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5차 발사로 민간 우주시대 본격화
위성 양산·데이터 서비스로 넓어지는 우주산업
쎄트렉아이 수사 종결이 남긴 제도적 과제
기술보호와 해외진출 함께 살릴 정밀한 규제 필요

지난달 29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종합조립동에서 진행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조립 장면.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종합조립동에서 진행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조립 장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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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하루 후면 다섯 번째로 우주로 향한다. 우리 기술로 개발한 발사체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할지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발사는 국가가 주도해온 우주개발에서 민간의 역할이 커지는 '뉴스페이스'로의 전환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는 증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체계종합기업으로 발사체 제작을 넘어 발사 운용에서도 역할을 한층 확대한다.

누리호가 무엇을 싣고 올라가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로켓이 우주로 가는 길을 연다면 그 길에서 실제 산업을 만드는 것은 위성과 데이터, 서비스다. 이미 우주산업의 경쟁 무대는 발사체를 넘어 데이터와 컴퓨팅으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구글이 최근 스페이스X 로켓을 이용해 인공지능(AI) 가속기인 TPU를 탑재한 실증 위성을 쏘아 올렸다. 우주에서 대규모 AI 연산을 수행하는 데이터센터의 가능성을 시험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도 산업화의 다음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이번 누리호의 주탑재위성은 초소형군집위성 '네온샛' 2~6호 5기다. 2024년 발사된 시제기 1호와 올해 1월 군집위성 검증 위성을 거쳐 이번에는 1차 양산기 5기가 함께 우주로 향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사업을 총괄하고 쎄트렉아이가 위성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다.


여러 대의 위성을 함께 운용하면 한 대로는 드문드문 볼 수밖에 없었던 지역을 훨씬 자주 관측할 수 있다. 그만큼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재난 감시나 국토 관리 같은 서비스의 활용도도 높아진다. 위성 한 대의 성능을 겨루던 단계에서 여러 대를 묶어 실제 서비스를 만드는 경쟁으로 넘어가는 셈이다. 배충식 KAIST 총장도 "우리의 연구와 기술이 실제 우주에서 안정적으로 구현되어 재난 대응과 공공안전 등 국민의 삶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가치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누리호 발사를 앞두고 우리 우주산업에 의미 있는 소식도 전해졌다. 쎄트렉아이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위성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국가 핵심기술과 방산기술 관련 절차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사건에 대해 경찰이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수사결과통지서에 따르면 쎄트렉아이는 스스로 국가 핵심기술 해당 여부에 대한 판정을 신청하고 결과를 회신받는 등 관련 법령을 준수하려는 태도가 확인됐고, 경찰은 산업기술보호법과 방위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관련 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가 남긴 언급은 흘려넘길 수 없다. 그는 "첫눈이 내린 벌판에 첫 발걸음을 내딛는 자세로 우리나라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한 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우리나라 우주 기업들이 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예측 가능한 환경'이라는 말은 이제 막 뉴스페이스로 향하는 한국 정부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이는 우주항공청만의 일도 아니다.


위성은 일반적인 수출품과 다르다. 지구관측과 통신 기술은 국가안보와 직결될 수 있다. 우리 우주산업의 기술 기반에는 오랜 기간 국가 연구개발 투자가 축적돼 있기도 하다. 기업 역시 해외사업의 수익성만 따져서는 안 된다. 어느 나라에 어떤 기술을 제공할 것인지 결정할 때 국가이익과 기술 안보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험요인으로만 봐서도 안 된다. 국가가 연구비를 지원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으로 산업은 완성되지 않는다. 기업이 고객을 확보하고 제품을 팔고, 위성과 데이터와 서비스를 세계시장에 공급해야 산업이 만들어진다. 연구개발 성과가 시장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뉴스페이스도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다.


국가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기술은 철저하게 보호해야 한다. 동시에 정상적인 기업활동까지 위축시키는 불명확한 규제와 절차가 없는지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기업이 정부에 기술 내용을 공개하고 국가 핵심기술 해당 여부를 묻는 등 필요한 판정과 신고·허가 절차를 밟았다면 그 결과를 믿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나중에 판단 기준이 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남아 있다면 해외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 기업도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이익을 염두에 두고 전략기술을 다뤄야 한다.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가 아니다. 규제의 정밀화다. 반드시 지켜야 할 기술과 세계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사업화할 기술의 경계를 분명하게 하고 기업이 그 선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술 보호와 산업 육성을 서로 반대편에 놓을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략 안에서 함께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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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로 우주로 가는 길을 열었다면 이제 그 길 위에서 산업을 키워야 한다. 그 출발점이 될 누리호의 다섯 번째 비행이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기를 기원한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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