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35개 언어·50개국 이상 출간
해외 판매 약 70%…영어판 30만·튀르키예판 20만부
"성공 궤도 벗어난 사람들 이야기"…입소문 타고 글로벌 밀리언셀러

"이 책이 며칠 만에 저를 치유해줬어요."
황보름 작가의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전 세계 100만 부 판매를 기념해 2일 서울 중구 콘퍼런스 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 작가가 발언하고 있다. 클레이하우스

황보름 작가의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전 세계 100만 부 판매를 기념해 2일 서울 중구 콘퍼런스 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 작가가 발언하고 있다. 클레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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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중구 정동 콘퍼런스하우스 달개비. 소설가 황보름이 스페인 마드리드에 사는 27세 독자가 보내온 메시지를 소개했다. 해외에서 책이 출간된 뒤 이런 연락이 하루도 빠짐없이 온다고 했다. "위로받았다", "용기를 얻었다", "삶이 바뀌었다"는 내용들이다.


8년 전만 해도 이 소설의 독자는 세 명이었다. 황 작가가 원고를 출력해 가족과 지인에게 건넨 세 부가 전부였다. 출간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이제 세계에서 110만8000부가 팔렸다.

황 작가는 이날 열린 세계 누적 판매 100만부 돌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처음 소설을 쓰던 2018년에는 이 작품이 출간되리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며 "어느 순간부터는 이 일이 제게 벌어지는 게 아니라 '휴남동 서점'이라는 소설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조금 거리를 두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휴남동 서점'은 현재 한국어를 포함해 35개 언어, 50개국 이상에서 출간됐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팔린 것도 이례적이다. 출판사 클레이하우스에 따르면 전체 판매량 가운데 국내와 해외 비중은 약 3대 7이다.

한국어판과 영어판이 각각 30만부 이상 팔렸고 튀르키예어판도 20만부를 넘어섰다. 브라질 포르투갈어판은 10만부 이상, 스페인어·폴란드어·일본어판은 각각 3만부 이상 판매됐다. 프랑스어와 러시아어판도 각각 2만부를 넘겼다. 아직 판매 실적이 최종 집계되지 않은 국가도 있어 실제 판매량은 더 많을 것으로 출판사는 보고 있다.


처음부터 '글로벌 베스트셀러'를 겨냥해 만든 소설은 아니었다. 황 작가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뒤 LG전자에서 약 7년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다. 서른을 넘겨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가 됐다. 에세이를 쓰고 출판사 문을 두드렸지만 여러 차례 원고가 거절됐고, 책을 내도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황 작가는 당시를 "밖에서 보면 실패한 삶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돈도 제대로 벌지 못한 채 집에서 글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공과는 멀고 자기 자신에게 무책임한 삶처럼 보였겠지만 저는 그 삶이 좋았어요."


그때 쓴 이야기가 '휴남동 서점'이다.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영주와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각자의 상처와 피로를 안고 만나 조금씩 삶의 속도를 되찾아가는 이야기다. 3~4개월 동안 몰입해 썼다.


황보름 작가의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전 세계 100만 부 판매를 기념해 2일 서울 중구 콘퍼런스 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 작가가 발언하고 있다. 클레이하우스

황보름 작가의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전 세계 100만 부 판매를 기념해 2일 서울 중구 콘퍼런스 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 작가가 발언하고 있다. 클레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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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작가는 "성공의 길을 걷다가 이탈했거나 그 길에 진입하려 했지만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소설에 나온다"며 "그들의 삶도 잘 흘러가는 모습을 쓰면서 제 삶 역시 그럴 수 있다고 저 자신을 위로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완성한 원고는 한동안 노트북 속에 머물렀다. 세 부를 출력해 가까운 사람들에게 보여준 뒤 2019년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연재했고, 이후 브런치와 밀리의서재가 진행한 전자책 출간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2021년 전자책으로 먼저 독자를 만났고, 신생 출판사 클레이하우스가 2022년 종이책으로 펴냈다.


여기서부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이어졌다. 국내 독자의 입소문이 해외 판권 수출로 연결됐고 영어판이 크게 팔리면서 시장이 빠르게 넓어졌다. 2024년에는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1위에 오르며 일본 독자들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윤성훈 클레이하우스 대표는 '휴남동 서점'의 해외 성공이 특정 국가나 한 차례의 문학상에 기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특정 국가나 언어권에 편중되지 않고 세계 여러 지역에서 골고루 읽혔다는 것이 의미 있다"며 해외 현지 출판사와 독자들의 입소문이 판매를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출판시장에 먼저 자리 잡은 이른바 '힐링 소설' 또는 '필굿 소설'의 흐름도 한몫했다. 일본의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과 같은 작품이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비슷한 정서를 가진 아시아 문학을 찾는 해외 출판사가 늘었고, 그 과정에서 '휴남동 서점'도 발견됐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황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단순히 "괜찮아질 것"이라고 다독이는 소설로만 읽는 데는 조심스러워했다. '힐링 소설'이라는 이름에 대해 그는 "양가감정이 있다"고 했다. 쉬운 위로를 건네는 작품으로 오해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평소 소설을 읽지 않던 사람에게 책을 펼치게 하는 입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휴남동 서점'의 사람들은 그저 따뜻하게 서로를 다독이기만 하지 않는다. 비정규직 노동과 번아웃, 성공에 대한 압박, 돈과 일의 문제처럼 오늘의 삶에서 피하기 어려운 질문이 서점 안으로 들어온다. 윤 대표는 바로 이런 사회적 배경 때문에 작품의 위로가 국경을 넘어 전달될 수 있었다고 봤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위로와 해외 독자가 읽어낸 위로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황 작가는 "해외 독자들의 감상이 한국 독자들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재미있다"며 "서로 보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읽었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책의 성공은 출판사도 바꿨다. 2021년 1인 출판사로 출발한 클레이하우스는 현재 대표를 포함해 5명이 일하는 출판사로 성장했다. '휴남동 서점' 이후에는 국내뿐 아니라 처음부터 해외 독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염두에 두고 출판 목록을 꾸리게 됐다.


황 작가 역시 '휴남동 서점' 이후 두 번째 장편 '윗집 부부'를 올해 펴냈다. 신작은 국내 출간 전부터 15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첫 소설의 성공이 다음 작품에는 부담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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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결국 처음 자리로 돌아갔다고 했다. 독자를 계산하기보다 자신이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아무것도 쓸 수 없겠더라고요. 다시 '내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쓰자'고 생각했습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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