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수명 변화에 보험 공식 흔들
생물학적 시계, 보험 심사에 쓰일까
건강보험·연금·인수 영향 제각각
노화 정도를 측정하고 질병 발생을 늦추는 등 바이오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험산업의 위험 계산법이 변화할 전망이다. 개인별 생체나이와 치료·예방 효과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면서 보험료 산정 및 인수심사부터 건강·연금보험의 상품 구조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재보험사 뮌헨리는 최근 후성유전학적 정보를 활용해 노화 정도와 사망위험을 측정하는 '생물학적 시계'의 생명보험 언더라이팅 활용 가능성을 검토했다. 아직은 연령·병력 등 기존 위험지표보다 예측력이 높지 않지만 향후 여러 생체정보를 결합한 분석이 고도화되면 보완적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후성유전학은 디옥시리보핵산(DNA) 염기서열 자체는 바뀌지 않은 채 유전자의 작동 방식이 달라지는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다. 대표적으로 DNA에 화학적 표지가 붙는 '메틸화' 패턴이 나이가 들면서 변화해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하는 데 활용된다. 이 같은 기술이 발전하면 개인의 실제 건강 상태와 노화 정도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 보험 위험평가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험업계에서는 노화 관련 생명과학 기술이 보험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노화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치료법부터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생체나이 측정 기술 등이 발달할수록 보험 위험이 단순히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위험의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기존에는 나이가 들수록 질병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건강 상태가 악화하는 흐름을 가정했다면 앞으로는 치료나 예방 개입에 따라 발병 시점이 늦춰지거나 건강 기능 저하에서 다시 회복되는 경로도 고려해야 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따져봐야 할 위험이 질병 발생 여부와 함께 발생 시점이나 심각도, 치료 이후 건강 상태가 유지되는 기간 등으로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위험률부터 역선택까지…보험상품 셈법 달라질까
상품별 영향은 엇갈릴 전망이다. 암·치매 등 특정 질병 진단 시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건강보험은 질병을 예방하거나 발생 시기를 늦추는 기술이 확산될수록 기존 위험률 가정이 달라질 수 있다. 실손보험 등에서는 유전자·세포치료와 같은 고가 신기술이 보장 범위에 포함될 경우 새로운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 종신형 연금보험은 수명 연장에 따라 예상보다 오랜 기간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장수리스크가 커질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생체정보 활용이 확대될수록 보험사와 가입자 간 정보 비대칭이 커지고 위험도에 따른 차등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사가 활용 가능한 건강정보를 바탕으로 가입자를 지나치게 세분화할 경우 보험의 위험공유 기능이 약해질 수 있고, 반대로 개인이 직접검사 등을 통해 보험사보다 자신의 건강위험에 관한 정보를 더 많이 확보하게 되면 가입 행동이 달라져 역선택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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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보험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사망률이나 질병 발생률 등 위험률을 예상해 보험료를 산출하는데 노화 치료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 지금까지 경험통계를 바탕으로 세워온 가정과 실제 위험 사이에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며 "그동안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 나빠지고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비교적 분명하게 생각했다면, 이제는 암 발생률이 몇 퍼센트 오르고 내리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늙어 아프고 회복하는 경로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상품은 작은 가정 변화도 손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의료기술 변화가 기존 위험률과 상품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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