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헌 '위대한 팀은 비틀즈처럼 일한다'
천재 넷보다 중요했던 '사이'의 기술…비틀즈로 읽는 조직의 탄생과 붕괴
존과 폴의 경쟁, 조지의 성장, 엡스타인의 부재…위대한 팀은 어떻게 흔들렸나

1969년 1월10일, 조지 해리슨이 기타를 들고 일어났다. 비틀즈가 새 음반을 준비하던 트위크넘 스튜디오였다. "클럽에서 보자." 이 말을 남기고 그는 나가버렸다. 앞서 몇 달 전에는 링고 스타가 녹음 도중 밴드를 떠났다가 돌아왔다. 존 레넌은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었고, 폴 매카트니는 어떻게든 밴드를 앞으로 끌고 가려 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네 명이 한 방에 모여 있었지만, 그 들은 별로 성공한 조직처럼 보이지 않았다.

한 시대를 바꾼 네 사람이 아직 한 팀으로 카메라 앞에 섰던 시절. 사진가 로버트 휘태커가 촬영한 비틀즈의 초상으로, '더 비틀즈 바이 로버트 휘태커: 셔터 속 빛나는 청춘의 기록' 전시 작품이다. 로버트 휘태커 촬영·전시기획사 XCI

한 시대를 바꾼 네 사람이 아직 한 팀으로 카메라 앞에 섰던 시절. 사진가 로버트 휘태커가 촬영한 비틀즈의 초상으로, '더 비틀즈 바이 로버트 휘태커: 셔터 속 빛나는 청춘의 기록' 전시 작품이다. 로버트 휘태커 촬영·전시기획사 X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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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위대한 팀은 비틀즈처럼 일한다'라는 제목에는 약간의 장난이 숨어 있다. 비틀즈는 우리가 회사 워크숍에서 흔히 칭찬하는 팀이 아니었다. 서로를 배려하며 오래 함께했고, 훌륭한 리더 아래 한마음으로 공동 목표를 향해 달린 조직은 더더욱 아니다. 싸웠고, 경쟁했고, 각자 다른 곳을 바라봤으며 결국 열년도 못 채우고 끝났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대중음악의 문법을 여러 번 갈아엎었다. 질문은 그래서 조금 달라진다. 좋은 팀은 왜 오래가는가가 아니라, 왜 어떤 불화는 걸작을 만들고 어떤 불화는 조직을 끝장내는가.


저자 이두헌은 이 질문에 답하기에 묘한 이력의 소유자다.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과 '새벽 기차'를 만든 밴드 다섯손가락의 음악가이면서 대학에서는 경영과 음악을 가르친다. 덕분에 비틀즈의 역사는 전기 대신 조직론의 언어로 다시 배열된다. 함부르크 클럽에서 하루 몇 시간씩 무대를 반복했던 시절은 혹독한 수련 시스템이 되고, 브라이언 엡스타인은 시장이 알아보지 못하던 재능에 양복을 입히고 유통망을 붙인 경영자가 된다. 조지 마틴은 더 중요하다. 음악가의 엉뚱한 주문을 녹음기술과 편곡으로 번역해준 사람. 천재를 천재답게 내버려두지 않고,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있는 형태로 바꿔준 사람이다. 비틀즈 자신도 훗날 함부르크에서 자신들이 비로소 밴드가 됐다고 회고했다.

여기에 책이 주목하는 조직의 첫 번째 역설이 있다. 뛰어난 사람을 모아놓는다고 뛰어난 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재능과 재능 사이에 번역기가 필요하다.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는 취향도 성격도 작곡법도 달랐다. 한쪽이 거칠게 밀어붙이면 다른 쪽은 형태를 만들었고, 한쪽이 너무 아름답게 정리하면 다른 쪽은 거기에 흠집을 냈다. 책은 이를 공진화와 창조적 긴장으로 설명한다. 실제 조직 연구에서도 리더십이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지 않고 구성원 사이에 분산되는 '공유 리더십'은 팀 성과와 관련이 있다는 결과가 축적돼 있다. 다만 여기서 비틀즈를 낭만화하면 곤란하다. 최근까지의 메타분석을 보면 업무를 둘러싼 갈등조차 평균적으로 팀 성과와 부정적 관계를 보인다. 싸우면 창의적이 된다는 말은 절반짜리 신화다. 중요한 것은 갈등 자체가 아니라, 갈등을 작품으로 변환할 구조가 있느냐다.


그 점에서 비틀즈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존도 폴도 아닌 조지 해리슨인지 모른다. 한 조직에서 두 명의 슈퍼스타가 너무 강하면 세 번째 재능은 어떻게 되는가. 오랫동안 작곡의 중심은 레넌-매카트니였다. 그러나 밴드의 끝이 가까워졌을 때 '애비 로드'에는 해리슨의 'Something'과 'Here Comes the Sun'이 들어갔다. 'Something'은 해리슨이 쓴 비틀즈 곡 가운데 처음으로 싱글 A면에 오른 노래였다. 그리고 해체 직후 그는 무려 3장짜리 솔로 앨범 'All Things Must Pass'를 내놨다.

경영의 언어로 번역하면 조금 섬뜩하다. 조직은 무능한 사람 때문에만 인재를 잃는 것이 아니다. 이미 유능해진 사람에게 여전히 옛날 자리만 내줄 때도 인재를 잃는다. 초기 성공을 만든 권력 구조가 후기에는 병목이 된다. 어제의 최적 조직도가 오늘의 천장을 만드는 것이다. 비틀즈의 붕괴를 단순히 네 사람의 성격 차이나 여자친구 탓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이 책 어때]비틀즈는 끝까지 좋은 팀이 아니었다 원본보기 아이콘

1967년 엡스타인의 갑작스러운 죽음도 결정적인 분기점이었다. 계약과 돈과 외부 세계를 정리하던 사람이 사라지자 네 사람은 모두 주인이면서 동시에 누구도 최종 책임자가 아닌 이상한 조직이 됐다. 폴은 그 빈자리를 메우려 했고, 다른 멤버에게 그것은 때로 리더십이 아니라 간섭으로 받아들여졌다. 비틀즈 공식 기록에서도 엡스타인은 음반 계약으로 가는 길을 뚫은 핵심 인물로 기억된다. 신뢰가 사람 한 명에게 과도하게 저장돼 있던 조직은 그 사람이 사라진 뒤에야 자신들에게 '시스템'이 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두헌은 이 과정을 클러스터, 보완 자산, 임계량, 거래비용, 공진화 같은 경영학 개념으로 읽는다. 엔비디아와 넷플릭스, 스타벅스, 애플, 파타고니아까지 불러온다. 때로는 연결이 너무 잘돼 오히려 의심하고 싶어진다. 역사적 성공 뒤에는 언제나 그럴듯한 이론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설명되는 순간, 비틀즈마저 컨설팅 회사의 프레젠테이션이 될 위험이 있다. 성공한 뒤의 비틀즈를 가지고 '성공 법칙'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실패한 수천 개의 밴드에도 같은 조건이 얼마나 있었는지까지 물어야 경영학은 조금 더 단단해진다.


그럼에도 이 책이 평범한 자기계발서와 갈라지는 대목은 결국 해체까지 따라간다는 점이다. 성공에서 책을 덮지 않는다. 오히려 성공한 뒤에 문제가 시작된다. 작곡하는 두 청년이었던 조직은 세계적인 기업이 됐고, 음악은 사업과 저작권과 자존심과 삶의 방향을 한꺼번에 떠안았다. 조직이 커지는 속도보다 관계를 고치는 속도가 느렸다.


그런데 마지막 반전이 있다. 그렇게 서로를 견디기 힘들어하던 네 사람이 마지막으로 녹음한 앨범이 '애비 로드'다. 그곳에는 'Come Together'도 있고 'Something'도 있고 'Here Comes the Sun'도 있다. 한편으로는 무너지고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세계 최고였다. 1969년 1월에는 옥상에 올라가 마지막 공연까지 해냈다. 조직은 죽어가는데 작품은 살아 있었다.


어쩌면 비틀즈가 남긴 가장 불편한 리더십 수업은 여기에 있다. 위대한 팀의 목표가 반드시 '오래 함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는 동안 각자가 혼자서는 만들지 못했을 무엇을 만들어내고, 그 구조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때 각자의 다음 음악으로 흩어지는 것. 팀은 가족이 아니다. 영원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 비틀즈처럼 일한다는 말은 사이좋게 지내라는 뜻과 거리가 멀다. 존을 폴처럼 만들지 않고, 폴을 존처럼 만들지 않으며, 조지가 어느새 두 사람만큼 커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링고가 박자를 놓치지 않도록 만드는 것. 그리고 그 네 사람 바깥에 엡스타인과 마틴 같은 사람이 드나들 수 있게 문을 열어두는 것. 위대한 팀은 같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재능이 잠시나마 한 곡 안에서 끝까지 들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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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팀은 비틀즈처럼 일한다 | 이두헌 저 | 쌤앤파커스 | 356쪽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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