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담배값 3배 뛰어, 70% 이상이 세금
암시장 8조원 규모, 담패 판매점 노린 범죄도
한국은 11년째 4500원 동결 상태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10년 넘게 담뱃세를 올려온 호주에서 예상 밖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담배 한 갑 가격이 6만원에 육박하자 일부 흡연자들이 값싼 불법 담배로 이동하면서 암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에서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담배들. Heraldsun

호주에서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담배들. Herald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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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최근 급성장한 불법 담배 시장을 단속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주는 흡연 관련 질환을 줄이기 위해 담배에 높은 세금을 매겨왔다. 그 결과 현재 호주에서 담배 한 갑 가격은 약 60호주달러(약 5만7000원)까지 올랐다. 2016년 12월 이후 가격은 약 3배 뛰었고, 판매 가격의 70% 이상이 세금인 것으로 전해졌다.

담뱃값 3배 뛰자…불법 담배가 시장 절반 장악

가격이 치솟자 합법 담배보다 훨씬 저렴한 불법 담배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불법 담배 가격은 정식 제품의 약 5분의 1 수준이다. 제임스 마틴 디킨대 범죄학 교수는 "시장 점유율만 보면 암시장이 사실상 '빅 토바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 정도 규모의 암시장이 이렇게 빠르게 형성된 것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담배 한갑 5만7000원, 누가 사나 했더니"…호주 암시장 '55%' 장악 원본보기 아이콘

호주 담배 규제 당국은 지난해 전체 담배 시장에서 불법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을 약 55%로 추산했다. 불법 담배와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연간 약 85억호주달러(약 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대마초와 코카인, 엑스터시, 헤로인 시장을 모두 합친 것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불법 담배 유통망과 범죄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과거 온라인이나 주차장 임시 판매점 등에 집중됐던 불법 담배 판매가 최근에는 이발소와 과일가게 등 일반 상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멜버른과 시드니 등에서는 담배 판매점을 노린 방화 사건이 잇따랐고, 지난해에는 관련 범죄조직의 공격으로 27세 여성이 숨졌다.


호주 상원은 담배 암시장과 관련한 폭력 사건으로 지금까지 3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했다. 호주 편의점 업계 단체 대표인 테오 푸카레는 "합법 담배를 훔쳐 불법으로 다시 파는 강도와 갈취 사건도 벌어지고 있다"며 "상황이 통제 불능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수 급감에 정책 실패론…정부는 "고율 과세 유지"

담뱃세 수입도 크게 줄었다. 호주의 담배 소비세 수입은 2020년 약 160억호주달러(약 15조원)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에는 절반 이하 수준으로 감소했다. 호주 재무부는 2030년에는 담배 소비세 수입이 약 20억 호주달러(약 1조8000억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호주에서 경찰이 한 담배가게를 단속하고 있다. ABC AU News

호주에서 경찰이 한 담배가게를 단속하고 있다. ABC AU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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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세 인상 추이를 추적해온 경제학자 크리스 리처드슨은 현재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민 건강 개선과 세수 확보, 조직범죄 억제라는 세 가지 목표가 모두 흔들리고 있다며 현 정책을 "완전한 실패"라고 평가했다.

호주 상원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불법 담배 시장이 이미 '한계점'에 이르렀다며 추가 세금 인상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야당인 자유당과 원네이션은 담배 소비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호주 정부는 높은 담뱃세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마크 버틀러 보건부 장관은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불법 담배 문제는 공중보건뿐 아니라 조직범죄와도 연관된 중대한 사안이라며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 담배 한 갑 4500원…11년째 가격 제자리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의 담배 가격은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담배 유행 보고서 2025'에 따르면 한국의 담배 한 갑 가격은 11년째 4500원으로, 당시 환율 기준 3.25달러였다. 영국은 같은 기준 13.4파운드(17.21달러)로, 단순 달러 환산 시 한국보다 5배 이상 비쌌다.

매대에 담배가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매대에 담배가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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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8월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 개편안에도 일반 궐련 담뱃세 인상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 역시 담뱃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4500원짜리 담배 한 갑 가격의 70% 이상이 세금과 부담금이다. 개별소비세와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부가가치세 등이 붙는다.


다만 세금 비율 자체보다 세액과 최종 판매가격이 10년 넘게 사실상 고정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부는 지난 3월 발표한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서 담배 가격정책 검토를 중장기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담뱃값이 1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보건복지부는 사흘 뒤 "현재 담배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즉각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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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담뱃값 인상에 신중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물가 부담이다. 2015년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80% 올렸을 당시 담뱃값 인상은 그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58%P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담배가 구매 빈도가 높고 소비자물가지수에도 포함되는 품목인 만큼 가격을 한꺼번에 올릴 경우 물가 지표에 즉각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신은서 인턴기자 els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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