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울먼 보스턴대 교수
서울대 포럼서 미국 사례 연구 발표
"소규모 인수도 누적되며 가격 상승"
"한국도 유사…기업결합 제도 점검"

마취서비스 가격이 사모펀드 등의 추가 인수 직후 20~25% 오르고, 이후 약 4년에 걸쳐 40% 수준까지 높아졌다는 미국 사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를 발표한 토마스 울먼 보스턴대 교수는 한국도 같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며 기업결합 신고 기준과 심사 가이드라인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2일 서울대 경제연구소 미래경제연구센터(센터장 이지홍 교수)는 '사모펀드와 공정거래정책'을 주제로 제2차 월례포럼을 전날 온라인으로 열었다고 밝혔다. 조성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가 좌장을 맡았고, 울먼 교수가 이번 연구 결과를 발제했다.

첫 인수 땐 가격 비슷…그러나 추가 인수 뒤 올랐다

"사모펀드 인수 후 마취값 40% 상승…한국은 더 심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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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먼 교수가 발표한 연구는 미국 마취서비스 시장의 롤업(roll-up) 사례를 다룬다. 롤업은 한 기업을 인수한 뒤 같은 시장의 기업을 잇달아 사들여 합치는 방식이다. 울먼 교수는 "개별 인수 규모가 작더라도 여러 거래가 연속적으로 이뤄질 경우 하나의 사업자가 시장 내 다수 기업을 보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시장지배력이 높아지고 경쟁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울먼 교수는 이러한 연속 인수가 실제 시장의 경쟁구조와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기 위해 미국 마취서비스 시장을 분석했다. 2012~2021년 재무적 투자자의 추가 인수 50건(18개 시장)을 의료보험 청구자료 등으로 분석했다. 미국 인구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시장이다.

분석 결과, 최초 인수 때는 가격에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두 번째 이후 추가 인수에서는 인수 직후 가격이 20~25% 올랐고, 약 4년에 걸쳐 상승폭이 40% 수준까지 커졌다. 반면 서비스 품질에서는 유의미한 개선이 확인되지 않았다. 신고 대상에서 빠진 일부 소규모 인수에서는 짧은 기간에 30%, 일부 사례에서는 50%까지 오를 수 있었다.


경쟁 기업이 줄수록 마취서비스 업체의 보험사 상대 협상력이 높아져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게 울먼 교수의 분석이다. 시장집중도(소수 기업이 시장을 차지하는 정도)가 많이 오른 인수일수록 가격 상승폭도 컸다.


신고 안 해도 되는 소규모 인수도 동일한 문제 유발

인수 직전 분기 대비 미국 마취 가격 변화. 두 번째 이후 추가 인수(파란 선)는 직후 20%대 오른 뒤 4년 뒤 40%대까지 올랐고, 첫 인수(회색 선)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올먼 교수 논문에 나온 원문 그래프(16p)를 AI로 재구성.

인수 직전 분기 대비 미국 마취 가격 변화. 두 번째 이후 추가 인수(파란 선)는 직후 20%대 오른 뒤 4년 뒤 40%대까지 올랐고, 첫 인수(회색 선)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올먼 교수 논문에 나온 원문 그래프(16p)를 AI로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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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먼 교수는 개별 규모가 작은 인수는 기업결합 사전 신고 대상에서 빠져 규제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경쟁당국의 신고 기준에 미치지 않는 인수합병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더 큰 경쟁 제한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결합 심사에서도 개별 거래뿐 아니라 인수의 연속성과 누적 효과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기업결합 가이드라인은 결합이 복수의 인수로 구성되면 경쟁당국이 일련의 거래 전체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구 대상 50건 중 일부는 개별 거래 기준으로는 경쟁제한 추정 기준(경쟁 제한으로 추정하는 시장집중도 변화 기준)을 넘지 않았지만, 누적 기준으로는 넘어섰다.


울먼 교수는 "개별 거래별 시장집중도 변화만 놓고 보면 경쟁제한성이 크지 않아 보이는 인수도 전체 롤업을 하나의 거래로 평가할 경우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문제 더 클 수 있어…심사기준·가이드라인 점검해야"

미래경제연구센터 제2차 월례포럼에서 온라인 발표 중인 토마스 울먼(Thomas Wollmann) 미국 보스턴대학교 퀘스트롬 경영대학 교수와 참석자들. 서울대 미래경제연구센터

미래경제연구센터 제2차 월례포럼에서 온라인 발표 중인 토마스 울먼(Thomas Wollmann) 미국 보스턴대학교 퀘스트롬 경영대학 교수와 참석자들. 서울대 미래경제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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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먼 교수는 이를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는 정책적 과제로 제시했다. 올먼 교수는 "한국에서도 사모펀드의 추가 인수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관련 규정과 심사 가이드라인의 보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기업결합 심사기준이 시장집중도 변화 추세를 고려하지만, 일련의 인수를 하나의 거래 단위로 명시적으로 검토하는 기준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도 같은 문제에 직면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문제가 더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올먼 교수는 "신고 기준을 피한 채 누적되는 소규모 인수의 경쟁제한 효과를 포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과 심사 가이드라인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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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홍 센터장은 "한국은 주요 산업의 시장집중도가 매우 높은 만큼, 급속히 증가하는 사모펀드의 인수합병 활동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그 결과를 공정거래 규제 체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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