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션 캡처 장비 입고 동작…로봇이 학습
인도 '손 농장' 등 알바 인력 대거 투입
챗봇 키운 데이터 라벨링과 유사한 수요

편집자주AI, 반도체, 통신, 바이오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너무나 생소한 기술 이야기를 쉽게 풀어 전해 드립니다

거대한 공장 내부에 길게 늘어선 휴머노이드 로봇들. 이들 옆에는 특수 장비를 쓴 사람이 온갖 동작을 취하고 있습니다. 해당 공장은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로봇 교육 시설입니다. 모션 캡처 장비를 착용한 인간이 물건 집기, 상자 포장, 옷감 접기 등 동작을 수행하면 로봇이 이를 학습하는 곳이지요.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휴머노이드 교육 시설. 베이징시 정부 홈페이지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휴머노이드 교육 시설. 베이징시 정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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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가 연구 단계를 넘어 대량 생산 및 상업화를 가늠하면서 로봇 동작 훈련 데이터 수요도 폭증하고 있습니다. 중국, 인도 등에서는 아예 모션 캡처 아르바이트생을 대거 모집해 공장 내부에서 집단 훈련을 하기도 합니다. 과거 챗GPT 등 인공지능(AI) 챗봇이 글자와 사진을 보고 학습한 것과 유사한 상황입니다.

신경망 AI가 바꾼 로봇 자세 제어


원래 로봇 제어는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습니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를 구현하려면 여러 관절 부위에 달린 액추에이터를 세밀하게 조정해야 하는데, 이전에는 엔지니어가 직접 코드를 짜 모든 동작을 재현했지요. 하지만 최근에는 AI 기반 로봇 제어 기술이 발달하면서, 로봇 스스로 사람의 동작을 학습하며 자기 몸도 더욱 잘 가누는 학습 방법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모션 캡처를 위한 장비를 머리에 쓴 채 다양한 동작을 수행하는 사람. 인도에는 이런 작업을 하는 '손 농장'이 존재한다. AFP 연합뉴스

모션 캡처를 위한 장비를 머리에 쓴 채 다양한 동작을 수행하는 사람. 인도에는 이런 작업을 하는 '손 농장'이 존재한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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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AI를 훈련하려면 양질의 인간 동작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모션 캡처용 장비를 입은 인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모션 캡처 장비는 사람의 동작을 좌표 데이터로 바꿔 연구소로 전달하고, 연구소는 이 데이터를 로봇에게 학습시켜 더욱 정교한 동작 제어 기술을 완성하는 겁니다.

모션 캡처 아르바이트는 이미 중국에선 지방 정부가 후원하는 공공사업으로 거듭났습니다. 인도에는 이른바 '손 농장(Hands farm)'이라고 불리는 로봇 학습 시설이 있습니다. 일반인에게 모션 캡처 장비를 주고 과일 깎기, 집안일 등 자질구레한 동작 데이터를 뽑아내는 작업장이지요. 최근에는 국내 구인·구직 웹사이트에도 모션 캡처 알바생을 구하는 공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로봇을 개발하는 연구소에서 구인합니다.


챗GPT도 인간 데이터 먹고 자랐다


이처럼 '인간 데이터' 수요가 폭증했다는 건 휴머노이드의 본격적인 상용화가 임박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AI 챗봇 시대를 연 챗GPT가 처음 공개된 2022년 전후에도 유사한 알바가 있었지요.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참이던 당시 온라인상에 '데이터 라벨링' 부업이 잠시 인기를 끈 적이 있습니다. 데이터 라벨링이란, 글자나 사진 등에 강조 및 구분 표시를 찍어 AI의 인식을 돕는 작업입니다. 이처럼 라벨링 된 데이터는 대형 언어 모델(LLM)의 사전 학습에 쓰이는 '데이터셋'의 일부가 됩니다.


한때 부업으로 인기를 끌었던 데이터 라벨링. 특정 사물에 사각형 박스를 쳐 AI의 인식 능력을 높이는 작업. 테스트웍스 홈페이지

한때 부업으로 인기를 끌었던 데이터 라벨링. 특정 사물에 사각형 박스를 쳐 AI의 인식 능력을 높이는 작업. 테스트웍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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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제미나이 등 초기 챗봇 경쟁을 이끈 AI 모델이 바로 수천만명의 데이터 라벨링 작업을 통해 성능을 개선했습니다. 데이터 라벨링 자체가 거대 사업으로 부상하기도 했지요. 현재 미국 빅테크 '메타'의 AI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알렉산더 왕은 한때 데이터 라벨링 플랫폼 '스케일 AI'를 설립해 140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가진 대기업으로 키운 인물이었으니까요.


결국 휴머노이드도 사람 넘어설까


하지만 지금 데이터 라벨링은 이전처럼 커다란 사업이 아니지요. 이는 라벨링 작업이 대부분 AI로 자동화됐기 때문입니다. 2022년 당시 챗봇은 개와 강아지도 구분 못 하고, 신호등 불빛과 태양을 헷갈리는 조악한 구분 능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전 학습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이제는 인간보다도 더욱 정교한 인식 기능을 갖추게 됐습니다. 오늘날 단순 데이터 라벨링은 AI가 인간 이상의 속도로 직접 수행합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가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에서 자동차 제조 작업을 학습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가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에서 자동차 제조 작업을 학습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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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의 급격한 발전을 생각하면, 현재 휴머노이드 모션 캡처 알바 열풍도 2~3년 안에 사그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여전히 대부분의 휴머노이드는 아직도 굼뜨고 어설프며, 인간에게는 단순한 동작을 수행하는데 상당한 컴퓨트 자원을 소모해야 합니다. 하지만 인간 동작 데이터를 먹고 성장 중인 로봇들은 수년 안에 인간 이상의 유려한 동작을 구현하게 될 겁니다. 나중에는 사람의 동작을 볼 필요도 없이, 스스로 합성 데이터를 만들어 자체 훈련을 지속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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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일부 업체들은 선도적으로 로봇을 일터에 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휴머노이드 개발사 피규어는 지난 6월부터 BMW 물류 공장에 자사 로봇을 시범 도입했습니다. 한편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지난달 22일 현대차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 아틀라스를 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아틀라스는 이곳에서 현지 노동자가 완성차를 조립하는 동작을 지켜보며 실시간 훈련을 하는 '수습공' 직무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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