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제시한 시제에 한글로 답안 작성
유건·도포 차림으로 과거시험 재현해

서울 성균관에서 열린 외국인 대상 과거시험에서 탄자니아 출신 청년이 장원에 올랐다. 그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높은 치안 수준, '정(情)' 문화를 고국에 소개하고 싶다"고 밝혔다.

2026년 10월 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에서 열린 '제1회 재한 외국인 과거시험'에서 '장원 급제'한 탄자니아 출신 엘로이 에세코(28)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년 10월 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에서 열린 '제1회 재한 외국인 과거시험'에서 '장원 급제'한 탄자니아 출신 엘로이 에세코(28)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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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 쓴 외국인 200여명 명륜당으로 모여

지난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종로구 성균관에서는 성균관유도회 창립 80주년을 기념한 '제1회 재한 외국인 과거시험'이 열렸다. 슬로건은 '꿈을 이루어서 자신에게 선물하는 거야'였다.


이날 행사에는 55개국에서 온 외국인 200여명이 참가해 유건과 도포를 갖춰 입고 조선 시대 과거시험을 재현했다. 장원을 비롯한 33명에게는 총 125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제1회 재한 외국인 과거 시험'에서 참가자들이 시험문제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1회 재한 외국인 과거 시험'에서 참가자들이 시험문제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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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공개된 시험 문제는 제시된 슬로건을 한글로 쓰거나, '한국에서 본국에 소개하고 싶은 세 가지와 그 이유를 작성하라'는 주제에 답하는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는 형태였다. 참가자들은 김치와 한글, 한복뿐 아니라 등산, 선후배 문화, 함께 식사하는 문화, 24시간 편의점, 예능 프로그램 등 다양한 한국 문화를 답안에 담았다.

장원은 탄자니아 출신 28세…"TOPIK보다 긴장됐다"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사람은 탄자니아 출신 엘로이 에세코(28)였다. 에세코는 장원 급제자의 상징인 초록색 앵삼과 복두, 어사화를 착용하고 합격증에 해당하는 홍패를 받았다.

그는 시험을 마친 뒤 "한국어능력시험(TOPIK)보다 시간이 짧고 메모할 공간도 없어 순간 당황했지만, 최대한 생각나는 대로 답안을 썼다"고 말했다.

성균관유도회총본부가 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 명륜당에서 주최한 '제1회 재한 외국인 과거 시험'에서 참가자들이 유건(儒巾)과 도포 차림으로 답안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성균관유도회총본부가 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 명륜당에서 주최한 '제1회 재한 외국인 과거 시험'에서 참가자들이 유건(儒巾)과 도포 차림으로 답안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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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코는 한국에서 유학한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8년간 한국에서 생활했다. 이후 2017년 인천대학교 유학을 위해 다시 한국을 찾았고, 현재까지 한국에 머물고 있다.

"탄자니아에 가장 전하고 싶은 건 '빨리빨리'"

에세코가 고국에 가장 소개하고 싶은 한국 문화는 '빨리빨리'였다. 그는 한국이 6·25전쟁과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점을 언급하며, 탄자니아 역시 한국인의 부지런함과 속도감 있는 문화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세코는 "한국도 과거에는 정말 힘든 시기를 겪었다"며 "우리도 한국 사람들처럼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빨리빨리 한다면 50년은 아니더라도 80년쯤 뒤에는 발전된 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답안에는 한국의 높은 치안 수준과 '정' 문화도 포함됐다. 에세코는 사람들이 휴대전화 등 소지품으로 자리를 맡아둘 정도로 한국 사회의 안전 수준이 높다는 점과, 영어로는 정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한국 특유의 '정'을 인상적인 문화로 꼽았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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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코는 한국과 탄자니아가 어른을 공경하는 문화 등 공통점도 많다며, 앞으로 한국 방송 등을 통해 탄자니아를 알리는 활동도 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55개국 200여명 참여…외국인 과거시험 정례화 추진

이번 시험은 공자 탄신 2577년 유교문화축전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조선 시대 임금이 문묘에 참배한 뒤 치르던 과거시험인 '알성시'가 열렸던 성균관에서 진행돼 그 의미를 더했다.


유도회 측은 "과거제는 예로부터 국경을 넘나든 제도"였다며, "고려 광종이 과거제를 처음 도입할 당시 중국 후주 출신 관리 쌍기가 이를 건의했다는 기록이 있고, 신라 최치원은 당나라가 외국인을 위해 따로 연 과거인 빈공과에 급제해 이름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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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과거시험 현장을 지켜본 이권재 성균관유도회 총본부 회장은 "한국에서도 문해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데 외국인 참가자들이 한글로 수준 높은 글을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앞으로 외국인 과거시험을 정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은서 인턴기자 els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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