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문량, 생산능력 최대 1.8배…공급기간 최대 6년
두산 美 수주물량 2029년부터 공급…엔시날 가동 시점과 겹쳐
김정관 "시간 못 맞출 수도…다른 프로젝트 韓기업 참여 고려"
정부가 대미 전략투자 1호 사업으로 추진하는 미국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에 정작 국산 가스터빈을 공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 세계 가스터빈 주문이 급증하면서 국내 업체의 생산 일정도 수년 뒤까지 차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국 기업의 참여를 최대한 확보한다는 방침이지만 2029년 1단계 상업운전이라는 사업 일정을 맞추는 것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 세계 가스터빈 주문량은 110GW로 연간 생산능력 60~70GW를 크게 웃돌았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는 대형 가스터빈의 주문부터 공급까지 걸리는 기간이 최대 6년까지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GE버노바의 가스터빈 수주잔고도 올해 2분기 116GW에 달해 현재 2031년 인도 물량까지 예약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대형 발전용 가스터빈을 자체 개발·제작하는 두산에너빌리티도 생산 일정이 빠듯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3월 미국 데이터센터에 380MW급 가스터빈 7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계약까지 합하면 미국 공급 물량만 12기에 달한다. 새로 수주한 7기는 2029년 5월부터 월 1기씩 공급될 예정이다.
엔시날 프로젝트의 1단계 상업운전 목표 역시 2029년이다. 기존 수주물량의 공급 시점과 엔시날 사업 일정이 맞물리는 셈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가스터빈을 쓰고 싶어도 가스터빈 업체들이 그 시간에 충족하지 못하는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국내 업체들도 이미 나오는 물건들이 잡혀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엔시날 사업을 대미투자의 첫 프로젝트로 택하면서 한국 기업의 미국 전력시장 진출이 주요 기대효과로 꼽혀왔다.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국내 기업이 설계·조달·시공(EPC)과 가스터빈, 변압기 등 발전·전력 기자재 공급에 참여하면 대규모 대미투자를 국내 기업의 수주 기회로 연결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가스발전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스터빈 확보 자체가 발전소 건설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가스복합발전소 건설 계획이 잇따르는 반면 가스터빈은 대규모 설비와 숙련인력이 필요한 만큼 생산능력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다.
공급능력도 일부 글로벌 업체에 집중돼 있다.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추적 기관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에 따르면 GE버노바와 지멘스에너지, 미쓰비시중공업 등 3개 업체가 세계 가스터빈 생산능력의 약 66%를 차지한다. 각 업체가 증설에 나서면서 2030년까지 세계 생산능력이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같은 기간 AI 데이터센터와 노후 발전소 교체 등에 따른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공급 부족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드맥킨지는 가스터빈 가격이 2027년 말 kW당 600달러 수준까지 올라 2019년 대비 19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스터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발전소 준공 일정뿐 아니라 전체 사업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도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가스터빈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창원공장 증설에 착수했다.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 확대에 대응해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확보한 수주물량을 순차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만큼 엔시날 프로젝트가 요구하는 시점에 추가 물량을 배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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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엔시날 사업 일정과 국내 기업의 공급 여력을 함께 고려해 참여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 김 장관은 "미국 측에서는 (엔시날 사업 일정에) 한국 업체가 맞추지 못할 경우 다른 프로젝트에서 한국 업체를 고려하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가급적 한국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프로젝트 납기 순서를 바꾸는 방안 등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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