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터뷰]"'꽃보다 누나'가 모든 걸 바꿨죠…이젠 오래 머무는 한국인을 기다립니다"
마르코 유르치치 크로아티아관광청 서울사무소장
2013년 방송 이후 한국인 관광객 급증…"한국 시장은 매일 새로 증명해야"
단체관광 비중 70%→50% 안팎…콘텐츠·개별여행 중심으로 변화
"관광객 숫자보다 체류의 질…성수기 밖 한국 시장, 크로아티아와 잘 맞아"
경제외교와 투자유치 현장을 거쳐 관광으로 무대를 옮긴 마르코 유르치치 크로아티아관광청 서울사무소장. 그는 “관광객 수보다 어떻게 머무느냐가 중요하다”며 한국 시장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크로아티아관광청
마르코 유르치치 크로아티아관광청 서울사무소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보여주고 싶은 크로아티아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훑는 여행보다 한 지역에 오래 머물며 먹고, 사람을 만나고, 일상을 경험하는 여행이다.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말하는 '포말로(Pomalo)'와 '피야카(Fjaka)' 같은 느긋한 삶의 방식도 여기에 녹아 있다.
그는 "한국 친구라면 처음 이틀은 힘들어할지도 모른다"며 "그래도 며칠 지나면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웃었다.
유르치치 소장의 이력은 관광업계 인사로는 이채롭다. 은행과 투자유치기관을 거쳐 크로아티아 대통령 경제자문관과 상공회의소에서 일했다. 해외 자본과 기업을 유치하던 그는 이제 관광객을 크로아티아로 불러들이는 일을 한다.
두 분야는 생각보다 맞닿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관광산업이 크로아티아의 노동시장과 이민, 투자, 지역개발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는 "크로아티아 경제를 이야기하면서 관광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관광산업의 성장이 곧 개발 확대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글로벌 호텔을 유치하는 동시에 경관과 자연을 보존하고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숙소와 음식점을 지켜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슐랭 스타도 훌륭하지만 제게는 아직 어머니 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며 지역 고유의 음식과 문화를 지키는 일이 관광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꽃보다 누나'가 바꾼 한국시장
한국과 크로아티아 관광의 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해가 2013년이다.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가 방영되면서 크로아티아가 한국인에게 새로운 유럽 여행지로 각인됐다.
유르치치 소장은 "'왕좌의 게임'이 유럽과 미국 시장에 영향을 줬다면 한국에서는 꽃보다 누나가 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방송 이후 한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늘었고 자그레브에는 한국 관광객을 겨냥한 호텔까지 등장했다. 동아시아 관광시장에서 일본인이 차지하던 존재감도 한국인 관광객의 증가와 함께 달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국 시장의 특징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콘텐츠를 통해 여행지가 빠르게 주목받는 만큼 관심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속도 역시 빠르다는 점이다.
그는 "한 번 얻은 인지도가 계속 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한국에서는 매일 다시 선택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13년 전의 성공 방식을 되풀이한다고 제2의 '꽃보다 누나'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크로아티아관광청이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크리에이터 협업 등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EBS와 KBS가 크로아티아 현지를 촬영했고 한국 시장을 겨냥한 별도의 인스타그램 계정도 운영하고 있다.
유르치치 소장은 한국을 '콘텐츠가 여행 수요를 만들고 상품이 뒤따르는 시장'으로 분석했다. 미디어와 크리에이터가 새로운 목적지를 보여주면 소비자의 관심이 생기고, 여행업계가 이를 상품으로 연결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45만명 이후 달라진 여행 방식
2017년 크로아티아를 찾은 한국인은 약 45만명에 달했다. 코로나19는 가파르던 성장세를 단숨에 끊었다. 유르치치 소장은 당시를 "리셋 버튼이 눌린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여행시장과 현지 관광산업은 크게 달라졌지만 한국인이 기억하는 크로아티아의 이미지는 코로나19 이전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다.
변화의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과거 한국인에게 크로아티아는 여러 중·동부유럽 국가를 짧은 기간에 둘러보는 패키지 여행지의 성격이 강했다. 최근에는 개별여행객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유르치치 소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이전에는 단체여행객이 한국인의 크로아티아 방문과 숙박에서 70% 이상을 차지했다. 최근에는 방문 기준 50%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낮아졌고 숙박 기준으로는 절반 아래까지 떨어졌다. 올해 개별여행객의 숙박 비중은 약 52%에 이른다.
관광청이 주목하는 숫자는 따로 있다. 한국인의 평균 체류기간인 약 이틀이다.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리트, 플리트비체, 자그레브 등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둘러보고 떠나는 여행에서 벗어나 와인과 음식, 섬과 소도시까지 경험하게 만드는 게 다음 과제다.
관광객 숫자보다 '체류의 질'로
체류 확대 전략은 관광객 수에만 의존하기 어려워진 크로아티아 관광산업의 고민과도 맞물려 있다. 대표 관광도시 두브로브니크는 한때 크루즈선을 타고 온 당일 관광객이 한꺼번에 몰리며 오버투어리즘을 겪었다. 방문객은 넘쳤지만 지역경제에 남는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혼잡은 오히려 장기 체류 여행객을 밀어내는 요인이 됐다.
유르치치 소장은 "이미 관광객이 넘치는 곳에서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루즈선 입항과 구도심 이용을 관리하는 한편, 관광 수요를 다른 지역과 계절로 분산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도 이동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 크로아티아에 전략적 가치가 있는 시장이다. 한국의 봄 연휴와 추석 등 주요 여행 시기가 크로아티아의 여름 성수기와 완전히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크로아티아 입장에서는 비수기 수요를 확보할 수 있고 한국인 관광객은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시기에 여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제정책과 외교, 관광을 두루 경험한 유르치치 소장에게 관광은 단순히 방문객 숫자로 설명되는 산업이 아니다. 그는 "관광은 산업이기도 하고 문화이기도 하며 외교이기도 하다"며 "여행은 다른 사람과 장소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나 외교가 사람 사이를 멀어지게 할 때도 있지만 직접 만나면 대개 반대의 일이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그가 그리고 있는 크로아티아 관광의 미래는 결국 처음 이야기한 바슈카보다와 맞닿아 있다. 차를 세워두고 해변에 오래 머물며 동네 음식을 맛보고 현지 사람들과 와인을 나누는 여행이다.
"20년 전에 같은 질문을 받았다면 답이 달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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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보다 한 사람이 더 오래 머물도록 만드는 것. 더 많은 곳을 보여주는 것보다 한 지역을 깊이 경험하게 하는 것. 유르치치 소장이 말하는 크로아티아 관광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왔느냐'에서 '어떻게 머물렀느냐'로 옮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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