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출품 거부 뒤 두 달 가까이 재검토
아시아 음악계 의견 듣고도 원안 유지
지역·언어로 나눈 별도 부문 논란 여전
첫 후보서 '아시안 팝' 성격 드러날 듯

방탄소년단(BTS)이 2019년 12월(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트할리우드에서 열린 버라이어티 ‘히트메이커스 브런치’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이 2019년 12월(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트할리우드에서 열린 버라이어티 ‘히트메이커스 브런치’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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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그래미 어워즈가 방탄소년단(BTS)의 출품 거부와 음악계의 반발에도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을 예정대로 신설한다. 아시아 음악의 수상 기회를 넓히겠다는 취지지만, 지역과 언어를 기준으로 이미 주류 팝 시장에서 경쟁하는 K팝을 별도로 묶었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같은 곡을 아시안 팝과 기존 팝 퍼포먼스 부문에 함께 낼 수 없다는 규정도 논란이다.


그래미를 주관하는 리코딩 아카데미의 하비 메이슨 주니어 최고경영자(CEO)는 1일(현지시간) "내년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를 예정대로 시상한다"고 밝혔다. 아카데미는 지난 6월 이 부문을 신설한 뒤 반발이 이어지자 아시아 음악계 관계자들과 논의를 진행해왔다.

메이슨 CEO는 "이 부문을 계속 운영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도 들었다"면서도 존속을 지지하는 음악 창작자들의 목소리가 더 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결론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지는 못한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했다.


아시안 팝 부문은 K팝과 J팝, C팝 등 아시아 시장에서 만들어지거나 널리 인정받는 현대 대중음악을 대상으로 한다. 가수의 국적이나 인종보다 음악적 스타일을 기준으로 출품 자격을 판단한다. 다만 가사에 하나 이상의 아시아 언어가 의미 있는 비중으로 쓰여야 한다. 영어로만 부른 곡은 이 부문에 출품할 수 없다.

기존 팝 부문과의 관계는 더 복잡하다. 그래미 규정은 한 음원을 한 해에 하나의 퍼포먼스 부문에만 출품하도록 한다. '아시안 팝' 자격을 갖춘 곡을 이 부문에 냈다면 같은 곡을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등 다른 퍼포먼스 부문에 다시 낼 수 없다. 다만 올해의 레코드·앨범·노래 등 주요 본상에는 별도로 출품할 수 있다.


BTS는 지난 7월29일 일곱 멤버가 각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같은 글을 올려 "내년 그래미에 음악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나뉘기보다 음악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시안 팝 부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지역과 언어를 기준으로 한 새 부문이 발표된 뒤 나온 입장이어서 미국 음악계에서도 사실상 이에 대한 문제 제기로 받아들였다.


BTS의 발표 이후 아카데미도 재검토에 들어갔다. 메이슨 CEO는 지난 8월 "일부 아티스트는 이 부문이 자신들이 만드는 음악을 원하는 방식으로 대표하지 못한다고 느낀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아카데미는 이사회와 시상 부문 관련 위원회까지 참여시켜 아시아 음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다시 들었다. 두 달 가까운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은 존속이었다.


제69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신설되는 다섯 부문. 그래미 공식 SNS 화면

제69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신설되는 다섯 부문. 그래미 공식 SNS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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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음악계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버라이어티는 "특정 지역이나 장르를 위한 상이 수상 기회를 늘리는 동시에 해당 음악을 주류 부문과 분리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브스도 아시아 음악에 별도의 경쟁 부문을 만든 점을 문제로 짚었다. 반면 부문 신설에 참여한 일본계 프로듀서 히로이즘(her0ism)은 아시아 음악이 그래미의 정식 심사 체계에서 평가받을 기회가 늘었다는 데 의미를 뒀다.


K팝은 이미 그래미 주요 본상 후보에 올랐다. 올해 그래미에서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는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후보에 올랐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골든(Golden)'도 올해의 노래 후보에 들었고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를 수상했다. BTS는 지금까지 그래미 후보에 다섯 차례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논란의 핵심은 본상 출품 자격보다 아시아 음악을 지역과 언어로 다시 나누는 방식에 있다. K팝이 이미 기존 팝 부문과 주요 본상에서 경쟁하는 상황에서 별도의 아시안 팝 부문이 실제 수상 기회를 넓힐지, 기존 팝 부문과 분리하는 장치로 작용할지가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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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회 그래미의 1차 투표는 오는 12일 시작한다. 후보는 다음 달 16일 발표하고 시상식은 내년 2월7일 열린다. '아시안 팝' 부문의 성격은 첫 후보 명단이 나오면 더 분명해진다. 기존 팝 부문과 경쟁하던 아시아 음악이 새 부문으로 몰릴지, 두 영역에서 고르게 후보를 낼지가 관건이다. 첫해 운영 결과에 따라 지역과 언어를 기준으로 한 현행 규정을 손볼지 지켜볼 일이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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