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자유로운 이직 가능한 美
인재 영입으로 스타트업 발판 마련
中, 민간 AI 인재도 전략 자산 취급

편집자주AI, 반도체, 통신, 바이오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너무나 생소한 기술 이야기를 쉽게 풀어 전해 드립니다

인공지능(AI) 패권을 두고 다투는 미국과 중국. 천문학적인 자본을 결집해 데이터센터 투자를 감행하는 건 동일하지만, AI 인재를 취급하는 방침에서는 차이가 두드러집니다. 각자 현재 AI 산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발전 수준에 따라 AI 인재의 대우도 달라지는 셈이지요. 미국, 영국 등 서구는 갈수록 인재의 이동을 장려하는 반면, 중국에서는 이들을 전략 자산으로 취급하며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경쟁사 이동 자유로운 美…AI 스타트업 성장의 발판 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북쪽 지역 전경. AP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북쪽 지역 전경.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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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AI 산업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은 AI 인재들의 일자리 이동도 자유롭습니다. 오픈AI, 앤스로픽, 구글, 엑스(X)AI 등 AI 연구소와 빅테크를 막론하고 스타급 연구원이 마치 축구 선수 이적 시장처럼 자리를 옮겨 다니는 풍경도 흔합니다.

이 때문에 특정 기업이 오랫동안 기술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현재 거대 언어 모델(LLM)의 핵심인 트랜스포머의 설계는 최고 수준 엔지니어들의 역량에 좌우되는데, 이런 엔지니어가 계속 다른 기업으로 이직을 하니, 오픈AI든 앤스로픽이든 모델의 성능 우위는 단 수개월에 그칩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실리콘 밸리가 속한 캘리포니아주의 주법은 옛날부터 노동자의 이직 자유를 보호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하며 근로자 이직이 활발해지자, 2024년 시행된 'AB 1076' 법안을 통해 기업의 고용 계약에 원칙적으로 경업금지 조항을 기재할 수 없도록 불법화했지요.

원래는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조처였지만 AI 기업, 특히 신생 스타트업들도 큰 혜택을 받습니다. 앤스로픽이나 오픈AI도 기존 빅테크가 장악했던 AI 인재들을 공격적으로 모집해 급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으니까요.


실리콘 밸리와 발맞추려는 英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창업자(왼쪽)와 존 점퍼 연구원. 존 점퍼는 딥마인드에서 앤스로픽의 런던 연구소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가든 리브’ 조항으로 인해 약 1년 동안 작업을 중단해야 했다. AP 연합뉴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창업자(왼쪽)와 존 점퍼 연구원. 존 점퍼는 딥마인드에서 앤스로픽의 런던 연구소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가든 리브’ 조항으로 인해 약 1년 동안 작업을 중단해야 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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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서구권 2위의 AI 허브로 꼽히는 영국도 실리콘 밸리를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영국에는 전통적으로 '가든 리브(Garden leave)'라는 경업금지 조항이 있습니다. 기업에서 핵심 업무를 맡았던 고위직은 최소 6개월~최대 12개월 동안 동종 업계의 경쟁사에 취직할 수 없다는 내용이지요.


그러나 지난 수개월 간 실리콘 밸리와의 경쟁을 위해 가든 리브를 폐기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에는 아예 영국을 대표하는 AI 기업들이 정부에 가든 리브 폐기를 촉구하는 공식 서한을 공개했습니다.


구글 연구원들이 설립한 AI 연구소 인허런트를 비롯, 약 7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한 영국 AI 기업 대표들은 지난달 29일 정부에 가든 리브 조항 철폐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엑스(X) 캡처

구글 연구원들이 설립한 AI 연구소 인허런트를 비롯, 약 7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한 영국 AI 기업 대표들은 지난달 29일 정부에 가든 리브 조항 철폐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엑스(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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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우 미국 다음으로 가장 우수한 AI 인재들이 모이는 나라로 손꼽힙니다. 알파고의 데미스 허사비스, 노벨 화학상을 받은 알파폴드 개발을 진두지휘한 존 점퍼 등 최고급 엔지니어들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지요. 하지만 이들이 기존 직장을 떠나 다른 스타트업, 혹은 경쟁사로 이직하는 과정이 6~12개월 이상 걸려 미국보다 연구 진척이 느리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습니다.


AI 엔지니어도 '전략 자산' 취급하는 中


서구의 대표 AI 허브들이 인재들 사이의 빗장을 해제하고 있다면, 이와는 반대의 움직임을 취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미국과 'AI 패권 경쟁' 중인 중국은 오히려 AI 인재를 전략 자산으로 취급하며, 이들이 이동할 자유를 제한해서라도 보호하려 합니다.


지난달 28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AI 분야 핵심 인력의 해외여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 조처는 AI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그 배우자, 자녀 등 가족에게도 확대됩니다. 원래는 중국의 전략 산업인 반도체 인재들에게 부과되던 규제이지만, 이제 AI로 확산했습니다.


이미 유명 AI 스타트업 창업자, AI 관련 전략적 기업 책임자 등이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매체는 미국 빅테크 '메타'가 중국계 AI 스타트업인 '마누스' 인수를 추진한 뒤로 이런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AI 인재 유출을 막는 조처를 강화하고 있다. 아시아경제DB

중국 당국은 AI 인재 유출을 막는 조처를 강화하고 있다.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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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여전히 미국보다 자본, 기술력 측면에서 열세에 있습니다. 엔지니어들의 자유를 일부 제한해서라도 '두뇌 유출'을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지금껏 중국의 우수한 공학자들은 서구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서구권에 있는 대기업이나 빅테크에 취직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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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인재를 전략 자산으로 취급, 대우해 온 나라입니다. 국유기업 임직원이나 국방 산업과 밀접한 원자력 분야 과학자 등이 여행을 제한받아왔지요. 다만 치열한 자본·기술 경쟁을 통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신생 산업인 AI에서도 이와 같은 전략이 통할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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