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 물량 75% 이상 공급 확약"
"고객사 찾아와도 못 만난다"
수요 폭발적 증가, 캐파 확대 나선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이어 마이크론까지 역대급 실적을 내놓으면서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이 공급자 중심으로 이동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과 고객사에 대한 공급 영향력이 커지는 양상이다. 이에 메모리 업황의 상승 사이클이 2028년 이후까지 장기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산제이 메흐로트라(Sanjay Mehrotra)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열린 2026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업황 고점 우려와 관련해 "2027년은 물론 2028년에도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실제로 2026년 대비 2027년과 2028년에 업계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7 회계연도 출하 물량의 75% 이상을 이미 고객사에 공급하기로 확약했다고도 설명했다.

이는 메모리 수요가 단기간의 AI 투자 확대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고객사들이 향후 메모리 공급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공급 업체 입장에서도 생산 계획과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이미 메모리 산업이 본격적인 사이클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이번 상승 국면은 HBM 등 고부가 메모리에 국한되지 않고 서버용 D램을 비롯한 범용 메모리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AI 데이터센터의 서버 증설로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는 동시에 HBM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생산 여력 배분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메모리 전반의 수급이 빠듯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8년엔 더 부족"…마이크론까지 '공급자 우위', 메모리 상승 국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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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현 KB증권 연구원은 "2027년에는 HBM과 범용 메모리의 가격 상승과 출하량 증가가 동시에 전개되는 전방위적인 성장 국면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서도 이같은 업황 흐름이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2026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1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4924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특히 반도체(DS) 부문은 매출 127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2000억원을 기록했으며 메모리 사업 역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양사의 호실적을 이끈 AI 메모리 수요와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3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 눈높이도 높아진 상황이다.


AI 데이터센터의 확산은 메모리 시장의 수요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하고 추론하는 과정에서 고성능 메모리의 중요성이 커진 데다, 데이터센터 서버 증설에 따라 일반 서버용 D램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HBM 중심의 수요 확대가 범용 D램 시장의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메모리 업체들로서는 고부가 제품 중심의 수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늘어나는 범용 메모리 수요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급 확대를 위한 설비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반도체 생산시설은 투자 결정부터 실제 양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에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주 SK하이닉스 M15X. 연합뉴스.

청주 SK하이닉스 M15X.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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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수요 대비 공급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에서 생산능력(캐파)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장기공급계약(LTA) 확대 방침을 밝힌 상황이다. 고객사와의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 관계를 구축하고 수요 변동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도 HBM 등 차세대 D램 생산시설인 청주 M15X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한편, 청주 M17 등 신규 생산시설 투자도 추진하며 메모리 공급 기반을 확충한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서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개선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HBM의 가격 상승과 출하량 증가에 범용 메모리의 가격 회복까지 더해질 경우 수익성 개선 효과가 메모리 사업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메모리 시장의 핵심 변수는 AI를 중심으로 한 수요 증가세가 얼마나 지속되는지와 주요 업체들의 증설이 실제 공급 확대로 이어지는 시점이 될 전망이다. 당분간은 공급 부족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과 출하량 증가가 업체들의 실적 개선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증설에 따른 공급 증가 속도가 수요 증가세를 앞지를 경우 가격 상승세가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능력 확대 속도뿐 아니라 수요에 맞춘 공급 조절 전략도 향후 수익성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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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업계 관계자는 "이젠 고객사가 찾아와도 만나지 못할 정도로 캐파가 꽉 찼다"며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공급을 늘려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생산시설을 확충하더라도 실제 공급 능력이 늘어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은 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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