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흐름 저해해 다른 환아 안전 위협"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 강제수사 절차 마련해야
경찰이 진료가 진행 중이던 종합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압수수색한 데 대해 의료계가 응급의료 현장을 보호할 수 있는 수사 절차 마련을 촉구했다.
2일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 30일 경기도 수원시 원천동에 위치한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곳에서 지난 여름 치료를 받던 환아가 사망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이었는데, 당시 압수수색은 다른 환아들의 진료가 이어지는 가운데 진행됐다.
의협은 "유가족이 아이가 숨진 경위를 알고자 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의료계도 사실관계 규명에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면서도 "진료가 한창인 응급실을 강제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사실관계 규명과 별개로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소아응급센터는 중증 환아가 예고 없이 내원하고 처방과 검사 지시 등이 응급실 내 컴퓨터를 통해 이뤄지는 공간인 만큼 수사 인력의 현장 진입 자체가 진료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의협 측의 지적이다. 당시 센터에는 경련으로 이송된 생후 6개월 영아 등 환아들이 있었으며, 경찰이 진료용 컴퓨터로 자료를 확인하는 동안 의료진이 자리를 옮겨 업무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협은 압수수색의 필요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의료법과 형사소송법상 경찰은 진료기록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할 수 있고, 전자의무기록에는 작성·수정·조회 이력 등이 남는 만큼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별도의 강제처분 없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직표 등 근무기록이나 진료공간의 구조·장비 역시 병원에 요청하거나 일정을 조율해 확인할 수 있다. 의협은 "형사소송법은 강제처분을 필요한 최소한도에서만 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경찰은 왜 하필 진료 중인 응급실이었는지, 압수수색이 꼭 필요했는지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도 전날 별도의 성명을 내고 이번 수사에 우려를 나타냈다. 학회는 "수초의 지체로도 아이의 생사가 엇갈리는 특수 진료 구역에서 갑작스러운 수사 인력의 방문과 현장 집행은 의료진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진료 흐름을 저해한다"며 "또 다른 중증 응급 환아의 치료 지연과 안전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단체는 특히 중증 환아의 사망이라는 결과만으로 의료진의 과실을 전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소아 중증질환은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더라도 질병의 진행 속도와 중증도에 따라 예후를 장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협은 지난 4월 국회가 의료분쟁조정법을 개정해 의료사고의 중대한 과실 여부를 전문가가 심의하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한 점도 언급했다. 의료사고 여부를 판단할 때 의학적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반영된 만큼 수사에서도 의학적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두 단체는 또 이번 압수수색이 소아응급의료 현장의 위축을 가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증 환아를 많이 진료하는 의료기관일수록 예기치 않은 사망을 완전히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진료 과정마다 강제수사가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 의료진이 중증 환자 진료를 기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의협은 경기남부경찰청에 압수수색의 구체적인 집행 경위와 진료 중인 소아응급센터를 대상으로 한 이유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또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 등 촌각을 다투는 진료공간에 대해서는 임의제출 등 진료에 지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자료를 확보하도록 수사 집행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정부에는 의료사고 수사에서 강제수사보다 의학적 감정과 전문적 검토가 우선 이뤄지도록 수사기관과 협의하고 이를 관련 하위법령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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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은 "응급실은 환자를 살리는 곳이자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져야 할 공간"이라며 "진료 중인 응급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도 "투명하고 객관적인 사실 규명에는 언제든 성실히 협조하겠다"면서 "환아들의 생명을 다루는 현장의 진료권을 훼손하고 진료를 위축시키는 수사 방식은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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