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 과대추정 35곳 중 25곳 주가 하락
아이티켐, 상장 8개월 만에 감사의견 거절
기술특례상장 후 수익률 코스닥 -37% vs. 홍콩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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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스닥 시장에서 미래 실적을 과대 추정해 상장한 기업들 70% 이상은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공모가 대비 반토막 이상 하락한 기업들도 많았고 일부 기업은 상장 8개월 만에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되며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실적 과대추정 코스닥 상장사 35곳 중 71%인 25곳이 주가 하락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추정 실적을 바탕으로 공모가를 산정했지만 실제 작년 실적은 추정치를 밑돈 35개 코스닥 상장사 중에 71.4%인 25개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하락했다. 이들 25개는 모두 과거 실적보다는 미래 가치를 보고 상장된 특례상장 기업이었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많이 떨어진 기업들은 상장 당시 제시했던 실적 전망치와 실제 성과 사이의 괴리가 컸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미래 실적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았지만 상장 이후 실제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5개 회사 중에 주가가 가장 많이 하락한 회사는 보험플랫폼 회사인 아이지넷이다. 아이지넷은 공모가가 7000원이었지만 최근 주가가 1600원대에 머물며 하락률은 76%에 달했다. 작년 2월4일 상장 첫날에도 종가는 공모가를 크게 하회하는 4355원에 형성됐다. 아이지넷은 상장 당시 작년 매출액 418억원과 영업이익 43억원을 전망했지만 실제 작년 실적은 매출액 390억원, 영업이익 33억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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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인공지능(AI) 보안 전문기업 아우토크립트 역시 공모가 대비 주가가 71% 하락했다. 아우토크립트는 상장 당시 작년 매출액과 영업적자를 각각 338억원, 85억원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실적은 매출액이 255억원, 영업적자는 165억원에 달했다. 아우토크립트의 공모가는 2만원이었고 상장 첫날 주가는 3만850원까지 급등했지만 현재 주가는 6000원대로 급락했다.

회사 측은 "주요 고객사의 투자 집행 시기 조정 및 개발 일정 변경으로 일부 솔루션 납품이 이연돼 매출이 감소했다"며 "매출 인식 시점 지연에 따른 단기 매출 감소 영향과 함께, 기술 고도화 및 신규 파이프라인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 및 영업 인력의 선제적 채용 등으로 이익이 계획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심플랫폼(69.1%), 쿼드메디슨(68.5%), 와이즈넛(67.4%) 등 다수의 상장사가 극심한 주가 하락을 겪는 중이다.


가장 심각한 사례는 작년 8월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정밀화학 소재 기업 아이티켐이다. 이익미실현(테슬라) 특례로 상장한 아이티켐은 불과 8개월 만인 지난 4월3일 거래가 정지됐다. 아이티켐 감사를 맡은 우리회계법인은 감사증거 미확보 및 내부통제 미비를 이유로 아이티켐에 대한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우리회계법인은 아이티켐의 자금거래 및 자산 취득 관련 내부통제 절차의 운영이 미흡해 감사의견을 제시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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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아이티켐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며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이후 아이티켐이 이의신청서를 제출함에 따라 내년 4월 초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거래정지 당시 아이티켐의 시가총액은 2684억원이었고, 작년 말 기준으로 소액주주 수는 1만6032명에 달했는데 많은 주주가 하루아침에 자산이 묶이는 날벼락을 맞게 된 셈이다. 아이티켐은 상장 당시 작년 매출액을 769억원, 영업이익은 84억원을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실적은 매출액인 620억원, 영업적자는 19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영업적자 규모가 더 커져 상반기에만 44억9000만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다.

아이티켐 사례는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상장한 기업에 대한 투자 위험이 단순한 주가 하락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상장 당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던 기업이 실적 부진에 이어 감사의견 거절까지 받으면서 거래가 장기간 중단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거래정지가 장기화할 경우 투자자들은 사실상 보유 주식을 처분할 방법이 없어져 자금이 묶이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홍콩 기술특례 상장사 주가 수익률 34.5%에 달해

코스닥 특례상장 기업들의 주가 부진은 해외 일부 국가와 비교하면 더 두드러졌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가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내 모험자본은 왜 인내하지 못하는가'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은 91건인데 상장 후 평균 수익률은 -36.8%에 그쳤다. 초기 상장 기업에 투자한 사람들의 상당수가 돈을 잃었다는 뜻이다. 반면 같은 기간 홍콩기술특례상장(HKEX 18C)은 24건인데 상장 후 평균 수익률이 +34.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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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우리는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 주체가 미래가치를 평가하는 반면 홍콩은 자본을 투입한 투자자가 가치를 검증하는 것이 상장 이후 주가 수익률을 가르는 핵심 요소"라고 분석했다. 그는 "홍콩은 가격을 정한 주체가 위험을 부담하고, 심사는 시장과 시간이 대신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한 "홍콩은 투자자의 락업(보호예수) 기간이 12개월로 보유 의무를 부담하는데 코스닥에는 락업 규정이 없어 상장 첫날 주가가 떨어진다"며 "기관투자자의 락업 기간을 12개월 정도로 설정하면 주가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스닥의 구조적인 문제가 지속되자 금융당국도 제도개선에 나섰지만 아직 뚜렷한 효과가 없다. 2023년 파두의 실적 부풀리기 논란 이후 한국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기업이 상장 후 2년 이내에 부실화할 경우, 주관사가 추후 기술특례상장을 주선할 때 풋백옵션(환매 청구권)을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증권신고서 제출 전 기관투자자의 수요를 파악하는 사전수요예측과, 6개월 이상 보호예수를 약속한 기관투자자에게 공모주 일부를 미리 배정하는 코너스톤투자자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세부 절차를 놓고 이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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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의 부실기업 퇴출 속도전에도 제동이 걸렸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는 지난 2일 주연테크와 케이엠제약이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주연테크와 케이엠제약은 시총 기준 미달로 상장폐지 통보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내년 1월 적용될 예정이었던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의 시총 기준 상향 시행 시기를 금융당국이 올해 7월로 앞당긴 조치가 비례의 원칙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했다고 봤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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