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과 결혼해줘' 일본판 이어 '메리 베리 러브' 제작
韓 하이 리스크, 日 컨소시엄…투자 방식 차이 좁히는 게 관건

'겨울연가'로 촉발된 일본 내 한류가 완성작 수출을 넘어, 한일 양국의 자본과 인력이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프로덕션'으로 진화한다.


일본판 '내 남편과 결혼해줘' 포스터./CJ ENM Japan

일본판 '내 남편과 결혼해줘' 포스터./CJ ENM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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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원 자유로픽쳐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30일 도쿄에서 주최한 '한·일 콘텐츠 공동제작 위크'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 이런 변화의 현장 경험을 전했다.

대표 사례가 자유로픽쳐스가 현지 제작을 총괄한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일본판이다. 일본 작가와 배우를 기용하고 복수극 대신 현지 정서를 반영한 '사랑' 이야기로 방향을 틀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오리지널 드라마 가운데 일본 내 역대 최다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천 대표는 "한국 감독의 열정과 일본 배우 및 스태프들의 헌신이 만나 색다름을 넘어선 고품질의 하이브리드형 결과물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성공의 배경에는 양국의 다른 제작 관행을 조율하는 과정도 있었다. 쇼치쿠 등 일본 대형 제작사들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모든 세부적인 사안을 사전에 협의한다. 현장에선 결정된 사안을 그대로 집행하는 '단도리(철저한 준비)'를 원칙으로 삼는다.


반면 한국 제작진은 사전에 정한 틀을 유지하면서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카메라 앵글을 바꾸거나 조명·미술 요소를 추가하는 데 익숙하다. 천 대표는 "안정과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 차이가 현장에서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그 차이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있었기에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하우는 CJ ENM과 니폰TV가 공동 기획한 '메리 베리 러브' 제작에서도 이어졌다. 다음 달 7일 디즈니+에서 방영하는 이 작품에서 자유로픽쳐스와 쇼치쿠는 또 한 번 제작을 함께 맡았다. 전작보다 규모를 키우고 한일 스태프 비율을 50대 50으로 맞췄다.


천재원 자유로픽쳐스엔터테인먼트 대표/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

천재원 자유로픽쳐스엔터테인먼트 대표/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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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형 프로젝트에는 공적 기관의 인프라 지원도 한몫했다. 천 대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KOCCA CKL TOKYO를 통해 대본, 미술 회의부터 배우 오디션, 의상 피팅에 이르는 프리 프로덕션 공간을 제공했다"며 "한일 모든 스태프가 이곳을 베이스캠프 삼아 쾌적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유로픽쳐스의 다음 과제는 한일 간 투자 방식의 차이를 조율하는 것이다. 일본은 방송사가 광고주와의 계약으로 투입한 자본을 바탕으로 사전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컨소시엄(제작위원회) 시스템을 고수한다. 반면 한국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구조에 익숙하다. 천 대표는 "이 간극을 좁혀 새로운 융합형 투자 개념을 만들어내는 것이 미래 합작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자유로픽쳐스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일본 방송사와 글로벌 텐트폴 시즌물을 기획한다. 장르는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스릴러 액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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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대표는 "일본, 한국,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을 무대로 한일 하이브리드 콘텐츠 시대를 선도해 양국이 문화 영역에서 공창(共創)의 길을 가야만 하는 이유를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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