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설기' 유행에 동네 떡집 주문건수↑
쫀득 식감 선호에 과일찹쌀떡 등 퓨전떡 주목
떡 판매 늘어…"시대 변화에 적응"

"찾는 분들이 많아서 추석 연휴 지나자마자 다시 만들기 시작했어요. 매일 아침 만들어 당일 판매하고 있습니다."


서울 강북구 전통시장 앞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A사장님이 지난 1일 매대에 내놓은 1개당 2000원짜리 '피자설기'를 정리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피자설기는 백설기 위에 토마토소스와 치즈, 페퍼로니, 옥수수 등을 올려 마치 피자처럼 만든 떡인데요. 부산 영도 '영도다리떡방'에서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피자설기는 올해 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국에 빠르게 퍼졌습니다.

서울 강북구 전통시장 앞에서 떡집에 1개당 2000원짜리 '피자설기'가 매대에 진열돼 있다. 정현진 기자

서울 강북구 전통시장 앞에서 떡집에 1개당 2000원짜리 '피자설기'가 매대에 진열돼 있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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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장님도 지난달부터 피자설기를 매대에 내놨는데요. 기존 일반 떡 제품과 함께 사가는 손님이 많다고 합니다. 추석 명절에는 송편 수요가 워낙 높다 보니 일주일 정도 만들지 않았다는데요. A사장님은 "언론에서 언급이 많이 되고 인기가 많다고 하니 젊은 사람뿐만 아니라 연령대 높은 분들도 하나씩 맛본다고 사 간다"며 "당분간 계속 만들어 팔 계획"이라고 말합니다.

올해 초 전국을 뒤흔든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 대란을 잊으신 분 없으시죠? 당시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는 물론 전국 카페와 빵집 앞에는 두쫀쿠를 사려는 손님 행렬이 이어졌죠. 뒤이어 광주 향토 떡집인 '창억떡'의 호박인절미도 크게 주목받으며 수도권 매장 오픈 당시 인파가 몰리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하반기는 피자설기가 디저트 유행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쫄깃한 식감을 살린 빵, 떡 등 각종 디저트가 계속 등장하고 있어요.


올해 식품 트렌드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그야말로 '쫀득한 2026년'이라고 설명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그 중심에 쫀득·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떡이 있는데요. 인기 떡을 파는 유통 채널이나 떡집을 찾아가는 이른바 '떡지순례(떡+성지순례)'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이번 맛잘알X파일에서는 전 국민이 주목하고 있는 우리 전통 디저트 떡 트렌드를 들여다보겠습니다.

동네 떡집도 나섰다…"페퍼로니 시키고, 쌀 주문 늘리고"

피자설기 유행은 동네 떡집의 원재료 주문을 바꿔놨습니다.

4일 아시아경제가 요청해 CJ프레시웨이 자회사 마켓보로가 운영하는 온라인 식자재 오픈마켓 '식봄'을 통해 동네 떡집을 운영하는 사장님 약 150명의 주문 내역을 살펴봤는데요.


피자설기의 핵심 재료인 피자치즈 주문 건수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올해 2분기만 해도 피자치즈 주문 건수는 7건이었으나, 3분기 477건으로 크게 확대된 겁니다. 특히 지난달 한 달 주문 건수가 3분기 전체 주문 건수의 94%를 차지해 집중돼 있었습니다. 피자설기 트렌드가 동네 떡집에는 지난달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장님, 이건 뭐예요?" 2000원짜리 '피자 닮은 떡'…동네 떡집까지 난리 났다[맛잘알X파일] 원본보기 아이콘

피자설기에는 치즈 외에도 다른 재료가 들어가죠. 피자소스 주문 건수도 2분기 2건에서 3분기 271건으로 130배 이상 늘었고요. 페퍼로니도 같은 기간 4건에서 261건, 옥수수와 블랙올리브도 모두 2분기 중 1건씩이었으나 3분기에 각각 126건, 100건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백설기에 사용하는 쌀 주문 건수도 275건에서 566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올해 초 두쫀쿠 열풍 당시 원재료인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 품귀 현상이 벌어졌는데요. 피자설기 유행이 원재료 수급 문제로 이어질 정도인지 물어봤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피스타치오나 카다이프는 워낙 공급이 적은 재료이다 보니 타격이 컸던 편"이라며 "피자설기 주재료는 공급이 충분하다 보니 가격에 영향을 주진 않는 듯 보인다"고 합니다.


피자설기 외에도 올해 떡 트렌드를 이끄는 존재가 있습니다. 찹쌀떡에 귤, 딸기, 키위 등 과일을 넣는 과일 찹쌀떡이 있는데요. 과일 찹쌀떡 브랜드인 '한정선'은 찹쌀떡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로 성수동 카페거리에서 시작해 입소문을 탄 브랜드입니다. 최근 서울 기차 역사에 있는 한정선 매장 앞을 가보니 평일 저녁 제품 구매를 위해 줄 서 있는 인파가 꽤 많았고요. 주말에 1시간을 기다려 겨우 구매했다는 손님도 있었습니다.


쫄깃한 식감의 떡 트렌드가 올해 지속되자 식품·외식업계도 잇따라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GS25는 지난달 3일 한정선의 대표 메뉴인 요거트 찹쌀떡을 재해석한 냉동 디저트를 내놓아 인기를 끌었습니다. 더벤티는 지난 8월 요거트 디저트 브랜드 '요거보라'를 론칭, 찹쌀떡 안에 그릭요거트와 복숭아, 옥수수 등을 활용한 '요거모찌'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쫀득한 식감을 살린 파리바게뜨의 '초코쫀득츄러스'는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70만개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주목받는 퓨전떡…판매액 1조 눈앞

요즘 유행하는 떡 트렌드를 보면 전통적인 맛을 잘 내기보다는 쫄깃한 식감을 살리면서 동시에 색다른 재료를 섞은 퓨전 메뉴가 주목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피자설기, 과일 찹쌀떡 외에도 찹쌀떡 안에 생크림을 넣고, 호박을 넣은 인절미에 콩고물 대신 카스텔라 가루를 입힌 제품도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떡과 케이크, 파이 등 여러 디저트 느낌을 동시에 줘 경계를 흐리면서 청년층 입맛을 저격하는 겁니다.


GS25가 출시한 한정선 요거트 찹쌀떡. GS25 제공

GS25가 출시한 한정선 요거트 찹쌀떡. GS25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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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러한 떡의 변신은 이전에도 지속돼 왔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2023년 내놓은 '가공식품 세분시장 보고서 : 떡 한과류'를 통해 "식품 디저트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하면서 떡·한과를 디저트로 취급하는 점포가 늘고 있다"며 딸기크림치즈떡 등 새로운 입맛과 취향에 맞춰 신제품이 개발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시기 레트로와 '할메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로 떡과 전통 간식에 대한 관심도 늘었죠. 웰빙 트렌드 확산으로 밀가루 대신 쌀을 이용한 가공식품을 찾는 니즈도 커졌습니다.


동시에 떡 유통 기술과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떡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동네 방앗간이나 떡집을 중심으로 판매가 됐다면, 이제는 기업이 떡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물류 시스템이 발전해 냉장·냉동 택배가 가능해진 것이죠. 또 온라인으로 주문,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도 체계화하면서 전국은 물론 수출도 가능해졌습니다. 다양한 식재료를 섞은 퓨전떡을 원거리에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떡 소비량은 매해 늘고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 '품목별 국내 판매액 변동 현황'에 따르면 떡류 국내 판매액은 2018년 5641억원에서 지난해 9624억원으로 7년 새 71% 증가했는데요. 올해 전국을 뒤흔들고 있는 쫄깃한 식감 열풍을 바탕으로 판매액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지 주목됩니다.

백일·돌떡 사라지자 동네 떡집 '흔들'…"시대 흐름 따라 적응"

"사장님, 이건 뭐예요?" 2000원짜리 '피자 닮은 떡'…동네 떡집까지 난리 났다[맛잘알X파일] 원본보기 아이콘
민족최대명절인 추석을 일주일여 앞둔 9일 오일장이 열린 성남 모란민속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과일, 생선, 떡 등 제수용품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민족최대명절인 추석을 일주일여 앞둔 9일 오일장이 열린 성남 모란민속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과일, 생선, 떡 등 제수용품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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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입맛을 겨냥한 떡 소비가 늘면서 동네 떡집으로 향하는 발길이 늘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에 따르면 전국 떡집은 현재 2만개 내외로 추정되는데요. 최근 3년 새 동네 떡집은 감소세를 보인다고 합니다. 피자설기나 과일 찹쌀떡처럼 신규 수요가 생기더라도 예전처럼 백일이나 돌 등에 이뤄졌던 대량 주문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합니다.


협회 관계자는 "동네 떡집은 청년층이 유입해 개업하는 경우가 생겼으나 고령화 등 영향이 있어 폐업이 늘었다. 자본력이 있는 업체들은 SNS를 바탕으로 매출을 키우고 수출도 확대하면서 관련 매출이 늘어났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소비자 기호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시대 흐름에 따라 떡도 적응화되고 있는 과정"이라며 "먹거리가 다양화되다 보니 전통 떡도 과거에 그치지 않고 신규 제품 개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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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동네 떡집을 방문한 기억이 있으신가요? 우리 동네 떡집 중 최신 트렌드인 피자설기를 파는 곳은 어디인지 아십니까? 선선한 바람이 부는 요즘, 동네 떡집에서 평소 즐기는 전통 떡과 함께 새로운 디저트 트렌드를 맛보시면 어떨는지요.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하는 소소한 재미와 함께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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