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망 무조건 증설 대신 ESS·유연접속 활용
국민체감 성과, 전기차 전환·쓰레기 대란 막아
탄소 감축 속도는 기대 못 미쳐…"죄송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일 출범 1년을 맞은 가운데 김성환 장관이 전력망 혁신과 전기차 전환, 수도권 쓰레기 직매립 금지 대응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반면 목표한 재생에너지 총량을 늘리는 데는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1년의 평가는 스스로 내리는 것보다 국민의 몫"이라며 지난 1년간의 정책 추진 상황과 향후 과제를 설명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일 기후부 1주년을 맞아 정부세종청사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일 기후부 1주년을 맞아 정부세종청사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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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100GW 향해 제도 손질…"총량 확대는 미흡"

가장 큰 성과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과 전력망 혁신을 들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기가와트)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현재 확보된 규모는 40GW 수준이다. 김 장관은 "이격거리 규제 개선과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개편, 이른바 햇빛소득 관련 제도 마련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었다"며 "송전망을 무조건 증설하지 않고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유연접속 등을 활용해 기존 전력망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생에너지의 가시적인 총량 확대는 아직 과제로 남았다. 김 장관은 "태양광이 빠르긴 하지만 그것도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린다"며 "내년부터는 적어도 태양광 10GW 이상, 풍력도 조금씩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호남 지역에 대기 중인 재생에너지 계통 접속 물량이 상당한 만큼 내년부터 실제 증가 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비행기가 뜨기는 어렵지만 일단 뜨면 높이 날고 멀리 간다"고 표현했다. 전력망 혁신과 관련해서는 수십조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당초 제시한 절감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잠정 추계 수준이라며 추가적인 산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존 송전망을 대규모로 건설하는 대신 ESS 등을 배전단과 변전단, 송전단에 배치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전기차 23%·쓰레기 대란 막아…"국민 체감 변화도 성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는 전기차 전환을 들었다. 정부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할 때 지원하는 보조금 등을 새로 마련하고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한 결과 올해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이 23%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새로운 상품을 구매하는 데 30%를 넘어가면 심리적으로 대세가 된다"며 "우리 국민들이 타고 다니는 차를 다음 차는 전기차로 바꿀까 하는 변화가 생긴 것이 큰 변화"라고 말했다.


건물 에너지 전환도 언급했다. 김 장관은 "최근 아파트 신축 조합에 가스 배관 없이 건물을 짓는 방안을 직접 제안했다"고 말했다. 공기열, 수열, 지열 히트펌프 등의 보급은 아직 낮지만 건물에서 가스 의존도를 낮추고 전기화하는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생활 속 체감 성과로는 러브버그 방재도 꼽았다. 김 장관은 "계양산에 러브버그가 많았는데 기후부 산하기관이 방재활동을 해서 수도권 일대 러브버그 수가 줄었다"며 "국민 불편을 줄인 일"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쓰레기 직매립 금지에 대응한 것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김 장관은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와 약속대로 11월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시행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며 "일부 폐기물이 충청권 등으로 이동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면 이른바 '쓰레기 대란'으로 번질 수 있었다"고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일 기후부 1주년을 맞아 정부세종청사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일 기후부 1주년을 맞아 정부세종청사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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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감축 속도는 기대 못 미쳐…"내년엔 의미 있는 성과 낼 것"

반면 재생에너지 확대와 온실가스 감축은 스스로 부족한 부분으로 평가했다. 특히 녹조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녹조 대책"이라며 "올해는 성과를 거의 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기후적 요인과 강수량 부족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온실가스 감축 속도에 대해서도 목표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실제로 목표한 만큼 탄소 감축을 많이 못 한 것이 사실"이라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중동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과 가스 가격 상승으로 석탄발전 감축 속도를 높이기 어려웠던 점을 원인으로 들었다. 당초 폐지할 예정이었던 석탄발전소를 더 가동하면서 단기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역진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석탄을 줄이는 동시에 산업과 건축, 수송에서도 줄여야 한다"며 "국제사회와 약속한 탄소 감축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인공지능과 반도체 산업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할 경우 감축 경로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인정했다. 석탄발전 감축과 산업, 건물, 수송 부문의 감축을 함께 추진하고 국내에서 실제 감축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초 관련 내용을 정리해 국민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동복댐 높이는 방식 아닌 기존 댐 옆에 15m 시설 추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수 공급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동복댐을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댐 옆에 15m 높이의 시설을 추가로 건설하는 방식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동복댐이 자갈과 흙으로 만든 댐인 만큼 단순히 콘크리트를 덧붙이는 방식은 안전성 문제가 있어 별도의 구조물을 추가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기존 댐과의 안전성 문제 때문에 증고가 아니라 15m짜리를 더 올라가게 짓는 것"이라며 "취지가 달라진 것은 아니고 안전한 방식을 택한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하루 60만t가량의 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산강과 섬진강 수계, 기존 댐의 용수 상황과 광주시 생활하수 재처리 등을 종합하면 반도체 4개 팹에 필요한 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4대강 보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관련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며 10월께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강은 보 개방 기간이 길어 생태 변화에 대한 자료가 비교적 축적됐지만, 영산강과 낙동강, 한강은 완전 개방 이후 생태계 변화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원전 확대와 관련해서는 산업통상부 소관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에는 선을 그었다. 다만 원전 건설이 국내 전력산업의 인력과 사업 역량에 미칠 영향은 미국과 한국의 원전 산업 생태계가 다른 만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일 기후부 1주년을 맞아 정부세종청사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일 기후부 1주년을 맞아 정부세종청사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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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C 전용 전기요금제 적용 방안 검토

전기요금 개편에 대해서는 산업 경쟁력을 고려하면서 전력 공급 원가를 다른 국민에게 전가하지 않는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에 별도의 전용 전기요금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한전의 투자 원가 문제를 고려하고 AIDC의 특성을 고려해 제도를 설계할 것"이라며 "한전의 원가 부담이나 적자 요인 때문에 다른 국민의 부담이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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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부 출범 이후 환경과 에너지 정책의 결합이 아직 완성된 단계는 아니라는 점도 언급했다. 인사 과정에서 환경부와 산업부 출신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공정성을 중시했지만, 조직 통합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고 했다. 김 장관은 기후부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기후위기 대응과 인공지능 시대의 전력 수요 대응, 전기요금 경쟁력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 전력 가격을 낮추고 국내 태양광 산업 등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탄소 감축까지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은 세 가지 퍼즐을 같이 풀어야 한다"며 "기후위기 대응, 인공지능 시대 대비, 전기요금의 경쟁력이라는 세 가지 숙제를 같이하면서 에너지 대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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