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억도 번다…사무직 버리고 '험한 일' 선택한 미국 여성들
열쇠공·배관공·정비사 뛰어든 여성들
배관공 최고 연봉 2억원 웃돌기도
미국 뉴욕에서 사무직 대신 배관·정비·열쇠 수리 등 블루칼라 직종을 택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는 경우도 많은데다 인공지능(AI)에 대체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29일(현지시간) 미 뉴욕포스트는 남성 중심으로 여겨져 온 현장 기술직에 뛰어들어 높은 소득을 올리는 뉴욕 여성들의 사례를 조명했다.
뉴욕 맨해튼에서 주거·상업용 열쇠 수리업체를 운영하는 사하르 요나(27)는 미국 여성 가운데 12%도 되지 않는 여성 열쇠공 중 한 명이다. 2017년 고등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두고 친구들이 대학 진학과 대학입학시험(SAT)을 준비할 때 그는 학업을 그만두고 돈을 버는 길을 택했다.
어린 시절에는 형사 전문 변호사를 꿈꿨지만 학교를 계속 다니는 대신 기술을 배우기로 했다. 요나는 처음에는 드라이버조차 제대로 써본 적이 없었지만 훈련을 받은 뒤 열쇠 수리 일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출장 기본요금은 50~125달러(약 7만~17만원) 수준이다. 작업비와 이동비, 심야 할증료 등은 별도로 붙는다. 요나는 연간 소득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뉴욕 일대 열쇠공의 연봉은 약 6만~10만달러(8100만~1억3500만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기술직 택하는 Z세대
최근 미국에서는 대학 학비가 10만달러를 넘어서고 AI가 사무직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전통적인 '9시 출근·5시 퇴근' 사무직 대신 기술직을 선택하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
구직 사이트 리줌템플릿닷컴이 Z세대 성인 1250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은 건설, 전기, 냉난방공조(HVAC), 배관, 자동차 정비, 건물 유지·보수 등 블루칼라 직종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다만 높은 소득만큼 업무 강도도 만만치 않고, 근무시간도 일정하지 않다. 요나는 새벽 2시에 일을 마친 뒤 오전 4시, 6시에 다시 호출받는 날도 있어 하루 3시간가량밖에 자지 못할 때가 있다고 했다.
졸업 후 바로 취업…억대 연봉 달성도
30년 넘게 뉴욕에서 배관공으로 일해온 주덜린 캐시디(56)도 연간 12만달러(약 1억6200만원) 이상을 벌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여성은 전체 배관공의 3.1%에 불과하다.
캐시디는 기술직이 중산층에 진입하거나 부를 쌓는 하나의 경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 학자금 빚을 지지 않고도 일을 시작해 곧바로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의 고소득 배관공은 연간 14만9000달러(약 2억200만원) 이상을 벌기도 한다.
캐시디가 1990년대 뉴욕에서 배관공 일을 시작했을 당시 상황은 지금과 달랐다. 일부 동료들은 그에게 "집에 가서 설거지나 해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차 안에서 울기도 했지만 일을 포기하지 않았고 이후 스태튼아일랜드 배관공노조 371지부에 가입이 허용된 첫 여성이 됐다.
현재 그는 비영리단체 '툴스 앤드 티아라스(Tools & Tiaras)'를 설립해 6~17세 소녀들에게 배관과 건설, 공학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직접 물건을 고치고 도구를 다루는 경험이 자신감을 높여주고 "직업에는 성별이 없다"는 점을 알게 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정비 분야에서도 여성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 퀸스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는 오드라 포딘은 여성 정비사가 전체의 2%가량에 불과한 상황에서 여성의 자동차 정비 교육과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포딘은 숙련된 자동차 정비사가 연간 5만~15만달러(약 6700만~2억300만원)를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딘은 2010년 '위민 오토 노(Women Auto Know)'를 설립해 자동차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들에게 퓨즈와 전조등 교체, 배터리 점프 시동, 브레이크와 각종 오일 점검법 등을 가르쳐왔다. 지금까지 약 12명의 여성이 그의 도움을 받아 자동차 정비 분야에 취업했다.
현재 그의 밑에서 일하는 17세 견습생 레일라 베해리랄도 남성 정비사가 많은 가족 환경에서 자랐지만 여성 정비사와 함께 일하고 싶어 이 길을 택했다. 베해리랄은 "젊은 여성들이 남성 중심 분야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우리도 누구와 마찬가지로 그곳에서 일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높은 연봉만 보고 기술직에 뛰어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뉴욕에서 20년간 커리어 코치로 활동한 린 버거는 기술직에는 상당한 육체노동과 세밀한 작업 능력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 위험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성향도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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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당장 대체하기 어려운 직종으로 평가받더라도 최신 장비와 기술을 익히기 위한 추가 교육이나 자격증이 필요할 수 있다. 버거는 "처음부터 바로 10만달러를 버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직자를 따라다니며 실제 업무를 먼저 경험해볼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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