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아이패드 사주세요"…점유율 81% 삼성이 가지지 못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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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사주세요." 최근 중학교 2학년인 딸아이가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전부 애플 제품으로 바꿔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삼성 기기의 성능이나 스펙에 대한 불만은 없지만 친구들 대부분이 아이폰, 아이패드를 쓰기 때문에 이왕이면 삼성보다는 애플 제품을 쓰고 싶다는 게 딸아이의 생각이었다. 또래 문화와 소속감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10대 청소년들에게, 애플은 반드시 동참해야 할 대세이자 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다.


물론 표면적인 시장 지배력은 여전히 삼성이 굳건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7월 공개한 전국 스마트폰 이용 현황에 따르면 국내 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81%로 압도적이다. 그런데 20대 이하 시장의 지형은 완전히 뒤집혀 있다. 특히 20대 여성의 아이폰 사용률은 67%에 달하며, 13~18세 청소년 중 향후 스마트폰으로 애플을 구매하겠다는 비율이 절반을 넘겼다. 지금은 부모의 선택이나 통신사 조건에 의해 갤럭시를 쓰는 10대들이 향후 독립적인 선택권을 갖게 되는 시점에는 언제든 애플 생태계로 이탈할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이들이 애플을 선택하는 방식은 연속성을 가진다. 10·20세대에게 아이폰은 아이패드와 맥북, 애플워치로 이어지는 '거대한 소프트웨어 인프라'의 접속 단말기 역할을 한다. 미래 세대가 사진을 찍고, 텍스트를 생성하고, 학습하고, 소통하는 모든 라이프사이클을 애플 생태계 안에서 해결하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공지능(AI) 고도화가 사용자의 일상적인 데이터 축적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삼성의 모바일 AI는 결국 기성세대의 회의록을 요약하고 업무 이메일을 번역하는 'B2B(기업 간 거래) 비서' 수준에 갇힐 위험이 크다. 10·20세대에서 밀린다는 것을 10~20년 뒤 전체 시장을 내어줄 수도 있다는 위기감으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은 81%라는 전체 시장 점유율의 함정에서 빠져나와 미래 세대를 붙잡기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 출하량보다 사용자들이 삼성의 생태계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가 더 중요한 성과지표가 돼야 한다.

삼성은 제품을 완벽하게 만들어 놓고도, 그 기기를 소유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문화적 서사를 부여하는 데는 실패했다. 신제품 출시일마다 아이폰을 먼저 쥐기 위해 밤을 새우는 애플 매장의 뜨거운 열기와, 오픈 시간이 다 되어서야 차분한 대기줄이 생기는 삼성 매장의 다른 모습을 곱씹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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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측면에서 카메라 화소가 몇인지, 프로세서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증명하려 애쓰는 엔지니어의 시각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기술의 삼성'이라는 프레임을 넘어 '소프트웨어 종속성'을 만들어낼 무기를 찾아야 한다. 갤럭시 Z폴드8와 같은 프리미엄 하드웨어의 완성도는 이미 궤도에 올랐다. 이제는 하드웨어를 접고 펴는 경험을 넘어 갤럭시 사용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독점적인 소프트웨어적 소통 창구나 서브컬처를 구축해, 갤럭시를 들고 있는 것 자체가 트렌디한 무리에 속해 있다는 상징이 되도록 브랜드 경험을 재설계할 때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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