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하 멘탈헬스코리아 부대표

"대학 정신건강 지원체계, 상담·치료에만 쏠림
이 마저도 '낙인' 우려 이용 꺼리는 분위기
센터 이용 사실, '공개처형'이라고 표현
인식부터 해결책까지 학생들이 직접 풀어야"

"대학생 마음건강 지원체계를 3층으로 나눌 때, 우리는 1·2층이 거의 없어요. 위기학생을 상담하는 마지막 3층만 집중돼 있죠."


청년 주도의 정신건강 인식·환경 개선 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 멘탈헬스코리아의 장은하 부대표는 7일 국내 대학 정신건강 지원체계의 가장 큰 문제로 '예방의 부재'를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위기학생을 상담하고 치료하는 데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대학 환경 자체를 바꿔 학생들이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첫 시작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장은하 멘탈헬스코리아 부대표

장은하 멘탈헬스코리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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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에 따르면 대학 정신건강 지원체계 1층(1단계)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일상적 예방'이다. 신입생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 잘 적응하도록 돕고, 교수·선배와 연결됐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최근 학교에서는 진로 선택을 넓히기 위해 무전공·자유전공학부가 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워한다는 문제도 나온다. 장 부대표는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가 첫 수업 때 학생에게 자신을 어떻게 불러주면 좋을지 묻는다"며 "성정체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이 학교에선 내가 솔직하게 얘기하고 도움을 구해도 되겠구나'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했다.


이처럼 모든 학생에게 보편적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환경을 만드는 게 1단계다. 2층(2단계)은 '조기 연결'이다. 교수·교직원 등이 학생의 변화를 일찍 알아채 도움을 주거나 익명 자가진단·온라인 상담 등 전문 상담 이전에 이용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촘촘하게 만드는 단계다. 이러한 1·2층이 만들어진 다음, 마지막으로 3층(3단계)에서 상담 및 치료 등 전문적 개입이 들어가야 한다는 게 장 부대표 설명이다.

그러나 국내 대학에는 앞선 단계들이 취약한 채, 3층에 해당하는 상담과 치료에만 마음건강 지원이 쏠려있다고 지적했다. 예방과 조기연결 체계가 취약한 상태에서 위기학생들이 상담센터로 몰리면서 상담센터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상담센터를 찾고 싶어도 '낙인'이 찍힐 것 같은 우려에 선뜻 문을 열기도 어렵다.


장 부대표는 그동안 마음건강 정책이 상담·의료 전문가 중심으로 논의되면서 지원체계가 예방보다 상담과 치료 등 전문적 개입에 무게가 실렸다고 지적했다. 마음건강을 대학이 함께 만들어가는 환경의 문제라기보다, 개인이 상담이나 약물치료로 해결해야 할 질환으로 보는 인식도 굳혀졌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학생 역시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 '문제가 있는 학생''치료받아야 할 학생'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되고, 이는 다시 도움 요청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멘탈헬스코리아가 대학 정신건강 지원 환경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는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상담센터를 이용한 사실이 알려지는 걸 '공개처형'이라고 표현한다"고 한 대학생도 있었다. 일각에선 상담센터의 명칭을 친근하게 바꾸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장 부대표는 "하나의 아이디어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기 어렵다"고 했다.


장 부대표는 대학생들이 직접 마음건강 정책 설계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식적인 참여를 넘어, 마음건강 문제를 함께 정의하고 해결책을 만드는 '공동 설계자'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 부대표는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학생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정책이 나오게 된다"고 했다.


멘탈헬스코리아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영마인드 링크'를 운영하고 있다. 영마인드 링크는 보건복지부·국립정신건강센터와 함께 하는 청년 주도 정신건강 프로젝트다. 대학생들이 직접 대학 정신건강 환경을 진단하고 정책, 예방교육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올해 3기는 전국 50개 캠퍼스에서 220여명의 청년리더와 1만명 이상의 참여자가 나섰다. 이달에는 온라인 캠페인 '마주해요 챌린지'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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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부대표는 "학생들이 많이 하는 얘기가 '소속감이 없다', '연결됐다는 느낌을 못 느낀다', '혼자 다닌다'는 것"이라며 "학생들의 소속감을 높이는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것은 대학생 마음건강을 보호하는 동시에 대학이 고민하는 중도탈락을 예방하는 데도 중요한 투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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