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8개 제품 가격·입찰 담합 혐의
인상 공문 순서도 합의…임원 2명 구속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5년 넘게 공급가격과 입찰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대거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파악한 규모는 16조3961억원으로 검찰이 수사한 담합 사건 중 최대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LG화학·PKC·OCI·애경케미칼·롯데정밀화학·유니드 등 6개 법인과 임직원 37명을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임직원 2명은 구속기소하고 35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1일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브리핑실에서 석유화학제품 담합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1일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브리핑실에서 석유화학제품 담합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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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업체와 한화솔루션 등 7곳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폴리염화비닐(PVC)·가소제·가성소다·염산·하이포·TDI·ECH·염소 등 8개 제품의 공급가격 조정 시기와 폭, 투찰 가격을 합의한 혐의를 받는다. 한화솔루션은 자진신고자 감면제도인 리니언시를 적용받아 법인과 임직원 모두 기소에서 제외됐다.


김유신 OCI 대표이사 부회장과 장영수 전 PKC 대표이사 등 경영진도 기소됐다. 배모 PKC 영업본부장과 LG화학 PVC·가소제 사업부장 등을 지낸 황모씨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담합 내용이 내부 보고체계로 공유됐으며 고위 임원들도 가담했다고 봤다.

이들 업체는 팀장급 모임에서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합의해 거래처에 관철한 것으로 파악됐다. 담합을 숨기려고 공문 발송 순서도 정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대형 거래처 입찰에서는 낙찰업체와 입찰가격까지 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시장점유율과 합의한 가격을 유지하려고 입찰도 담합했다고 봤다. 담당자 교체 때 후임자를 경쟁사에 소개하고, 일부 업체는 회합을 전담하는 '연락책'도 둔 것으로 파악됐다.


담합 대상은 산업용 기초소재였다. PVC는 파이프·창틀·전선피복에, 가성소다는 반도체 생산·수처리에 쓰인다. TDI는 가구·방수도료에 쓰이며, ECH는 반도체 패키징 등에 쓰이는 에폭시 수지의 원료다. 검찰은 담합이 제조업체 생산비를 높여 소비자에게도 부담을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업체는 미·이란 전쟁으로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한 뒤에도 담합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물가 안정 지원 논의 중에도 담합했다는 설명이다. 산업통상부는 올해 4~6월 생산 안정을 위해 일부 업체에 원재료 구입비 약 1465억원을 지원했다.

16조원대 간 큰 담합… 檢, 석유화학 6개사·임직원 37명 기소 원본보기 아이콘

검찰은 자체 첩보를 토대로 지난 8월5일 업체 7곳의 사무실과 관계자 약 80명을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14일 고위 임원 8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19일 배 본부장과 황씨의 영장을 발부하고 나머지는 기각했다. 수사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을 요청해 법인 7곳과 개인 37명의 고발장을 두 차례 넘겨받았다. 강제수사부터 기소까지 57일이 걸렸다. 담합 규모는 전분당 사건의 10조1520억원과 밀가루 사건의 5조9913억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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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검찰청 폐지 하루 전 기소로 마무리됐다. 2일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과 함께 검사의 직접수사권이 폐지되고 공정거래 사건 등 중대 경제범죄 수사는 중수청으로 넘어간다. 검찰 공정거래 전담부서가 직접 수사해 기소한 사실상 마지막 대형 담합 사건인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개편되는 형사사법 체계에서도 중대범죄수사청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관련 범죄에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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