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 시민들, SNS에 공습 풍자 밈 공유
7월 이후 공습에 민간인 약 100명 숨져
"러시아 기대한 패닉 대신 밈으로 연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군의 공습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들이 전쟁의 공포를 비튼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을 주고받으며 일상을 버티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 드론 공격이 벌어진 뒤 시민들이 껴안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 드론 공격이 벌어진 뒤 시민들이 껴안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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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로 쿨레바 전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에 실은 기고문에서 "최근 몇 주간 우크라이나인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에게 감사하다. 키이우에 살아서 미래를 계획할 필요가 없으니까'라는 암울한 농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텔레그래프'도 지난달 29일 키이우 시민들이 공유한 밈을 모아 소개했다.

지하철역 텐트에 "작은 궁전들, 잘 자"…밈으로 연대


"신에게 감사하다. 미래를 계획할 필요가 없다"는 농담은 원래 "우크라이나에 살아서"라는 형태로 퍼졌는데, 키이우 공습이 거세진 8월 말부터는 '우크라이나' 자리에 '키이우'를 넣은 변형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텐트가 빼곡히 들어찬 지하철역 사진에 "우크라이나 궁전과 작은 궁전들. 잘 자"라는 문구를 붙인 밈도 공유됐다. 공습 때마다 지하철역에서 밤을 보내는 처지를 비튼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자조 섞인 밈 콘텐츠. 왼쪽부터 "괜찮아, 살아남겠지. 최악의 경우에는 죽는 거고", "그래도 사랑하는 키이우잖아", "다 잘될 거야", "총체적 난국"이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스레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자조 섞인 밈 콘텐츠. 왼쪽부터 "괜찮아, 살아남겠지. 최악의 경우에는 죽는 거고", "그래도 사랑하는 키이우잖아", "다 잘될 거야", "총체적 난국"이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스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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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래프가 지난달 29일 소개한 밈에는 "괜찮아, 살아남겠지. 최악의 경우에는 죽는 거고", "혹시라도 모든 게 잘 풀릴 경우에 대비해 살아가는 중", "공격을 기다리는 날을 축하해" 같은 문구가 담겼다. 이 매체는 "지속적인 공격에도 시민들의 정신은 꺾이지 않았다"며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이 기대한 공포와 패닉 대신 온라인에 시국을 풍자하는 밈과 농담이 넘쳐났다"고 전했다.

이런 유머가 위기 속 공동체를 묶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도 있다. 우크라이나 국립 키이우-모힐라 아카데미의 문화학 연구자 비올레타 심카니치는 지난 6월 발표한 논문에서 전쟁 중 유행한 밈을 분석하며 "SNS에서 널리 유통된 유머러스한 재해석들은 공포와 불확실성을 공동의 경험으로 전환함으로써 연대와 집단적 회복 탄력성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밤낮없는 드론 공격…"이런 종류의 비관은 새로운 현상"


이런 농담이 나온 배경에는 최근 석 달째 이어지는 집중 공습이 있다. 러시아는 지난 7월 초부터 드론과 미사일로 키이우를 유례없이 강하게 공격하고 있다. 드론은 상당수 격추되지만, 탄도미사일은 대부분 방공망을 뚫고 들어와 건물을 부수고 있으며, 지금까지 민간인 약 100명이 숨졌다. 지난달 8일에는 생방송 중이던 방송사 '므이-우크라이나' 건물에 드론이 떨어졌고, 25일에는 드론이 25층 아파트를 덮쳐 14세 소년이 숨졌다. 8월 말부터는 드론 공격이 밤낮을 가리지 않으면서 시민들이 대피와 귀가를 되풀이하고 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8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 동안 키이우에 울린 공습경보만 30차례였다.


쿨레바 전 장관은 러시아가 도시를 점령하거나 기반시설을 타격하는 데서 나아가 일상을 무너뜨려 저항 의지를 꺾으려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5년째 이어진 전쟁으로 시민들은 고난에 익숙하지만 이런 종류의 비관은 새로운 현상"이라며 "이전에는 일상 자체를 중단시킬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제 러시아는 밤낮없이 발사체를 보낸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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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중에서 가해지는 (드론) 공포는 우크라이나 사회를 지치게 했다"며 "현재 우크라이나가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징후는 없지만, 그 한계점이 어디인지는 누구도 말할 수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서방이 우크라이나와 함께 키이우를 '사람들이 다시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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