는 13% 상승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정치적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뀌었다며 브라질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재정 개혁' 기대감…지출 삭감·감세·민영화 주목

시장이 보우소나루 후보의 선전에 뜨겁게 반응한 배경은 재정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정부 지출을 대폭 줄이고 규제 완화와 감세를 추진해 연 4%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세계 2위 규모의 희토류 매장량을 비롯해 석유·가스 등 자원 개발에 속도를 내고 민영화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사회지원 프로그램과 보조금 확대 등으로 재정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를 받는 룰라 정부와 뚜렷하게 대비된다.


재정건전성이 개선되면 브라질 중앙은행이 세계 최고 수준인 고금리 기조에서 벗어나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자산운용사 본토벨의 티에리 라로즈 매니저는 시장이 룰라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를 원하지 않는다며 보우소나루 후보가 보다 책임 있는 재정 운용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이미 자산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친트럼프 성향도 시장의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보우소나루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통상 마찰이 완화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다, 중남미 전반으로 확산하는 보수화 흐름인 '블루 타이드(Blue Tide)'도 한층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결선…'기대와 현실' 시험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보우소나루 후보와 룰라 대통령은 오는 25일 결선 투표에서 최종 승부를 가리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브라질이 1980년대 군부독재 탈피 이후 치른 대선에서 1차 투표 1위 후보가 결선에서 패배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보우소나루 후보의 승리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 역시 탄탄한 농촌·노조 지지층을 바탕으로 막판 대역전극을 노리고 있어 결선까지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이어질 전망이다. 룰라 대통령 측은 재정 불안 우려를 달래기 위해 중도파인 제랄도 알크민 부통령을 재무장관으로 기용하는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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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시장의 기대감이 지나치게 앞서나갔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보우소나루 후보가 아직 구체적인 세부 경제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은 데다, 정치적 반발을 무릅쓰고 의회에서 실제 정부 지출을 줄이는 개혁을 완수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선 투표까지 남은 기간 동안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정국 진통과 시장의 등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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