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책임 구조로 전원 합의 관행…"해외엔 걸림돌"
LLP·SPC 등 법인격 설립이 거의 필수적

한국과 일본의 영상 콘텐츠 공동 제작이 활기를 띠지만, 제작 시스템과 비즈니스 관행의 격차를 좁히는 일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일본 특유의 제작위원회 시스템에서 비롯된 의사결정 구조는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구스노키 준코 필름솔루션즈 대표/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

구스노키 준코 필름솔루션즈 대표/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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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노키 준코 필름솔루션즈 대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일 도쿄에서 주최한 '한·일 콘텐츠 공동제작 위크'에서 일본 제작위원회의 법적 한계와 해외 파트너와의 인식 차이를 지적했다.

제작위원회는 민법상 임의조합으로, 법인격과 별도 등기 제도가 없다. 여러 출자자의 자금을 모으는 구조여서 금융상품거래법상 '간주유가증권(법적으로 유가증권으로 취급되는 출자 지분)'에 해당한다. 다만 출자자 전원이 사업에 직접 종사하면 규제 적용에서 예외로 인정받는다. 자금만 대는 수동적 투자자는 들어올 수 없는 구조다.


출자자의 성격도 한국과 다르다. 미디어 관련 기업들이 사업 시너지를 목적으로 출자하는 내부자 간 공동 사업 성격이 짙다. 한국은 벤처캐피털(VC)이나 콘텐츠 펀드 같은 금융 투자자가 많아, 권리·의무를 명확히 하고 수익 배분을 투명하게 할 필요성이 크다.

'한·일 콘텐츠 공동제작 위크' 현장/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

'한·일 콘텐츠 공동제작 위크' 현장/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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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작위원회 조합원 전원에게는 무한책임이 부과된다. 저작권 또한 출자자들에게 공유 재산으로 분산된다. 민법상으로는 과반수로도 의사결정이 가능하지만, 무한책임을 지는 구조이다 보니 분쟁을 피하기 위해 사실상 전원 합의를 원칙으로 삼는다.


구스노키 대표는 "간사 회사가 실무를 주도해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다 함께 합의해야 한다는 점이 해외에서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한국 지식재산권(IP)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수익을 나누는 구조를 예로 들며 "출자 비율이나 수익 배분이 불투명해 의견 대립으로 이어지기 쉽다"고도 말했다.


권리 관리와 회계 처리에서도 양국의 차이는 뚜렷하다. 한국은 수익원별 폭포수(Waterfall) 모델을 사전에 정하고, 저작권을 제작사나 메인 출자자에게 일원화한다. 일본은 권리 증명과 책임 소재가 분산돼 있다. 수수료를 뺀 뒤 나머지를 나누는 방식으로 회계를 처리해 불신이 쌓이곤 한다. 외국 기업과 협력할 때는 고정사업장 과세, 원천세 등 예상치 못한 세무 위험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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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노키 준코 필름솔루션즈 대표/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

구스노키 준코 필름솔루션즈 대표/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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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노키 대표는 상황에 맞는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기존 제작위원회 방식을 유지하되, 해외 파트너와의 계약서에 상세한 조건을 개별적으로 규정하는 방법이 있다"며 "일본 내에 유한책임사업조합(LLP)이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해외 파트너가 참여하기 쉽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구권이나 글로벌 펀드와 협력할 때는 무한책임이 따르는 임의조합 형태로 투자받기 어려운 만큼, 이런 법인격을 만드는 것이 거의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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