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생산라인 늘려야 산다…삼성·SK, 범용 메모리 공급망 해외이전·외주로 재편
국내는 HBM, 범용 메모리는 해외로
협력사 베트남·인도·필리핀 후공정 확대
AI 메모리 수요 폭증에 생산능력 재배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생산거점을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집중하고, 범용 메모리 후공정은 해외 거점과 외주로 분산하고 있다. 급증하는 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범용 제품의 패키징·테스트 물량은 협력사에 맡기는 방식이다. 협력사들도 베트남·필리핀·인도 등에서 생산거점을 확대하면서 메모리 공급망 재편에 속도가 붙고 있다.
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서버용 DDR5를 포함한 범용 메모리 후공정 외주 물량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천안·온양 등 국내 후공정 거점의 생산능력을 HBM과 첨단 패키징에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표준화된 범용 메모리 공정은 외부 업체를 활용하는 전략이다.
재편의 핵심은 국내 생산능력을 어디에 배분하느냐다. AI 서버 시장 확대로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한된 생산능력을 고부가 제품에 우선 투입할 필요성이 커졌다. 범용 메모리 외주 확대도 비용 절감을 넘어 HBM 생산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협력사들의 해외 생산거점도 역할이 커지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한양디지텍, 인도에서는 드림텍, 필리핀에서는 SFA반도체 등이 메모리 후공정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늘어난 외주 물량에 대응해 현지 공장을 증설하거나 장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협력사 실적과 가동률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SFA반도체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23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3% 증가했다. 필리핀 사업장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39%에서 올해 상반기 65%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내 사업장은 33%에서 40%로 높아졌다. 삼성전자향 매출 비중은 75%까지 올라간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범용 메모리에 한해 후공정 업체에 물량을 조금씩 맡기고 있다"며 "협력사들은 늘어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현지 공장을 증설하고 장비도 발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HBM 생산 비중을 높이면서 범용 메모리 후공정 외주를 확대하는 흐름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D램 출하량 가운데 HBM 비중은 2023년 1분기 1%에서 올해 2분기 15%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범용 메모리 후공정을 담당하는 하나마이크론 베트남 법인의 매출은 539억원에서 2523억원으로 약 4.7배 늘었다.
국내에서 HBM 생산을 확대하는 동안 범용 메모리 후공정을 맡은 해외 협력사의 사업 규모도 커진 것이다. 다만 협력사 매출 증가에는 메모리 업황과 고객사 물량 변화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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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해외 거점의 역할은 테스트 공정을 중심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삼성전자가 온양 라인을 HBM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범용 메모리 최종 테스트의 외주 이관도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국내 생산량은 고객과의 공급 약속과 높은 부가가치를 고려해 HBM에 우선 배분하고, 부족한 범용 D램 물량은 해외 생산기지를 활용해 보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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