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보장, 신탁은 자산관리
보험금청구권 신탁 범위 확대 가능성
"자금 어떻게 쓸지 건강할 때 미리 정해야"

보험업계의 고령화 대응이 치매 진단비와 간병비 등 보험금을 지급하는 데서 치매 이후 자산을 관리하는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보험사가 고객의 보유자산을 생활비, 요양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신탁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치매환자의 보험금 관리에도 신탁을 활용하려는 입법 논의가 진행되면서 생전 자산관리 기능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금융현미경]치매 이후 돈 관리 어떻게…보험사 신탁, '생전 자산관리'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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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8월 고객이 치매 발병 이후 보유한 자산을 생활비와 요양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치매안심 MMT(수시입출금신탁)'를 출시했다. MMT는 수시로 입출금할 수 있고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비교적 안전성이 높은 단기 금융상품에 자금을 운용하는 신탁 상품이다. 평소에는 일반 MMT처럼 자금을 운용하다가 고객에게 중등도 이상 치매가 발생하면 가입 단계에서 미리 정한 방식에 따라 자금 지급이 시작된다. 임상치매척도(CDR) 2점 이상의 인지장애가 발생하면 특약이 개시되며 신탁관리인이 잔액 내에서 요양 비용을 대신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급 방식은 필요한 자금을 한 번에 받는 일시지급, 정해진 기간 매달 받는 정기지급,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발생한 실제 비용을 신탁 재산에서 지급하는 특별지급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각각의 방식으로 지급할 비율은 MMT 잔액에서 사전에 정한다. 기존 치매보험은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부하고 약관에서 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보험금이 지급되는 반면 치매안심 MMT는 고객이 이미 보유한 금융자산을 신탁에 맡겨 치매 이후 생활에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품의 신탁 대상은 향후 치매보험에서 받을 보험금청구권이 아니라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다. 치매 발생에 따른 경제적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과 치매 이후 보유자산을 계획적으로 관리하는 신탁이 각각 별도의 상품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치매 환자의 재산관리에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편 움직임이 나타났다. 지난달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탁을 생애 재산관리 수단으로 활성화하기 위한 관련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주목할 부분은 보험금청구권 신탁의 활용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다. 개정안은 현재 대통령령으로 규정된 보험금청구권 수탁 관련 요건을 법률로 상향하고 허용되는 보험금청구권 수탁행위의 구체적인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제안 이유에는 고령층과 치매환자 등을 수익자로 하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상품의 제도적 기반을 정비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향후 시행령에서 치매보험금청구권 등이 허용 대상에 포함될 경우 치매보험 가입자가 인지능력이 충분할 때 향후 받을 보험금의 사용 방법을 미리 설계하는 방식도 가능해질 수 있다.


치매보험금은 보험금을 받는 시점에 가입자의 인지능력이 저하돼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망보험금과 성격이 다르다. 사망보험금청구권 신탁은 가입자가 사망한 뒤 남은 가족에게 보험금을 언제, 얼마씩 지급할지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치매보험금청구권 신탁이 허용될 경우 가입자가 생존해 있는 동안 치료비 등에 보험금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신탁의 역할이 넓어질 수 있다.


개정안은 국회에 발의돼 심사 중이다. 법안 통과 이후 시행령 등 후속 제도 정비 과정에서 세부 내용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치매 환자 자산관리, 지키는 것 넘어 어떻게 쓸지가 중요

국내에서 치매 이후 신탁을 활용한 자산관리 확대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외에서는 해당 자산을 장기간에 걸쳐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일본 다이이치라이프 자산운용경제연구소는 인지능력이 저하된 고령자의 재산을 원금 보전 중심으로 관리하는 방식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는 노후를 지원하는데 충분한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일상 생활비와 간병비 등 당장 필요한 자금은 안전하게 확보하되 당분간 사용할 가능성이 낮은 여유자금에 대해서는 운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봤다. 예를 들면 1년 안에 사용할 자금은 예·적금 등으로 관리하고 3년 내 필요한 자금은 국채 등 가격 변동성이 낮은 상품에 분산투자를 검토하는 식이다.


다만 판단 능력이 떨어진 고령자의 자산을 운용하는 만큼 안전장치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필수 생활비가 아닌 여유자금의 범위를 금융 전문가와 함께 정하는 한편 본인이 판단할 수 있을 때 향후 원하는 재산관리 방식을 미리 남겨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구소는 치매 고령자의 재산관리가 본인과 가족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며 물가 상승 시대에 맞는 고령기 재산관리 방식을 사회 전체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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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현미경]치매 이후 돈 관리 어떻게…보험사 신탁, '생전 자산관리' 넓힌다 원본보기 아이콘

금융권 관계자는 "치매는 보험금을 한 번 받고 끝나지 않고 진단 이후에도 치료비, 간병비가 오래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라며 "살아있어도 본인이 자산을 직접 사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금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도록 하는 장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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